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오후 인천시 부평구 롯데시네마 갈산에서 영화 ‘3학년 2학기’를 관람한 금속노조 인천지부, 한국지엠 노조, 부평공고 학생들이 영화감독, 배우, 스태프 등 영화 제작에 참여한 관계자들과 대화하는 GV(Guset Visit) 시간을 갖고 있다. 2025.5.23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23일 오후 인천시 부평구 롯데시네마 갈산에서 영화 ‘3학년 2학기’를 관람한 금속노조 인천지부, 한국지엠 노조, 부평공고 학생들이 영화감독, 배우, 스태프 등 영화 제작에 참여한 관계자들과 대화하는 GV(Guset Visit) 시간을 갖고 있다. 2025.5.23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공장에서 현장실습을 마친 주인공 창우는 어떤 삶을 살고 있을까요?”

영화 ‘3학년 2학기’를 관람한 한 직업계고등학교 학생은 이런 질문을 던졌다. ‘3학년 2학기’는 인천 ‘남동공단’(남동국가산업단지)을 배경으로 직업계고 학생들의 현장실습 이야기를 담고 있다. 고3 2학기가 되면 대학 진학 대신 기업으로 실습을 나가는 직업계고 학생들의 노동현장을 그린다. (2025년 3월4일자 보도)

[영화리뷰] 청춘, 꼭 캠퍼스에만 있으란 법 있어?… ‘3학년 2학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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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 선생님은 “중소야”라고 답한다. 이전에도 여러 차례 있었던 것처럼 무척이나 익숙한 이 대화는 이들에게 주어진 선택지가 많지 않음을 가늠하게 한다. 그렇게 창우와 우재는 교복을 벗고 작업복을 입는다. 우재는 얼마 버티지 못하고 실습을 포기하는데, 창
https://www.kyeongin.com/article/1731098

지난 23일 오후 1시30분께 인천 부평구 롯데시네마 갈산에서 영화 ‘3학년 2학기’ 상영 행사가 열렸다. 연출을 맡은 이란희 감독과 배우들을 비롯해 금속노조 인천지부·한국지엠지부 노동자, 부평공업고등학교 학생, 교직원 등이 참석했다.

영화 곳곳엔 인천의 풍경이 등장한다. 주인공 창우(유이하)가 실습을 나가는 공장은 인천 남동구 남동국가산업단지에 있다. 영화 속 학교 장면은 모두 인천 부평구 부평공업고등학교에서 촬영됐다. 장비를 이용해 기계를 깎는 기능 수업 장면에는 부평공고 학생들이 직접 출연하기도 했다.

학생들은 상영이 끝난 후 이뤄진 GV(Guest Visit)에서 현장실습 경험을 나눴다. 학생 중 일부는 2학년부터 ‘도제’ 교육을 통해 출근과 학교 수업을 병행하고 있다. 다가올 2학기에 기업으로 현장실습을 나갈 예정인 학생들도 있다.

한승준(부평공고3)군은 “주인공처럼 현재 남동공단 공장으로 일주일에 두 번 출근하고 있다”며 “영화 속 장면처럼 그라인더 등의 장비를 직접 사용하진 않지만, 점심시간마다 탈의실에 모여 낮잠을 자거나 화장실에서 휴식을 취하는 모습에 공감이 갔다”고 말했다.

주인공이 안전 장비 없이 철야 근무를 하다 위험에 처하는 장면이 나오자 상영관에는 진지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직업계고 현장실습생의 열악한 노동환경이 이슈로 떠오르면서 강제 근로 등을 금지하는 내용의 ‘직업교육훈련 촉진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기도 했다.

박민우(부평공고3)군은 “친구들이 ‘실습에 나가서 어떤 일을 하냐’고 물어보면 이 영화를 보여주고 싶을 만큼 현장을 구체적으로 보여줘 놀랐다”며 “근무를 하며 위험한 순간을 경험한 적은 없지만, 일을 하다 다치는 주인공을 보고 더 주의해야겠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선배 노동자들의 소감도 이어졌다. 안대원 금속노조 인천지부장은 “저도 여러분처럼 공고를 졸업해 취업을 한 ‘3학년 2학기’ 당사자”라며 “기성세대로서 여러분이 여전히 노동 현장에서 어려움을 겪는다는 사실에 미안한 감정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어 “미래세대가 ‘다치지 않고 일할 수 있는’ 노동환경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박희숙 부평공고 취업지원부장은 “인천에 위치한 대부분의 기업이 영화와는 달리 안전한 일터 조성에 힘쓰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여러분 곁에는 도와줄 어른이 많다. 혹시나 실습에 나가 부당한 현장을 마주한다면, 선생님 등 주위 사람에게 반드시 알려달라”고 당부했다.

영화 ‘3학년 2학기’는 전국 순회 상영 행사인 ‘전국 수학여행’을 통해 직업계고 학생 등 관객들과 만난 뒤 오는 9월 정식 개봉할 예정이다.

이란희 감독은 “길거리에 붙은 수험생 응원 플랜카드를 보며 주목하지 못하는 ‘일하는 청소년’에 대한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며 “영화를 통해 학생 여러분이 일을 하며 겪을 수 있는 문제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송윤지기자 ssong@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