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경기도 고양시 사법연수원에서 열린 전국법관대표회의에 참석하는 판사가 회의장으로 향하고 있다. 2025.5.26 /연합뉴스
26일 경기도 고양시 사법연수원에서 열린 전국법관대표회의에 참석하는 판사가 회의장으로 향하고 있다. 2025.5.26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변호사 자격 없는 비(非)법조인의 대법관 임명과 대법관 100명을 증원하는 법안을 26일 철회하기로 했다. ‘사법부 공격’으로 비칠 수 있다는 여론에 즉각 반응한 것이다. 후폭풍이 거세지자 이재명 후보도 “개별 의원들의 개별적 입법 제안에 불과하다”며 신중론을 내세우며 거리를 뒀다. 대법원 장악을 우려하는 여론을 감안한 전략적 대응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지난 1일 대법원이 이재명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의 파기 환송 이후 사법부 압박 카드를 연달아 꺼냈다. 지난 23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박범계 의원은 대법관을 현행 14명에서 최대 30명까지 단계적으로 증원하고, 비법조인까지 임명할 수 있게 하는 ‘법원조직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현행법상 대법관은 변호사 자격이 있고 20년 이상 판사·검사·변호사 등의 경력이 있어야 한다. 박 의원의 개정안은 ‘학식과 덕망이 있고 각계 전문 분야에서 경험이 풍부하며 법률에 관한 소양이 있는 사람’을 추가했다. 앞서 8일에는 장경태 의원이 대법관 수를 100명으로 늘리는 법안을 발의했다. 이와 함께 민주당은 조희대 대법원장 등 대법관 탄핵과 특검법안을 추진해왔다. 또 대법원 판결에 대해서 헌법소원을 허용하는 사실상 4심제 도입 법안도 상정했다. 모두 대법원을 겨냥한 민주당의 보복성 법안이란 비판을 받았다.

이 후보는 이번 법안 철회에 대해 “대법관 증원 문제나 자격 문제는 당에서 공식 논의한 바 없다. 당의 입장과 관계가 없다”면서 “지금 그 얘기를 할 때가 아니다. 특히 민생 대책이 가장 급선무인 상태다”라고 다시 한번 선을 그었다. 강금실 총괄선대위원장도 법조계의 목소리를 폭넓게 들어야 한다고 견해를 밝혔다. 이석연 공동선대위원장도 ‘한풀이식 정책’은 결코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경파의 대법원 공격을 멈추도록 자제력을 발휘한 것이다.

대법원 조직 개편은 오래된 과제다. 대안으로 거론된 상고법원은 박근혜 정권 때의 사법파동으로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고, 대법관 증원은 판례를 세우는 최고법원의 권위와 기능에 미칠 부정적 영향 때문에 지지부진했다. 다만 조직 개편의 목적이 사법 독립의 강화였던 점만은 분명했다. 민주당 강경파들이 줄줄이 쏟아낸 대법원 조직 개편 입법은 졸속인데다 사법 독립에 역행했다. 대선 민심이 예민하게 반응한 이유다. 그나마 이를 막아설 당과 후보의 상식이 작동했으니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