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대 대통령선거를 9일 앞둔 25일 수원시 권선구의 한 인쇄소에서 선관위 관계자가 인쇄된 대통령선거 투표용지를 살펴보고 있다. 2025.5.25 /최은성기자 ces7198@kyeongin.com
제21대 대통령선거를 9일 앞둔 25일 수원시 권선구의 한 인쇄소에서 선관위 관계자가 인쇄된 대통령선거 투표용지를 살펴보고 있다. 2025.5.25 /최은성기자 ces7198@kyeongin.com

선거철마다 화두로 떠오르는 분야는 단연 ‘교통’이다. 생활여건과 직결될 뿐더러 집값 등에 영향을 미치는 등 교통은 지역 유권자들의 주요 관심사이기 때문이다.

이번 대선에서도 후보들은 지역 숙원사업인 교통공약을 내세우며 ‘연장’·‘신설’ 등을 약속했다. 다만, 재원 마련·실현 가능성 등 구체적인 방안 없이 장밋빛 공약이 남발되는 것 아니냔 우려도 제기된다.

■GTX 신속 추진·확대엔 한목소리…확대 노선은?

이번 대선의 교통공약의 키워드는 단연 GTX(수도권광역급행철도)다. 전직 경기도지사 출신인 거대 양당 후보들은 경기도를 비롯한 수도권 전역에 GTX-A·B·C노선 설치를 신속 추진하고 일부 노선을 확대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다만 확대 노선에는 차이가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경기도가 제안한 GTX플러스 노선을 적극 검토할 것을 약속했다. 김동연 경기도지사의 민선8기 공약이기도 한 GTX플러스는 기존 GTX 노선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경기 북부와 서남부권 지역에 노선을 신설·연장해 수혜지역을 넓히는 것이 핵심이다. GTX-G·H 노선을 신설해 포천~인천, 파주~위례를 연결하고, C노선을 시흥 오이도까지 연장하는 방안 등이 담겼다.

또한, 이 후보는 GTX-B·D노선을 각각 춘천·원주까지 연장해 GTX를 수도권 외곽과 강원지역까지 확대하는 방안도 공약했다.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GTX가 자신의 경기도지사 시절 업적임을 연일 강조하며 이를 전국 5대 광역권으로 연장하겠다고 약속했다. 현재 수도권에 추진 중인 GTX 모델을 전국 4대 권역(부산·울산·경남, 대구·경북, 충청, 광주·전남)으로 확장하겠단 구상이다.

■청주공항까지 철도 연장… 경기국제공항 물거품?

이재명 후보와 김문수 후보는 물론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도 경기 남부권에서 청주공항까지 GTX 등 광역철도를 연장하는 방안을 공약으로 제시했다.

이재명 후보는 잠실 또는 동탄에서 청주공항까지 이어지는 수도권 내륙광역철도를 공약했고, 김 후보는 수도권과 충청을 잇는 동탄~청주공항 광역급행철도 추진을 약속했다. 이준석 후보는 동탄과 용인 일대를 청주공항과 잇는 철도망 구축을 강조했는데, 이들 공약이 실현되면 경기도가 추진하고 있는 경기국제공항 설치사업에도 영향이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세 후보 모두 경기국제공항 설치에 대한 언급이 없을 뿐더러 ‘청주공항 활주로 신설’ 등을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어, 어느정부가 들어서도 경기국제공항 설치 사업 추진이 어려워질 전망이다.

■경기남부광역철도 신설 한목소리… 국힘, 김동연과 신경전 지속

수원·용인·화성·성남시는 경기 남부권 교통문제 해소를 위해 ‘경기남부광역철도’를 추진 중인데, 양당 후보들 모두 이를 공약으로 제시했다.

이재명 후보는 수원·용인·화성 지역공약으로 잠실종합운동장~판교~수지~광교~권선지구~봉담으로 이어지는 ‘경기남부광역철도 신설’을 약속했고, 성남 지역공약으론 기존 지하철3호선을 수서에서 판교까지 연장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현재 경기남부광역철도는 기존 ‘3호선 연장안’ 대신 ‘서울 잠실종합운동장에서 화성 봉담까지 전철(MRT)을 신설하는 방안으로 추진 중이다.

김문수 후보는 경기남부광역철도 신설을 약속하며 성남 지역공약으로 ‘김동연표 GTX플러스에 소외된 분당, 김문수가 직접 챙깁니다’라고 명시했는데, 이는 앞서 국민의힘 출신 자치단체장인 이상일 용인시장과 신상진 성남시장이 ‘경기도가 GTX 플러스 사업만 공을 들이고 경기남부광역철도 사업에 무관심했다’고 비판하며 시작된 경기도와 신경전의 연장선으로 풀이된다.

■서울~양평 고속도로 원안 추진 VS 수도권 순환고속도로 연장

양당 후보들은 경부고속도로와 경인고속도로 지하화에는 한목소리를 냈지만, 도로 건설에 대한 공약에선 다소 차이를 보였다.

이재명 후보는 김건희 여사와 관련된 특혜 논란이 불거졌던 ‘서울~양평 고속도로’는 양서면을 종점으로 하는 원안으로 추진하겠다고 공약했다. 이 밖에도 제2용인~서울 고속도로 등 교통망을 확충하고, 신분당선 요금체계를 합리적인 방향으로 개편하겠다고 약속했다. 구체적인 금액은 명시하지 않았다.

김문수 후보는 수도권 6개 순환고속도로망을 완성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는 서울 내부 순환로 중 고가도로 부분과 강변북로를 지하화하고, 수도권 제1순환고속도로와 연결한다는 구상이다. 수도권 중순환고속도로와 수도권 제2순환고속도로 등은 신설한다.

이준석 후보는 아직 교통에 대한 세부적인 공약을 발표하진 않았지만, 지난 24일 수원역 유세에서 “경기 지역은 무엇보다 광역교통망을 확충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신안산선과 동탄 도시철도 등의 조속한 완공을 약속했다.

■장밋빛 교통 공약, 실현 가능성은?

각 당의 후보들은 교통 공약에 대해 공통적으로 ‘조속한 추진’을 약속했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현재 추진 중인 GTX-A·B·C노선의 공사가 공사비 급증 등의 영향으로 개통 시기가 늦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D~H노선도 이같은 문제들로 연기될 수 있기 때문이다.

후보들은 이에대한 구체적인 해결방안 없이 ‘임기내 착공·개통’만을 내세우고 있어, 실현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박경철 경기연구원 모빌리티 연구실장은 “GTX는 A~C노선 처럼 D~H노선도 예비타당성조사 때 난항이 예상된다. 재정 조달 문제도 현실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어려움 중 하나”라며 “사회적으로 꼭 필요한 사업이라고 하면 그 부분은 국가 재정 문제가 따르더라도 사업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태강기자 think@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