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31일 ‘제17회 인천 라이브 클럽 데이’

인천 라이브 공간 6곳 모여 ‘존재감’ 알려

 

수십년 버틴 개성 강한 인천 라이브 클럽들

“인천이 음악도시인 이유가 바로 우리들”

지난 20일 인천 중구 신포동 흐르는 물에서 만난 인천대중음악전문공연장협회 소속 라이브 클럽 대표들. 왼쪽부터 정유천(락캠프), 허정선(버텀라인), 안원섭(흐르는물), 박상진(뮤즈), 김성태(동인천 공감) 대표. 구월동 공감 최규호 대표는 일정상 이날 인터뷰에 참석하지 못했다. 2025.5.20 /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
지난 20일 인천 중구 신포동 흐르는 물에서 만난 인천대중음악전문공연장협회 소속 라이브 클럽 대표들. 왼쪽부터 정유천(락캠프), 허정선(버텀라인), 안원섭(흐르는물), 박상진(뮤즈), 김성태(동인천 공감) 대표. 구월동 공감 최규호 대표는 일정상 이날 인터뷰에 참석하지 못했다. 2025.5.20 /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

라이브 클럽하면 ‘라이브 클럽 데이’가 열리는 서울 홍대 거리를 많이 떠올린다. 인천에도 라이브 클럽들이 있다. 인천의 라이브 클럽들이 꾸려 나가는 ‘인천 라이브 클럽 데이’가 17회째를 앞두고 있다.

오는 31일 저녁 인천대중음악전문공연장협회에 소속된 클럽 6곳이 연합 공연 행사인 ‘제17회 인천 라이브 클럽 데이’를 개최한다. 동인천의 ‘공감’, 부평의 ‘락캠프’, 연수구 연수동 ‘뮤즈’, 중구 신포동의 터줏대감 ‘흐르는 물’과 재즈클럽 ‘버텀라인’, 남동구 구월동 ‘공감’이 이날 동시에 공연을 연다.

지난 20일 오후 신포동 흐르는 물에서 제17회 인천 라이브 클럽 데이에 참여하는 클럽 대표 5명을 만났다. 인천의 클럽들이 뭉친 이유는 분명하다. “척박한 ‘로컬 씬’(Local scene)에서 함께 살아남기.” 인천의 몇몇 라이브 클럽은 30년 넘게 지역에 뿌리내리며 ‘질긴 생명력’을 보여주고 있다. 이들이 버티는 이유는 간단하다. “음악을 사랑하기 때문에.”

이들은 2017년 4월 인천대중음악전문공연장협회를 결성했다. 출범 당시 참여했던 라이브 클럽 중 일부는 문을 닫으면서 협회에서 빠졌고, 나중에 합류한 클럽도 있다.

락캠프 정유천 대표는 “인천에서 20~30년씩 라이브 공간을 운영한 사람들인데, 다같이 알고 지낸 건 아니었다”며 “라이브 클럽들이 어려우니 모여 보자는 취지로 서로 연락해 협회를 꾸렸다”고 말했다. 버텀라인 허정선 대표는 “당시 클럽들이 터를 잡은 지역에 젠트리피케이션 문제도 있었다”며 “우리 공간의 존재감을 알리고, 뮤지션들에게 무대를 만들어 주자는 데 서로 공감했다”고 했다.

인천의 라이브 클럽들은 저마다 색깔이 뚜렷하다. 강한 개성 만큼이나 주인장들의 고집도 강하다. 그 고집으로 뮤지션들의 무대를 열어 주고, 그들의 가능성을 관객에게 보여 주고 있다.

동인천 공감 김성태 대표는 “메탈이나 하드록처럼 ‘센 음악’을 주로 공연하는데, 제주도부터 일본이나 미국에서도 공연을 찾는다”며 “해외 뮤지션과 교류를 추진하는 등 여러 시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뮤즈 박상진 대표는 “한 달에 적어도 2차례는 공연을 여는데, 주로 블루스와 재즈 뮤지션을 부른다”며 “그렇게 25년을 운영하고 있다”고 했다.

인천 라이브 클럽 데이는 2019년 6월부터 시작해 매달 개최하다 코로나19 펜데믹 때 중단됐다. 지난해 재개해 상·하반기 1차례씩 개최한다. 공공 영역의 지원 사업이 아니라 라이브 클럽들이 자체 비용을 들여 준비하는 행사다.

특별한 날인 만큼 출연진도 엄선한다. 이번 행사에서 동인천 공감은 ‘경인고속도로’와 ‘클로버’, 락캠프는 ‘신찬호와 염전들’, 뮤즈는 ‘옥탑방’ ‘해피신드롬’ ‘블랙버즈’, 버텀라인은 ‘오리엔탈 익스프레스’, 흐르는 물은 ‘머피스’, 구월동 공감은 ‘지우와 외삼촌’ 공연을 각각 진행할 예정이다.

인천시는 ‘음악도시’를 표방하며 각종 대중음악 관련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인천이 음악도시일 수 있는 밑바탕을 다른 데서 찾을 필요가 없다. 라이브 클럽들이 버텨 왔기 때문이다. 흐르는 물 안원섭 대표는 이렇게 강조했다.

“중소벤처기업부가 30년 이상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가치 있는 가게들을 ‘백년가게’로 인증하고 있습니다. 서울에도 부산에도, 전국 어디에도 없는 ‘백년가게’ 라이브 클럽이 인천에 3곳(흐르는 물, 버텀라인, 락캠프)이나 있습니다. 인천이 음악도시라면 지자체나 공공 영역에서 라이브 클럽들의 생존에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라이브 클럽 주인장들이 강조하고 싶은 게 하나 더 있었다. 공연이 있는 날 받는 ‘입장료’를 손님들이 낯설어 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들은 “입장료는 뮤지션에게 돌아가는 공연 관람료”라며 “입장료가 낯설지 않은 클럽 공연 문화가 정착했으면 한다”고 입을 모았다.

‘제17회 인천 라이브 클럽 데이’ 포스터.
‘제17회 인천 라이브 클럽 데이’ 포스터.

/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