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재명·국민의힘 김문수·민주노동당 권영국·개혁신당 이준석 대선후보가 23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KBS 스튜디오에서 열린 제21대 대선 2차 후보자 토론회를 준비하고 있다. 2025.5.23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국민의힘 김문수·민주노동당 권영국·개혁신당 이준석 대선후보가 23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KBS 스튜디오에서 열린 제21대 대선 2차 후보자 토론회를 준비하고 있다. 2025.5.23 /연합뉴스

막바지에 접어든 21대 대통령 선거가 상호 비방과 고발전으로 치닫고 있다. 특히 대선후보들의 두 번째 TV토론 이후 더욱 날 선 양상이다. 사회분야 토론에 나선 4명의 후보들은 시종 상대 후보들의 약점을 붙들고 늘어지며 깎아내리는 ‘네거티브’에 집중했다. 과거 발언과 행위를 노골적으로 들춰내면서도 사실 여부, 의도와 맥락의 파악은 안중에 없었다. TV토론이 끝나고 나선 곧바로 상대 후보의 발언을 두고 상호 고발에 나섰다. ‘사회 갈등 극복과 통합 방안’이라는 TV토론의 주제가 무색케 됐다.

더불어민주당은 사회분야 TV토론 다음날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가 토론에서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와의 관계에 대해 허위 사실을 공표했다며 김 후보를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한다고 밝혔다. 전 목사가 구속됐을 때 김 후보가 눈물을 흘렸는데 김 후보가 이를 부인했다는 게 고발의 이유였다. 국민의힘도 같은 날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TV토론에서 과거에 주장한 2012년 대선 부정선거론에 대해 거짓 해명을 했다며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고발한다고 맞섰다. 이 후보는 전날 토론에서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의 부정선거론 동조 지적에 대해 거짓 답변을 했다는 것이다.

이 고발건 외에도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지난 12일 이후 더불어민주당이 김 후보를 고발한 건수는 ‘커피 원가 120원 발언’ 관련 허위사실 유포 혐의를 비롯해 이미 5건 이상이다. 국민의힘도 이 후보에 대해 정치자금법 위반을 비롯해 여러 건의 고발을 마친 상태다. 양당의 행태는 ‘일단 해놓고 보자’식이다. 대응하지 않으면 상대 주장을 인정하는 것으로 유권자들이 받아들일 수 있다는 각 당의 피해의식이 바탕에 깔려있다. 공직에 출마하는 후보자에 대해선 ‘표현의 자유’의 허용 범위를 일반 국민의 그것보다 더욱 엄격하게 적용해야 한다고 본 이달 초 대법원의 ‘파기환송’도 영향을 끼쳤음직하다.

판세를 ‘기울어진 운동장’으로 받아들였던 탓에 이번 대선에선 비방과 고발이 어느 정도 수그러들지 않겠느냐는 긍정적인 전망이 있었다. 하지만 진보와 보수, 각 진영이 집결하고 후보 간 지지율 격차가 좁혀지면서 이런 전망은 헛된 기대로 끝났다. 선거전은 다시 이전의 양상으로 되돌아갔다. 비방과 고발이 난무하는 진흙탕이 돼버렸다. 각 당은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유권자들을 함께 진흙탕으로 끌어들여 빠뜨리는 악습을 끊어내야 한다.

/경인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