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후보 배우자 선거지원 경쟁 ‘후끈’

설난영 여사 종교계 방문 등 ‘조용한 내조’

경기도지사 시절부터 근검절약형 내조 유명

정치적 소신 발언도 “나는 법카로 밥 안먹어”

3일 오후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대선 후보로 선출된 김문수 후보가 아내 설난영 여사를 단상으로 불러 지지자들의 환호에 인사하고 있다. 2025.5.3 /경기사진공동취재단
3일 오후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대선 후보로 선출된 김문수 후보가 아내 설난영 여사를 단상으로 불러 지지자들의 환호에 인사하고 있다. 2025.5.3 /경기사진공동취재단

대선을 보름여 앞두고 대선 후보 배우자들의 선거 지원 경쟁도 뜨거워지고 있다. 김용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20일 자당 김문수 대선 후보의 배우자 설난영 여사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의 배우자 김혜경 여사의 TV 생중계 토론까지 제안할 정도로 부인의 내조 경쟁도 이번 대선의 한 축을 이루고 있다. 유독 대통령 부인의 문제가 정치 이슈로 많이 부각된 김건희(윤석열 전 대통령의 부인) 여사를 의식한 것으로 보이는데 유력 대선 주자들의 배우자 근황을 소개한다. 먼저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 부인 설난영 여사.

물가도 오르고 마음도 팍팍한 요즘, 유권자들의 눈길을 끄는 설난영 여사의 내조는 화려한 수식어보다 진정성을 앞세운 모습이 유독 눈에 띈다.

설 여사는 요즘 전국 당원협의회, 종교 및 관련 단체, 유튜브를 통해 유권자들과의 접점을 넓히고 있다. 카메라 앞에 서는 것이 어색할 법도 한데, 그녀는 오히려 담담하고 솔직한 말투로 남편 김문수 후보의 ‘사람됨’을 전하고 있다. “돈을 무서워할 정도로 청렴하다”며 “유교 집안에서 자란 김 후보는 더러운 돈은 만지지 않는다는 신념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설 여사의 근검절약형 내조는 이미 오래전부터 유명하다. 3선 의원 시절 경기도지사에 출마했을 당시, 경인일보와의 인터뷰에서 32평 아파트 거실엔 소파나 식탁 대신 ‘반상’이 놓여 있었던 일화는 아직도 회자된다.

2006년 5월5일자 경인일보 지면. /경인일보DB
2006년 5월5일자 경인일보 지면. /경인일보DB

지금도 봉천동의 24평 아파트에서 살고 있으며 짝이 맞지 않는 사은품 컵을 사용하는 생활은 여전하다. 이용하는 승용차도 스토리가 있다. 그는 “예전엔 아반떼, 그 다음엔 소나타, 지금은 그랜저를 직접 운전하고 다닌다”며 항상 긍정적 마인드가 익숙하다.

설 여사의 내조는 현장 곳곳에서 자주 회자되고 있단다. 특히 고향이 전남인 그는 국민의힘의 약세 지역인 호남 민심 공략에 도움이 된다. 최근 서울에서 열린 호남미래포럼 조찬모임에서는 “호남분들이 원하는 바를 가장 잘 전달할 수 있는 사람, 바로 저”라며 소신발언을 하기도 했다.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 후보 부인 설난영 여사(오른쪽)가 18일 광주광역시에 있는 광주양림교회를 방문하고 있다. 2025.5.18 /국민의힘 제공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 후보 부인 설난영 여사(오른쪽)가 18일 광주광역시에 있는 광주양림교회를 방문하고 있다. 2025.5.18 /국민의힘 제공

정치적인 발언도 서슴치 않는다. 최근 한 당원들 모임에서 그는 “나는 법카로 밥을 사먹지 않는다. 관용차를 사적으로 쓰지 않는다”고 했고, 최근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 유세장의 방탄 유리 설치에 대해 “우리 김 후보는 죽어도 현장에서 죽는다는 자세로 주민들에게 다가선다. 그렇게서 죽으면 순교가 된다”고도 했다.

12일에는 조계종 중앙신도회 창립 70주년 행사에 참석해 불심을 챙겼고, 노동운동가 출신답게 소외계층과의 만남도 계획 중이다.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 후보 부인 설난영 여사(왼쪽)가 18일 서울 서초구 관문사에서 열린 대한불교천태종 중앙신도회장 이취임 법요식에 참석해 천태종 총무원장 덕수스님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2025.5.18 /국민의힘 제공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 후보 부인 설난영 여사(왼쪽)가 18일 서울 서초구 관문사에서 열린 대한불교천태종 중앙신도회장 이취임 법요식에 참석해 천태종 총무원장 덕수스님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2025.5.18 /국민의힘 제공

노조위원장 출신인 설 여사는 김 후보와 정치적 동지로 함께한 오랜 세월만큼, 그의 부족한 점을 채우고 그늘진 곳을 살펴보는 ‘실전형 내조’에 집중하고 있다.

불교계 행사에 함께한 이건식 선대위 불교위원장은 “설 여사는 김 후보가 놓치기 쉬운 부분을 따뜻하게 보듬는 역할을 하고 있다”며, “지난 주 전국 비구니회관에 금용스님 예방시, 경기도지사 배우자로 급식 자원봉사할 때 기억을 떠올리며 따뜻하게 포옹해 주셨고, 어제 관문사 천태종 주지스님은 ‘공생하라’ ‘배풀며 살아라’시며 염주를 여사님 팔에 직접 끼워주며 덕담을 전했다”고 말했다.

요란한 선거전 속에서도 조용히 빛나는 설난영 여사의 내조. 화려하진 않지만, 꾸밈없는 진심이 유권자들의 마음을 조금씩 움직이고 있다.

/정의종기자 je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