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종, 국적, 종교, 성별, 지역, 직업, 경제적 계층, 개인의 정체성, 코로나19…. 세상은 셀 수 없는 혐오로 오염돼 있다. 혐오의 뿌리는 편견이다. 편견은 차별과 증오로 표출된다. 미국사회는 인종차별이 뿌리 깊다. 아시아계에 대한 경계심은 양면성을 갖는다. ‘황화 위협’(Yellow Peril)과 ‘모범적 소수 인종’(Model Minority)이라는 표현이 공존한다. 트럼프 행정부의 반이민자 정책은 과격하다. 최근 틈새 10㎝·높이 9m 멕시코 국경지대 장벽 건설을 재개했다. 유럽에서는 가톨릭과 이슬람교의 반목, 이민자 갈등이 반복되고 있다. 아프리카도 난민 문제로 고통을 받고 있다.
미국에서 아시아계 여성을 노린 범죄가 멈추지 않는다. 2021년 애틀랜타 스파 총격 사건으로 한인 여성 4명이 희생됐다. 2022년 지하철 선로로 떠밀린 중국계 여성 미셸 고 사건과 노숙자에 살해된 한국계 미국인 크리스티나 유나 리 사건은 충격을 줬다. 코로나19에 대한 불안마저 아시아인 혐오로 번졌다. ‘쿵플루’(Kung Flu·중국무술 쿵후와 독감의 합성어)라는 말까지 만들었다.
다른 나라에서 한국인이 인종차별을 당했다는 뉴스는 한국사회를 분노케 한다. 그런데 국내의 같은 아시아인을 차별하는 행위도 허다하다. 일부 악덕 고용주의 저개발국 출신 노동자 착취와 열악한 숙소는 ‘반한 감정’을 부른다. 2023년 태국의 ‘#한국여행 금지’ 해시태그 운동은 외교 문제로 번졌다. 당시 태국인 불법체류 비율이 높아 입국심사가 엄격해졌다. 일부 태국 관광객은 부당하게 입국을 거부 당했다며 불만을 터뜨렸다. ‘반한 감정’은 관광취소로 이어졌다.
한국 내 반중 정서가 심상치 않다. 유엔 인종차별철폐위원회는 지난 13일 보고서에서 중국인에 대한 한국의 혐오 발언 증가를 우려했다. 유엔의 경고 6일 만에 중국 동포 2명이 시흥과 화성에서 한날 연이어 흉기 난동을 벌였다. 중국동포들은 위축됐다. ‘중국동포=범죄자’라는 낙인이 두려운 속앓이다.
혐오는 다국적이다. 대륙마다 나라마다 사람이 있는 곳에 혐오가 있다. 다름과 불편함을 등치 시키면 편견이라는 결과값이 나온다. 편견은 내 것이 빼앗길 수 있다는 막연한 두려움에서 시작된다. 소수가 표준에서 벗어나도, 전체를 멸시 대상으로 삼는다. 편견은 무지의 자식이라 했다. K컬처의 나라답게, 일반화의 오류를 수시로 경계해야 한다.
/강희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