
“삶에는 가격 라벨이 붙어 있지 않으니 나는 가난하지 않다.” “나와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을 존중하기는 쉽지만, 민주주의의 기초는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에 대한 존중이라는 것을 배워야 한다.” 호세 알베르토 무히카 코르다노 전 우루과이 대통령이 남긴 말이다. 그의 어록들이 인구에 회자되는 이유는 삶으로 증명했기 때문일 테다.
무히카 전 대통령은 재임 동안 우루과이를 쉼 없이 성장시켰다. GDP(국내총생산) 성장률은 연평균 5.4%를 기록했다. 빈곤율과 실업률도 떨어졌다. 덕분에 국민들의 지갑은 두둑해졌다. 권력의 정점에 선 무히카는 특권을 사양했다. 대통령 월급 1만2천달러 중 90% 이상을 기부했다. 당시 우루과이 국민들의 평균 소득인 월 775달러만 받았다. 관저는 노숙자 쉼터로 개방하고, 30년 살아온 허름한 농가에서 출퇴근했다. 1987년형 낡은 하늘색 폴크스바겐 비틀은 그의 상징이 됐다. 중동 부호의 100만달러 제안을 거절한 일화는 유명하다. 소탈하고 검소한 모습은 친밀한 리더십을 만들었다. 국민들은 애칭 ‘엘 페페(El Pepe·우리 호세씨)’라고 불렀다.
‘부동산 갑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4억달러(약 5천656억원)짜리 항공기로 논란이다. 지난 12일(현지시간) 중동 순방 중에 카타르 왕실로부터 보잉747을 선물로 받기로 했다. 대통령 전용기인 ‘에어포스 원’으로 이용한단다. 퇴임 후에는 대통령 기념관에 보낸다는데 개인 소유가 될 공산이 크다. 당장 여야 없이 윤리적 문제를 제기했다. 트럼프는 골프광답게 컨시드(양보 퍼팅)에 빗댔다. “상대가 퍼팅을 봐주면 ‘고맙다’하고 공을 집어 다음 홀로 가야지, ‘아니오. 치겠다고 했다가 실수하면 멍청한 것”이라고 받아쳤다. 트럼프는 9년 전 대선 토론에서 “클린턴재단이 카타르에서 거액을 기부받았다”며 힐러리 후보를 공격했었다. 까맣게 잊은 건지 잊은 척 하는 건지 알 수가 없다. 최근 트럼프의 아들들이 운영하는 트럼프그룹은 중동 4개국에서 대형 개발사업 계획을 발표했다. 공사 구분 안 되는 기막힌 부전자전이다.
“권력은 사람을 변화시키지 못하며, 단지 그 사람의 진짜 모습을 드러낼 뿐이다.” ‘세상에서 가장 가난한 대통령’ 무히카는 향년 89세로 13일 영면에 들었다. 그가 마지막 질문을 던지는 듯하다. “세상에서 진짜 가난한 대통령은 누구인가요?”
/강희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