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신당 이준석 후보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의 정치적 고향인 성남시를 찾아 ‘이재명 견제’ 행보를 이어갔다.
대선 후보 등록 이후 첫 경기도 방문이었지만, 경기도 현안보단 ‘대선 완주 의지’와 ‘이재명 대항마 이미지’ 부각에 집중하는 모습이었다.
이날 유세엔 안철수 국민의힘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이 찾아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와 단일화에 대해 논의했지만, 이 후보는 단일화는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가천대서 안철수와 학식 회동... 단일화엔 선 그어
이준석 후보는 21일 오전 성남시 수정구 가천대학교 학생식당에서 대학생들과 학식을 먹으며 자신의 주요 지지층인 청년층 공략 행보를 이어갔다. 이 후보는 식사 자리에서 취·창업 문제 등 청년 문제에 대해 학생들의 얘기를 듣는 시간을 가졌다.
이날 식사 자리에는 국민의힘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을 맡고 있는 안철수 의원이 함께해 눈길을 끌었다. 이 후보와 안 의원은 식사 후 자리를 이동해 인근 카페에서 약 20분 동안 단일화 관련 비공개 회담을 진행했다.
안 의원은 이날 방문에 대해 “지금까지 단일화 과정에서 겪어왔던 개인적인 경험을 전해주러 왔다”며 “단일화해야 한다고 (이 후보에게)직접 말하진 않았다. 추후 만남의 가능성을 열어놓자고 합의했고, 필요하면 김문수 후보와도 직접 만남도 주선할 테니 언제든 얘기하라고 했다”고 말했다.
다만 이 후보는 “(안 의원과)서로 간 신뢰 관계가 있으니 언제든 얘기해 볼 수 있겠다 생각했지만, 현재 저를 포함해 당 내부적으로도 단일화에 대해 고민하거나 검토하고 있지 않다”며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사실 이 단일화 논의가 반복되는 것 때문에 표심 집결에 상당한 장애를 입고 있다”며 “금전적인 문제로 단일화할 것이라든지 이준석이 (국민의힘에서)한자리 받을 것이라든지 이런 가설이나 동기 자체를 저희는 다 부정하겠다”고 일축했다.
이날 이 후보와 안 의원의 방문에 가천대학교 학생식당 인근은 인산인해를 이뤘다. 학생들은 이 후보와 안 의원과 함께 사진을 찍기 위해 줄을 서서 기다리기도 했다.
이 후보는 “오늘 가천대학교를 방문해 많은 학생들과 대화를 나누면서 이번 대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음을 느꼈다”며 “일자리·취업 문제 얘기 많이 들었고 특히 문과 계열 학생들 이야기할 때 직업에 대한 고민이 많아 보였다. 이 부분을 정책에 반영할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재명의 ‘성남시의료원’ 방문... 공공의료 정책 비판
이 후보는 가천대 방문 이후 이재명 후보의 정치 입문 계기기이자 행정가로서의 최대 치적 중 하나로 평가받는 성남시의료원으로 이동해 유세를 이어갔다.
이는 이 후보가 지난 TV토론에 이어 ‘이재명 대항마’ 이미지를 강조하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이날 성남시의료원 방문 일정에는 천하람 개혁신당 원내대표와 의사 출신인 이주영 개혁신당 의원이 함께 했다. 이 후보는 한호성 성남시의료원장 등 의료원 관계자와 간담회를 진행하며 성남시의료원이 처한 문제와 공공의료의 역할에 대해 논의했다.
이후 의료원 내 병상 등을 둘러본 이 후보는 의료원의 병상 가동률이 30%대에 머무르고, 매년 400억원 이상의 적자가 누적되는 점을 언급하며 이재명 후보의 ‘공공의료 확대 정책’에 비판을 가했다.
이 후보는 “지금까지 3천400억 정도의 누적 비용 지원이 있었음에도 아직 병원이 기획된 것만큼 활성화되지 않고 있다”며 “재정 여건이 기초자치단체 중 좋은 곳 중 하나인 성남시에서도 부족한 측면이 있다면, 지방의 의료 문제를 공공의료로 해결하겠다는 발상 또한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에서 지역공약으로 발표한 ‘성남시의료원, 대학병원 위탁’ 공약에 대해선 “아이디어 차원에서는 모든 것이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좀 걱정이 되는 부분이 있다”며 “공공의료 위탁 운영의 성공 사례가 있기 때문에 속단할 필요는 없겠지만, 이 대답은 공공의료가 꼭 필요하다 했던 이재명 후보가 해야 될 필요가 있다”고 답했다.
한편, 이날 성남시의료원 앞에선 ‘성남시의료원 민영화(대학위탁)’를 반대하는 시민단체가 이 후보의 방문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이 후보가 의료원에 들어서자 시민단체는 “이준석 오지마”, “공공의료에 반대하는 이준석은 물러가라”며 비판을 가했다. 다만, 물리적 출동은 일어나지 않았다.
■첫 경기도 방문… 경기도 공약은 언제쯤?
대선 후보 등록 이후 첫 경기도 유세 일정을 소화한 이 후보는 이날 경기도 현안에 대한 언급보단 이재명 후보를 견제하는 데 집중했다. 경기도 공약 발표 시기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이 후보는 “지역 단위 시도별 공약은 준비하고 있다. 발표하게 되면 언론에 공지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지난 18일 TV토론에서 이재명 후보의 이른바 ‘호텔 경제학’에 대해 지적한 이준석 후보는 이날 유세에서도 줄곧 이를 언급하며 비판의 수위를 높였다. 그는 “호텔 경제학 이런 것도 하루짜리(논란)인데 이재명 후보가 작정하고 지금 일을 키워 아집을 부리고 있다”며 “왜 국민에게 솔직해지지 못하고 자신의 생각을 수정할 생각을 못하느냐 이렇게 지적하고 싶다”고 일격했다.
동시에 오는 23일 열릴 2차 TV토론에서도 이재명 후보의 공공의료 공약을 지적하는 등 이재명 후보를 집중 공격할 뜻을 내비쳤다.
이 후보는 “1차 토론 때도 준비한 내용이 많았는데 이재명 후보가 우격다짐으로 자꾸 넘어가려는 모습을 보여 안타까웠다”며 “이번에도 공공의료에 대한 이재명 후보의 잘못된 현실 인식에 대해 지적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김태강·김순기기자 think@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