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도권매립지 폐쇄와 대체매립지 조성은 인천시의 숙원이자 경기도와 서울시의 현안이다. 환경부와 인천·경기·서울이 4자 협의체를 구성해 10여년 가까이 문제 해결에 매달렸지만 대체매립지 후보 선정에 연이어 실패해 뾰족한 해법이 없는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3개 시도 유권자는 당연히 강력한 해법을 담은 대선 후보들의 공약을 기대했다. 하지만 기대에 한참 못 미친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수도권매립지 종료 후 인천의 미래를 준비하는 공간’을 인천 10대 공약에 담았다. “중앙정부가 지방정부와 적극 협력해 임기 내 합리적 대안을 마련하겠다”는 인천시 서구 공약은 3년 전 대선 공약과 판박이다.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는 ‘대체매립지 조성 등 합리적인 매립지 정책 마련’을 인천 맞춤형 공약으로 발표했다. 10년 내내 실패를 거듭해온 환경부와 3개 광역단체의 해결 방식을 답습하겠다는 것이니 황당할 뿐이다.
그나마 20대 대선 당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의 공약이 구체적이었다. 특히 ‘국무총리실 산하 전담기구 설치’가 관심을 모았다. 힘없는 환경부와 이해가 엇갈리는 3개 광역단체가 아니라 국무총리가 총대를 메고 대체매립지를 찾겠다는 공약은 문제 해결의 의지가 가장 강력해 보였다. 하지만 이 공약은 임기 내내 검토만 되다가 대통령 파면으로 유실됐다. 그리고 21대 대선 후보들은 하나마나한 공약을 내거나 아예 언급조차 없다.
수도권매립지 문제는 내년에 또 한번 중대한 기로에 선다. 환경부는 내년부터 수도권매립지에 쓰레기 직매립을 금지하고 소각재만 매립한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유예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3개 광역시 모두 소각장 용량이 부족해서다. 생활쓰레기 직매립이 계속되면 인천시민의 반발이 폭발할 테고, 환경부에 대한 신뢰는 땅에 떨어진다. 4자 협의체 차원의 문제 해결은 요원해진다.
인천시 ‘수도권매립지 문제 해결 범시민운동본부’는 20일 성명서에서 ‘대통령실 내 전담조직 신설’과 ‘대체매립지 지원에 관한 특별법 제정’을 제안했다. 행정수반인 대통령의 권위 말고는 문제 해결이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다는 지적이다.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놀라 자빠질 만한 파격적인 지원과 최고 수준의 협의기구가 필요하다. 경기도와 서울시가 마다할 리 없고 환경부도 반색할 것이다. 떠먹여주는 공약이다. 수용해야 한다. 지금대로면 누가 정권을 잡아도 지긋지긋한 쓰레기 대란에 봉착할 것이다.
/경인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