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약 재탕 지치지만… ‘국방·경제 정책’은 유심히 살필 것”
접경지 탓 전통적 보수 강세 지역
섬 공약 적고 되풀이 ‘주민 소외감’
“연도교 얘기 10년, 바뀐 것 없어”
교통 인프라·규제 완화 목소리 외
육지 연결 영흥도, 경기 회복 관심

24개 유인도, 7개 면으로 이뤄진 옹진군은 인천에서 인구수가 가장 적은 기초자치단체다. 옹진군 유권자는 약 1만8천명으로 인천 전체 유권자(약 250만명)의 1%가 채 안 된다. 유권자는 적지만 옹진군 주민들의 목소리는 다양하다. 같은 옹진군에 속하는 백령도와 영흥도의 직선거리만 170㎞에 달할 정도로 각 섬마다 거리가 멀어 생활권은 물론 주요 현안 사항이 다르기 때문이다.
옹진군은 고령자가 많고 ‘서해 5도’ 등 접경지역을 품고 있어 전통적으로 보수세가 강한 지역이다. 지난해 총선을 보면 더불어민주당 조택상 후보(35.15%)와 재선에 나선 국민의힘 배준영 후보(63.20%)의 표차가 3천741표에 달했다.
대선도 비슷했다. 2022년 20대 대선 당시 옹진군에서는 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35.59%,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가 59.99%를 얻었다. 탄핵 직후 치러졌던 19대 대선은 민주당 문재인 후보가 27.02%,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가 40.06%,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가 21.23%를 득했다.

옹진군 주민들은 선거 범위가 전국으로 적용되는 대선의 경우 유권자가 적은 섬 지역이 소외를 받는다고 느꼈다. 특히 섬에 특화된 대선 공약이 적고, 같은 공약이 매번 되풀이된다는 게 옹진군 주민들의 목소리다.
지난 26일 오전 인천연안여객터미널에서 만난 이작도 주민 장순일(62)씨는 “대이작도와 소이작도 사이 연도교 얘기가 나온 게 10년이 지났지만 바뀐 게 없다”며 “지방에 있는 섬에는 다리 하나에 몇천억을 쓰는데 인천 섬에는 몇백억도 인색하다. 또 같은 공약을 재탕, 삼탕 하는데 누가 후보로 나오든 마찬가지”라고 했다.
이번 대선에서 옹진군 관련 주요 공약을 살펴보면, 이재명 후보는 ▲대형여객선 도입(백령항로) ▲평화도로(신도~강화) 추진 ▲서해 5도 어장 확대 ▲해상풍력단지 건설 지원 등을 내걸었다. 김문수 후보는 ▲백령공항 조기 착공 ▲대형여객선 도입(백령·연평항로) ▲영흥 제2연륙교 및 장봉~모도 연도교 ▲서해 5도 어장 확대 및 야간조업 연장 등이 있다. 백령공항과 대형여객선 도입, 연도교 확대를 비롯해 서해 5도 어장 규제 완화까지 대선·지선·총선 가릴 것 없이 양당에서 매번 반복되는 내용이다.
대청도 어민 정대철(70)씨는 “안개가 조금만 껴도 여객선과 어선 출항 등 모든 게 멈춘다. 육지에 나왔다가 섬에 못 돌아가는 날이 수두룩하다”며 “밤에는 조업을 못하게 하고 낮에는 안개만 조금 껴도 못 나가니 생계에 타격이 크다”고 했다. 이어 “모든 정치인이 공약으로 규제 완화를 걸지만 수십년 동안 해결되지 못했다”고 했다. 백령도 주민 장모(50대)씨는 이번 대선 역시 옹진군에서 보수표가 많을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인물이나 정책을 보고 뽑을 만큼 특정 정당에서 옹진군을 위해 애쓴 게 없다”며 “결국 각자 선호하는 정당을 뽑을 텐데 접경지역 섬에서는 보수표가 압도적”이라고 했다. 이어 “서해 5도에는 군인도 많다. 부사관 등 직업군인은 주소지를 섬에 두고 있어 후보들의 국방정책이 이들의 관심사가 되지 않겠나”라고 했다.
연안여객터미널에서 만난 섬 주민들이 교통 인프라와 규제 개선 등 정주여건을 언급한 것과 달리 영흥도 주민들은 경제 정책에 관심을 뒀다.
영흥도는 옹진군 관내 섬 가운데 유일하게 육지와 다리가 연결된 섬이다. 영흥도 진두항 회센터에서 15년간 장사를 하고 있다는 상인 오모(68)씨는 최근 소득이 줄어들고 있다는 게 체감된다고 했다. 그는 “여기도 완전 다 죽었다. 관광객이 줄었는지 장사가 옛날 같지 않다”며 “물가는 올라가는데 손님이 없어 음식 가격을 올리지도 못하고, 근근이 장사 유지만 하는 수준”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정부에서 국민들 먹고 사는 걱정을 하는 게 정치인데 이제는 국민이 정치를 신경 쓰고 있어 거꾸로 된 느낌”이라고 했다.
평일이었던 이날 영흥도 곳곳은 한산했다. ‘아이바다패스’(여객선 요금 1천500원) 영향으로 섬에 들어가려는 관광객이 많았던 연안여객터미널과 대조적이었다. 공공 노인일자리 사업에 참여하는 주민들이 형광색 조끼를 입고 마을을 돌아다니는 모습만 간간이 보였다.
영흥면에 사는 김상길(56)씨는 “주말에는 그나마 관광객이 조금 있는데 평일은 한적하다”며 “일자리가 없어 젊은이들이 지역을 떠나고 고령층만 남아 있다. 그래도 광역시에 속한 곳인데 무엇인가 발전적인 산업을 영흥도에 유치해야 지역이 살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민주당은 변화를 원하는 주민 요구가 표심으로 나타날 것으로 기대했다. 조택상 민주당 중구강화군옹진군 지역위원장은 “최근 섬 주민들이 ‘실리’를 추구하는 경향이 있다”며 “국회 다수석을 차지한 민주당이 이 후보 공약에 힘을 실을 수 있는 점, 계엄에 대한 반발감 등이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했다.
국민의힘은 보수 강세인 옹진군에서 큰 이변은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배준영 국민의힘 중구강화군옹진군 국회의원은 “얼마 전 백령도에 들어갔을 때 정권이 민주당에 넘어가는 것을 우려하는 주민들을 많이 만났다. 오히려 제가 정신을 차리고 올 정도였다”면서 “섬 지역은 안보에 대한 관심도 높다”고 했다.

/조경욱기자 imjay@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