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자미술관 8월 17일까지

서민적인 정서와 특유의 해학미를 가진 분청. 고려청자가 신비로운 아름다움을, 조선백자는 절제된 고아함을 지녔다면 정형화되지 않은 분청은 작가의 즉흥적인 움직임이 하나의 예술로 거듭난 가장 한국적인 도자기로 불린다. 분청은 왕실 중심으로 사용된 청자·백자와 달리 전 계층이 향유하는 도자로, 고려에서 조선으로 넘어가는 역사적인 전환기에 200년 남짓 존재했다.

경기도자미술관은 오래된 분청의 세계를 탐색하는 기획전 ‘오늘, 분청’을 이어가고 있다. 전시명에는 익숙하고도 낯선 과거의 분청에 현대적인 감각을 입혀 재해석한 작품이 관람객을 맞고 있다는 뜻이 담겼다.

전시는 총 4개의 섹션으로 나뉜다. 1부 분청의 속내에선 비정형의 분청에 깃든 서로 다른 이야기에 주목한다. 그중 전시실 초입에 자리한 김상만의 인물상 ‘돌멩이’에 눈길이 간다. 일상에서 흔히 마주치는 자연과 풍경 등을 주제로 작업해온 김상만의 예술적 사유를 표현한 ‘돌멩이’는 인자한 표정과 태토가 섞인 은은한 분장의 빛깔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유물 속 인물에게 생명력을 불어넣은 윤호준의 ‘분청사기 어문 잡는 낚시 달인 ‘아’태공’ 속 작가의 페르소나인 ‘아’를 살펴보는 재미도 있다. 낚싯대를 길게 늘어뜨리고 차분히 입질을 기다린 뒤 대어를 낚아올리는 모습을 윤호준은 어린아이의 모습을 한 ‘아’의 익살스러운 표정과 몸짓으로 구현해내고 있다.

2부 분청의 표정에선 분청의 조형적인 요소를 들여다볼 수 있다. 색감, 선, 질감, 명암, 양감까지. 다양한 조형 기법은 기하학적인 도상을 가진 분청을 통해 묻어나는 작가들의 개성을 서로 비교해가며 감상하는 재미를 더한다.

주목할만한 작품은 윤주철의 ‘첨장’ 시리즈다. 매끈한 백자 위 형형색색의 무수한 돌기가 돋아나 있는 이 작품은 여러번의 반복적인 작업으로 돌기를 만들고, 그 위에 색을 입히는 윤주철의 독자적인 기법으로 탄생한 분청이다.

3부 분청의 몸짓은 분청에 흙물을 바르는 작업을 하는 작가의 움직임을 주제로한다. 전시실 끄트머리에 위치한 에필로그 분청의 숲에서는 분청 기법을 응용한 회화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전시를 기획한 최리지 학예연구사는 “분청은 백자와 달리 재료인 흙이 자유롭게 변형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예술로서의 가능성을 더 많이 가진 분야”라며 “한국에서만 볼 수 있는 고유한 형식으로, 세계인들이 분청 기법에 관심이 많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기획전은 분청의 비전을 제시하기 위한 전시로 새로운 시도를 하는 작가와 작품을 발굴하는데 중점을 뒀다”고 덧붙였다.
전시는 8월17일까지.
/이시은기자 see@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