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 판정 불공정 문제 제기 ‘후폭풍’
승부조작 오해 사고 갈라치기 비판 직면
“명예실추 행위” 징계 500만원 이상 예상
타 구단 공감 못얻어… 최, 24일 입장 표명

프로축구 K리그1 심판 불공정 판정에 대해 이의를 제기한 최대호 FC안양 구단주의 기자회견(5월21일자 16면 보도)이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최 구단주가 심판 판정의 억울함을 드러내면서 심판들이 특정 기업구단에 유리한 판정을 준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면서 논란이 거세졌다.
최 구단주는 지난 20일 안양종합운동장 미디어실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최근 FC안양의 여러 경기에서 반복적으로 발생한 공정하지 못한 심판 판정에 대해 구단은 더 이상 침묵할 수 없다는 판단에 이르렀다”며 개선을 요구했다.
문제는 기업구단과 시도민구단에 대한 발언이었다. 최 구단주는 “K리그는 몇 안 되는 기업구단이 좌지우지하고 있지 않나”라며 “일부 기업 구단의 눈치 보기 판정 때문에 생기는 문제는 바로 잡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 구단주의 발언은 심판들이 기업구단에 유리한 판정을 했다는 승부조작의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고, 기업구단과 시민구단을 갈라친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이에 프로축구연맹은 지난 21일 “특정 구단이 판정에서 차별을 받고 있고 나아가 그 차별이 구단의 규모나 운영 주체의 상이함에서 기인한 것이라는 근거 없는 주장이 제기되는 상황은 묵과할 수 없다”고 밝힌 뒤 FC안양을 상벌위원회에 회부키로 했다.
기자회견이 판정에 관한 부정적 언급이나 표현을 금하는 K리그 경기규정 제37조 제6항 위반이고, 상벌규정의 유형별 징계기준 제10항의 K리그 비방 및 명예실추 행위에 해당한다는 근거에서다.
K리그 징계기준에 따르면 FC안양은 500만원 이상의 제재금이 부과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프로축구심판협의회도 지난 21일 입장문을 내고 “심판진 전체를 향한 무분별한 일반화나 근거 없는 의혹 제기는 심판의 독립성과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할 수 있으며 한국 축구의 신뢰 기반을 무너뜨릴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라며 “(최 구단주의) 발언이 심판진 전체의 명예와 독립성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판단해 사실관계와 법적 쟁점을 신중히 검토하고 있다”고 법적 대응 가능성을 시사했다.
최 구단주의 발언은 K리그 팬들 사이에선 심판 불공정 판정에 대한 이의 제기보다 구단 갈라치기 발언에 관심이 쏠렸고, 타 시민구단도 아쉽다는 입장이다.
17년 차 K리그 팬인 나모(26)씨는 “심판 판정과 관련해 K리그에 좋은 메시지를 던질 기회였는데 갈라치기 하면서 그 기회를 걷어차버린게 매우 아쉽다”며 “심판 판정에 대한 초점이 갈라치기로 넘어가면서 판정에 대한 비판이 무색해졌다”고 꼬집었다.
한 시민구단 관계자는 “경기를 치르면서 심판 판정에 대해 구단 내부에서 억울함을 표출하는 경우가 있긴 하지만 공식적으로 제기한 적은 없다”며 “굳이 시민구단과 기업구단을 구분해서 편파적인 판정이 나온다고 생각하진 않는다”고 말했다.
한편 최 구단주는 24일 포항 스틸러스와의 리그 15라운드를 앞두고 논란에 대한 입장을 밝힐 것으로 전해졌다.
/이영선기자 zero@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