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세업계, 실적 부진 장기화 타격
신라·신세계·현대 올 1분기 적자
여객수로 임대료 산정 ‘압박 가중’
국내 면세업계 실적 부진이 장기화하고 있다. 현재는 인천공항 면세점 공사 관계로 임대료를 영업 실적에 따라 내고 있지만 공사가 완료되는 올해 하반기부터는 모든 매장의 임대료가 여객 수에 따라 산정되면서 면세업계의 부담이 더 커질 전망이다.
20일 면세점 업계에 따르면 롯데·신라·신세계·현대면세점 등 국내 대기업 면세점 가운데 올해 1분기 롯데면세점만 흑자를 기록했다.
올해 1분기 롯데면세점은 153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2023년 2분기 이후 7개 분기 만에 흑자로 전환했다. 업계에서는 롯데면세점이 여러 할인과 환급 혜택을 제공하던 ‘중국 보따리상’과의 거래를 중단하면서 영업 이익을 끌어 올린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신라·신세계·현대면세점은 올해 1분기에도 적자를 피하지 못했다.
현대면세점은 올해 1분기 인천공항 면세점이 활성화하면서 지난해 같은 분기와 비교해 22.1% 늘어난 2천935억원의 매출을 기록했으나, 영업손실은 19억원으로 흑자로 전환하지 못했다.
올해 1분기 신라면세점과 신세계면세점은 각각 50억원과 23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면서 적자를 기록하게 됐다.
인천공항에 입점한 면세점들의 경우 올해 하반기부터 임대료 부담이 커져, 부진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는 인천공항 면세점 공사가 진행되고 있어 일부 구역에선 면적과 영업 요율에 따라 임대료를 내고 있지만, 관련 공사가 마무리 되고, 아시아나항공 등 산하 저비용항공사의 제2여객터미널 이전 작업이 모두 끝나게 되면 여객 1인당 수수료로 임대료가 책정되기 때문이다. 인천공항공사는 매장 공사가 이뤄지는 면세점에 대해서는 정상 영업이 어렵다고 판단해 작업 구역에 따라 차등을 두고 임대료를 산정하고 있다.
특히, 신라와 신세계면세점은 2023년 4월 인천공항 면세점 신규 사업자 선정 과정에서 인천공항공사가 제시한 1인당 여객수수료보다 1.7배를 높게 써내면서 사업권을 갖게 됐다. 이런 계약 조건이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게 면세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신세계면세점의 경우 올해 1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5.4% 증가했지만, 인천공항에 입점한 일부 매장이 정상 영업으로 전환하면서 임대료가 증가해 영업이익이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면세업계 한 관계자는 “여객들의 구매력이 예전 같지 않은 상황에서 현재의 임대료 체계가 계속 유지된다면 업체들의 부담은 계속 커질 것으로 예상한다”며 “사업권을 확보하기 위해 과도한 임대료를 책정한 신라와 신세계면세점은 어려움이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주엽기자 kjy86@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