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대통령 선거 사전 투표를 앞둔 마지막 주말이지만 부산의 민심은 여전히 요동치고 있었다. 24~25일 만난 유권자 상당수가 어느 후보를 뽑을지 표심을 정하지 못하고 있었다.

부산은 보수 텃밭으로 분류되지만 표심을 예측하기 어려운 지역으로도 꼽힌다. 지난 4·2 재보궐선거 결과, 부산교육감은 진보 진영이 승리를 거뒀다. 반면 정권 심판론 바람이 강하게 불었던 지난해 총선 때는 부산 18개 의석 중 17석을 국민의힘에 몰아주며 개헌 저지선을 만들어주기도 했다.

주말 첫 날인 지난 24일 부산 남구 못골시장에서 만난 한 60대 여성은 “산업은행 부산 이전 등 부산의 현안을 매번 막아온 이들이 민주당 아니냐”며 “부산에서부터 입법 독재 심판 바람을 일으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해운대구에 거주하는 공기업 직원 허모(39)씨는 “국민의힘 경선 과정에서 발생한 내홍에 실망했고, 계엄에 대해 반성하지 않는 정당 후보를 지지할 수 없다”며 “최근 윤석열 전 대통령이 부정선거 관련 영화를 보러 간 게 너무 화가 난다. 경기지사 시절 보여준 행정력 등을 고려해 일을 잘할 것 같은 이재명 후보에게 투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일부는 개혁신당 이준석 대선 후보를 보수의 대안으로 여기는 이들도 있었다. 부산 토박이인 직장인 민모(36·부산진구)씨는 “거대 양당의 구태 정치에 실망했다”며 “청년들의 박탈감과 어려움을 잘 알고 이를 해결해 줄 합리적인 후보가 이준석인 것 같다”고 말했다.

여전히 투표할 후보를 정하지 못했다고 말하는 시민들도 제법 있었다. 부산 중구에서 철물점을 운영하는 한 자영업자는 어느 대통령 후보를 지지하느냐는 질문에 “먹고 살기도 힘든데 정치권에서 매일 싸움만 하는데 눈길이 가겠나”라며 냉소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울산은 전체적으로 ‘보수 텃밭’으로 분류된다. 그러나 제조업 도시의 특성상 노동계의 진보세 또한 만만치 않은 지역이다. 그중에서도 공단과 농어촌을 아우르는 동·북구는 진보와 보수의 이념이 충돌하는 최대 격전지로 거론된다.

지난 24일 대형마트가 밀집한 북구 진장동에 들어서자 시민들 사이에서 다소 복잡한 민심이 느껴졌다. 명확하게 선호하는 후보가 있다기보다 주로 이재명 후보를 두고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송정동에 산다는 60대 주부는 ‘누가 대통령이 될 것 같으냐’는 질문에 “우리 애는 ‘어대명(어차피 대통령은 이재명)’이라고 하는데, 거짓말도 잘하는 것 같고 나는 영 믿음이 안 간다”며 “오늘 장을 보는 데 계란이고 돼지고기고 안 비싼 게 없다. 누가 대통령이 되든 크게 달라지는 게 뭐가 있겠나”라고 말했다.

현대자동차 협력업체에 근무한다는 40대 직장인은 “마음 같아선 민주노동당 권영국 후보에게 한 표 주고 싶지만 사표를 만들지 않기 위해 사전투표에서 이재명 후보를 뽑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보슬비가 내리던 이날 울산대공원은 장미축제를 보러 온 가족 단위 나들이객들로 붐볐다. 이곳에서 만난 30대 중국 출신 결혼이주여성 A 씨는 “주변을 보면 (이주여성들이) 조심스럽지만 대부분 민주당을 뽑겠다는 얘기를 한다. 민주당이 국민의힘보다 약자와 소수를 대변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A씨의 남편은 “울산에는 중국이나 베트남, 필리핀 쪽 이주여성들이 상당히 많고 대부분 정치적 의사 표현을 거의 하지 않는다. 하지만 간혹 커뮤니티 이런 데서 얘기를 나눠보면 이주여성이나 외국인노동자 인권 보호 등에서 민주당의 공약과 정책 방향이 점수를 더 얻는 것 같다”고 말했다. 초등생 자녀를 데리고 온 범서읍 40대 남성은 “아이와 난생처음 비상계엄을 겪고 나서 국민의힘은 절대 뽑지 않겠다고 마음먹었다”고 말했다.

고령층에서는 유독 이재명 후보에 대한 불호가 강하게 다가왔다. 울산 공업탑 인근 택시승강장에서 만난 70대 택시 기사는 “이재명이 당선되면 대한민국 독재국가로 가는 것밖에 더 있느냐”고 잘라 말했다.

/부산일보=이은철·나웅기·권승혁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