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9일까지 일본 데시마 신아이칸 갤러리
고향 인천의 풍경과 겹쳐 보이는 데시마 풍경
작가의 역사·경험이 새로운 장소 만나 확장돼
산문집 ‘비탈길의 하얀 십자가’ 한·일어 출간

‘인천문화산책’ 코너지만, 오늘은 일본 시코쿠 지방 가가와현에 있는 예술가들의 섬 데시마로 발걸음을 옮겨 보겠습니다.
그동안 인천을 중심으로 설치, 조각, 텍스트 작업을 펼치면서 ‘두꺼운 문’(중간지점, 2021), ‘Limited Portal’(옹노·2022) 등 지역성과 정체성을 탐구하는 전시를 선보여 온 변혜은 작가가 데시마 신아이칸 갤러리에서 진행 중인 개인전 ‘ㅁㅣㅇ’을 소개합니다.
데시마는 아직 한국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지지 않은 곳입니다. 데시마는 예술의 섬으로 널리 알려진 나오시마 인근에 위치한 섬입니다. 건축가 니시자와 류에가 설계한 데시마 미술관과 함께 섬 곳곳의 예술 프로젝트를 찾아보는 재미가 쏠쏠한 섬이라고 합니다.
변혜은 작가가 전시를 개최하고 있는 신아이칸 갤러리는 아동보호시설이었던 건물을 리모델링해 지난 2023년 갤러리로 탈바꿈한 공간입니다. 데시마를 찾는 예술가와 협력해 공연이나 전시를 열고 있는 공간입니다.
갤러리를 운영하는 신아이칸 프로젝트는 지역 사회를 기반으로 두고 활동하고 있습니다. 어린이와 어른 모두 참여해 문화를 풍요롭게 발전시키는 게 프로젝트의 목표라고 합니다.

데시마에 머물며 전시를 진행하고 있는 변혜은 작가는 인천 출신입니다. 작가는 이번 전시를 통해 늘 이주하고자 하는 마음을 품으면서도 정체성의 기반이 되는 동인천 지역의 풍경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작가 본인이 가진 역사와 경험이 데시마라는 새로운 장소와 만나 확장되는 지점을 생각했다고 합니다.
작가는 “처음 방문한 도시에서 너무나도 익숙한 고향 인천의 풍경을 겹쳐 봤던 것처럼, 작품과의 만남을 통해 섬과 바다가 있는 지역이라는 공통 분모를 넘어 지속될 수 있는 교류의 장을 활짝 열어볼 수 있으리라 기대하고 있다”며 “낯선 장소에서 고향의 정서를 마주한 경험을 바탕으로, 장소와 기억의 연결을 시도한 전시”라고 설명했습니다.

작가는 전시 기간 중 데시마와 인근 지역에 거주하는 5~12세 아동을 대상으로 전시 연계 창작 워크숍도 진행합니다. 주민들을 초청해 함께 한국 음식을 만들어 나눠 먹는 행사도 마련했습니다. 음식은 황해도 출신 할머니의 레시피를 재현해 이북식 만둣국, 육전, 수수팥떡을 만든다고 합니다.
작가는 전시와 함께 산문집 ‘비탈길의 하얀 십자가’를 최근 출간하기도 했습니다. 인천과 데시마의 정서적 접점으로부터 출발한 텍스트로, 작가가 7개원 동안 기록한 내용을 담았습니다. 한국과 일본에서 활동하고 있는 미술평론가 콘노 유키의 번역으로 한·일 언어를 병기했습니다.
‘지역성’이라는 게 꼭 지역에 갇혀 있지 않아도 된다는 걸 젊은 작가가 보여주는 작업이네요. 작가가 인천으로 돌아와 보여줄 작업 또한 기대됩니다.
이번 전시는 오는 29일까지입니다.


/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