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 자기부상열차/경인일보 DB
인천공항 자기부상열차/경인일보 DB

지난 2016년 큰 기대를 모으며 인천국제공항에서 운행을 시작했던 자기부상열차, 기억 하시는지요? 개통 6년 만인 2022년 운행이 전면 중단됐던 인천공항 자기부상열차가 새로운 시작을 앞두고 있습니다. 빠르면 오는 7월부터 인천공항 자기부상열차가 선로 위를 달리는 모습을 볼 수 있다고 합니다. 인천공항 자기부상열차, 다시 부상할 수 있을까요?

■명물에서 애물단지로…인천공항 자기부상열차는 왜 멈췄나

시민과 관광객들이 운행을 시작한 인천공항 자기부상열차를 시승하고 있다. 2016.2.3 /연합뉴스
시민과 관광객들이 운행을 시작한 인천공항 자기부상열차를 시승하고 있다. 2016.2.3 /연합뉴스

자기부상열차는 전자석으로 차량이 궤도 위를 8㎜ 가량 뜬 상태로 주행하는 열차입니다. 주행 성능이 기존 전동차보다 뛰어나고 쇳가루 같은 분진 발생이 없어 친환경적이라는 평가를 받습니다.

인천공항 자기부상열차는 일본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 국내에서는 최초로 상용화된 도시형 자기부상열차였습니다. 인천공항 자기부상철도는 개발·건설비로만 4천149억원, 운영비를 포함하면 총 4천500억원 가량이 투입된 시설이기도 합니다.

인천공항 자기부상열차는 인천국제공항 교통센터부터 용유동 관광단지까지 6.1㎞ 구간 6개 정거장으로 건설됐습니다. 개통 초기엔 인천공항을 통해 해외를 오가는 내·외국인에게 새로운 명물로 자리매김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는데요. 현실은 예상과 달랐습니다.

개통 첫해 하루 평균 이용객은 2천479명으로 예측치인 2만494명의 12%에 불과했고요. 이용객이 가장 많았던 2019년에는 하루 평균 4천12명이 이용하는 등 예측치 3만5천156명의 11% 수준에 그쳤습니다. 2020년 코로나19가 시작되며 하루 운행 횟수는 기존 103회에서 24회로 줄었고, 이용객 수는 그만큼 더 줄었습니다. 2021년 하루 평균 이용객은 325명에 불과했습니다.

자기부상열차 운영 주체였던 인천국제공항공사는 결국 운영비 절감 등을 목적으로 2022년 7월 운행을 전면 중단하는 결정을 내렸습니다. 이에 인천공항 자기부상열차는 운영방향을 찾지 못한 채 애물단지로 전락해버리고 말았습니다.

■도시철도에서 ‘관광용’ 열차로…월미바다열차 전철 밟는 자기부상열차

인천공항 자기부상열차/경인일보 DB
인천공항 자기부상열차/경인일보 DB

인천공항 자기부상열차는 한때 철거 논의가 이뤄지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지난해 ‘관광·체험형을 위한 궤도시설’로 방향이 잡히며 폐쇄조치는 피하게 됐습니다.

기존 목적과 다르게 ‘관광용’으로 열차의 기능이 바뀐 사례가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2010년 ‘월미은하레일’이라는 이름으로 개통한 ‘월미바다열차’가 있는데요. 월미은하레일은 시운전 과정에서 부실시공으로 인한 시설 결함, 운영자본 문제 등으로 개통이 무기한 연기됐다가 사업이 전면 중단된 바 있습니다. 월미은하레일은 수요 예측에 실패했고, 1천억원이 넘는 혈세가 투입됐다는 점이 인천공항 자기부상열차와 유사합니다. 월미은하레일은 역사와 교각만 남기고 모두 철거됐고, 2019년 월미바다열차라는 새로운 관광열차로 재개통해 운영되고 있습니다.

잘못된 수요 예측으로 혈세만 낭비하던 인천공항 자기부상열차는 월미은하레일처럼 관광열차로 운영될 예정입니다. 인천공항공사는 운영비와 인건비 등을 감축해야 한다고 보고 관련 법상 자기부상열차 용도를 ‘도시철도’에서 ‘관광용(궤도시설)’으로 전환하는 절차를 진행했습니다.

지난해 인천공항 자기부상열차를 궤도시설로 기능을 바꾸는 행정절차는 마무리됐지만, 개통 재개 시점은 불분명한 상태였는데요. 인천공항공사는 최근 인천 중구 영종청소년수련관에서 열린 ‘영종 발전을 위한 공개 간담회’를 통해 오는 7월부터 본격적으로 운행에 돌입하겠다는 계획을 처음 밝혔습니다. 이를 위해 이달 중 인천공항 자기부상열차 운영승인 취득 등 관련 행정절차를 마무리하고, 6월부터 시험 운행에 나서기로 했습니다.

■운행 시간·횟수 대폭 축소…인천 중구청과의 협의는 과제

인천국제공항공사가 운영하는 자기부상철도. /인천공항공사 제공
인천국제공항공사가 운영하는 자기부상철도. /인천공항공사 제공

인천공항공사는 자기부상열차를 관광용으로 바꾼 만큼 취지에 맞게 운행 시간과 횟수를 대폭 축소한다는 방침입니다. 인천공항공사는 운행시간을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40분까지로 줄이고, 운행 간격은 35분으로 늘려 24회만 운영한다는 구상입니다.

다만, 영종도 관할 자치단체인 인천 중구는 영종국제도시 주민들의 출퇴근 시간 불편이 예상된다며 인천공항공사의 운영 계획에 이견을 보이고 있습니다. 중구는 인천공항공사에 운행 횟수를 확대하거나 출퇴근 시 대체 교통수단 등 대안을 마련할 것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인천공항공사는 “중구와 자기부상열차 운행계획에 대해 지속적으로 협의·조정하고 있다”며 향후 이용객 수요에 따라 운행계획을 탄력적으로 조정할 예정이라는 입장을 밝혔는데요. 인천공항공사와 중구가 자기부상열차 운영 방식과 관련해 추후 합의를 이룰 수 있을지 지켜봐야겠습니다.

/유진주기자 yoopearl@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