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원서 유아학교로 명칭 변경
국공립 비율 확대하고 여건 개선
교사 자격 기준 등 전문성 확보
입시제도·노동정책 개편도 필요
공교육 행·재정적 지원 강화를

최근 ‘유아 대상 영어학원(일명 영어유치원)’, ‘7세 고시’ 등 유아기까지 번진 조기 사교육 문제가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저출생 시대에 유아기 아이들의 삶의 질 향상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유아 조기 사교육 문제에 관한 논의도 활발해지고 있다. 하지만 이 문제의 실태와 영향에 대한 체계적 통계와 연구는 미비한 상태이며, 통계청의 사교육비 조사도 초·중·고등학교에 국한돼 있어 유아기 조기 사교육 문제에 대한 자세한 실태 파악이 어렵다.
2020년 11월 강득구 의원실과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 발표한 ‘영유아 인권 보장을 위한 소아정신과 전문의 설문’에 따르면 조기 인지교육이 영유아 정신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85.2%의 소아정신과 전문의가 부정적이라고 답했다. 특히 ‘학업 스트레스’(95.7%), ‘학습 자율성 저하’(69.6%)가 우려되는 영향으로 꼽혔다. 부작용으로는 감정 조절 어려움, 부모와의 관계 악화, 학습 거부 등 행동·정서 문제도 보고되었다. 같은해 5월 초1 학부모 1만1천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57.3%가 자녀의 사교육비 부담을 느끼며 26%는 연간 300만원 이상을 지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별·소득별 차이도 크다. 서울과 비수도권 사교육비 차이는 2.6배, 월평균 소득 200만원 미만 가구와 1천만원 이상 가구 간 차이는 5.4배에 달한다. 이는 사회적 불평등과 교육 격차가 심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유아기 조기 사교육의 부작용이 이렇게 심각한데 유아 공교육의 현실은 어떨까? 현재 한국의 유아 공교육은 여러가지 어려운 점을 안고 있다.
먼저 낮은 공립기관 비율이다. OECD의 Education at a Glance 2022에 따르면 한국에서 사립 유아교육기관에 등록한 아동(만0~5세)의 비율은 79%에 달한다. 이는 한국의 유아교육이 사립 및 민간 부문에 크게 의존해 왔음을 보여준다.
둘째로 유아 공교육에 대한 행·재정적 지원 부족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유치원의 학급당 유아 수 과밀 문제다. 2024학년도 기준 대구 공립유치원은 만3세 18명, 만5세 28명까지 수용한다. 과밀학급 문제는 안전한 생활과 질 높은 교육활동 운영에 상당한 지장을 초래한다. 더불어 교육시설 미비와 교사 근무여건 개선 부족도 유아 공교육의 질 강화를 저해하는 요인이다.
셋째, ‘2019 개정 누리과정’과 유치원 방과후 과정에 대한 이해 부족이다. 놀이중심·유아 중심 교육과정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충분하지 않아 교육현장에서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있다. 방과후 과정은 놀이와 쉼을 바탕으로 유아 맞춤형으로 운영돼야 하나, 일부 기관에서는 형식적 인지 활동이나 외부 강사 중심 운영으로 지침을 벗어나는 사례가 있다.
유아 사교육을 경감하고 공교육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먼저 국가는 유아교육기관의 명칭을 유치원에서 ‘유아학교’로 변경하여 유아교육기관의 교육적 위상을 강화하고 사회적 인식을 높여야 한다. 둘째, 국가는 유아교육 공공성을 확립해야 한다. 국공립유치원 비율을 확대하고 공교육 기관의 교육여건을 개선해야 한다. 학급당 유아 수 감축, 시설 개선, 교사 업무부담 경감 등의 방안을 통해 보다 질 높은 유아교육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학부모의 경제적 부담을 줄이는 방안을 마련하고 사립기관의 회계 투명성을 확보해야 한다. 또한 유아교육의 공공성을 확대하고 교육 기회를 보장하기 위해 유아 의무교육을 단계적으로 확대하는 것이 필요하다. 셋째, 유아교육 전문성 확보가 이루어져야 한다. 이를 위해 영아보육과 유아교육의 기관 형태, 교사 자격 기준, 교원 양성 체계, 교육과정 등을 명확히 구분하여 각각의 전문성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입시제도 개편, 유아기 가족지원정책, 노동 정책 개편 등의 노력까지 함께 이루어지길 바란다. 건강한 교육환경 속에서 유아들이 성장할 수 있도록 사회 전반의 공감과 협력이 필요하다.
점점 과열되는 유아 사교육의 해법은 바로 공교육 강화에 있다.
/김지현 전국국공립유치원교사노동조합 수석부위원장·인천교사노동조합 정책3국장
<※외부인사의 글은 경인일보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