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흥시 정왕동에서 발생한 흉기난동은 차철남(56·남)이 평소 알고 지내던 이들을 자신의 생활 반경 안에서 공격한 사건이다. 낯선 대상을 무차별적으로 노린 것이 아닌, 일상 속 관계에서 갈등이 쌓인 인물을 향해 폭력이 터진 점에서 범행의 성격이 다르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전문가들은 첫 살인이 어떤 이유로 벌어졌는지가 이후 범행의 흐름을 이해하는 열쇠라고 본다.
20일 오후 3시께 사건이 처음 외부에 알려졌던 시흥 정왕동의 해당 편의점 주변은 긴장감이 여전했다. 편의점 맞은편에서 잡화점을 운영하는 A씨는 “(차철남은) 평소 마스크를 계속 쓰고 다녔던 게 기억난다”며 “말을 많이 한다거나 그렇기보단 조용조용한 사람이었던 것 같다”고 떠올렸다.
편의점은 대로변으로 이어지는 큰길에 자리해 평소에도 인근 주민들의 통행이 잦은 곳이다. 인근에서 가구점을 운영하는 이모(60대)씨는 평소 편의점 주인 부부를 잘 알고 있었다며 안타까운 마음을 드러냈다. 이씨는 “아주머니는 서글서글한 분이고 두 내외 모두 좋은 사람들이었다”며 “꽤 오래 장사하셨는데 이런 일이 생겼다고 하니 너무 마음이 안 좋다”고 말했다.

차철남의 범행은 모두 그가 거주하던 정왕동 반경 2㎞ 안에서 발생했고 피해자들 역시 평소 알고 지내던 인물들이었다. 일상적 접점이 있는 공간에서 주변 인물에게 폭력이 향했다는 점에서 지역사회에 준 충격은 단순한 범죄 발생 이상의 의미로 다가온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이 무차별적 범행이 아닌, 감정과 갈등이 누적된 관계 안에서 촉발된 연쇄적 범행으로 보고 있다. 자택에서 시작된 살인은 금전적 갈등에 따른 계획적 보복인 한편, 이후 편의점 점주와 건물주에 대한 공격은 감정적 충동이 이어진 결과라는 취지의 진술도 나왔다.
더욱이 이동 경로가 좁고 동선이 단순했던 점에서 전문가들은 차철남이 넓은 사회적·지리적 관계망보다는 익숙한 생활 반경 안에서 행동했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그는 피해자의 차량과 자전거를 이용해 반경 2㎞ 내를 오갔으며 도주 역시 근처인 시화호로 향했다.
차철남이 중국 출신 이주민이라는 점도 이와 무관치 않다. 이방인으로서 폐쇄적인 환경에서 사회적 연결망 없이 살아가면서 관계가 단절되고 감정을 외부로 표출하기 어려운 상황이 누적됐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는 사건이 단순한 분노 범죄를 넘어 구조적 고립의 결과일 수 있다는 분석으로도 이어진다.
배상훈 프로파일러는 “이번 사건은 현재까지 드러난 정황상 계획된 연쇄살인이라기보다는 생활 반경 안에서 감정적으로 충돌해온 대상에게 폭력이 향한 사건에 가깝다”며 “사회성이 낮은 경우 지리 감각이나 도피 전략이 부족해 사건이 좁은 반경 안에서 일어나고 끝나는 경향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첫 살인의 경위가 전체 사건의 구조를 결정짓는 기준이 된다”며 “채무 문제로 시작된 첫 살인이 단순한 금전관계를 넘어 오랜 기간 쌓인 감정까지 결합된 것이었다면, 이후 범행 역시 감정의 연쇄 반응으로 봐야 할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유혜연기자 pi@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