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투표 전날 창원 김주열 열사 참배

5·18 박관현 열사 묘에서 눈물 짓기도

제적 두번·옥살이 두번…20년뒤 졸업

고향 영천서 모친 유언 꺼내며 눈시울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 후보가 창원 국립 3·15민주묘지에서 김주열 열사의 비석을 어루만지고 있다. 2025.5.28 창원/김우성기자 wskim@kyeongin.com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 후보가 창원 국립 3·15민주묘지에서 김주열 열사의 비석을 어루만지고 있다. 2025.5.28 창원/김우성기자 wskim@kyeongin.com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 후보의 선거운동 과정에서 과거 그의 민주화투사로서 면모가 꾸준히 조명되고 있다.

김 후보는 사전투표를 하루 앞둔 28일 창원 국립 3·15민주묘지를 찾아 학생 열사들을 참배했다. 오전 일찍 현장에 나타난 그는 4·19혁명의 도화선이 된 김주열 열사의 묘에 가장 먼저 다가가 고인을 기렸다.

김주열 열사의 비석 앞에서도 그는 최근 광주 국립 5·18민주묘지에서 박관현 열사를 마주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상념에 잠겼다.

김 열사는 마산상고에 합격한 해인 1960년 3.15 부정선거에 항거하는 시위에 참여했다가 한참 후 최루탄이 눈에 박힌 주검으로 마산(현 창원) 앞바다에 떠올랐다. 이 사건을 계기로 성난 민심이 들불처럼 번지면서 4·19혁명이 일어났다.

신발을 벗고 김 열사 앞에서 두 번 엎드려 절한 김 후보는 코끝이 빨개진 채 훌쩍거리며 비석 곳곳을 어루만졌다. 참배 후에도 바로 현장을 뜨지 않고 또 다른 학생 열사들의 비석을 일일이 찾았다.

김문수 후보가 민주화운동가들에게 이처럼 정서적 연대를 드러내는 건 본인의 이력 때문이다. 김 후보는 이날 오후 고향인 영천 유세 때 작고한 어머니 얘기를 하다가 민주화투쟁 당시 기억을 구체적으로 떠올렸다.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 후보가 창원 국립 315민주묘지를 찾아 희생자 묘역을 둘러보고 있다. 2025.5.28 창원/김우성기자 wskim@kyeongin.com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 후보가 창원 국립 315민주묘지를 찾아 희생자 묘역을 둘러보고 있다. 2025.5.28 창원/김우성기자 wskim@kyeongin.com

유세차 위에서 그는 “어머님이 처음에는 내가 서울대 갔다고 해서 좋다고 하셨는데, 입학하자마자 데모를 시작해 2학년 때 제적이 됐다”며 “박정희 대통령이 용서해줘 다시 학교를 다니다 74년도에 또 민청학련 사건으로 수배돼 도망 다니는 와중에 어머니가 돌아가셨다”고 했다.

김 후보는 “어머님이 내 품에서 ‘문수야 졸업하고 데모하면 안 되나’라는 유언을 남기고 돌아가셨다“며 ”그로부터 20년 뒤에 내가 졸업했다. 그동안 감옥을 두 번 가고, 공장생활(청계천 봉제공장·한일도루코 등)을 7년 하고 그 공장에서도 두 번 잘렸다”고 돌이켰다.

그러면서 “졸업하고 어머니 산소에 졸업장을 갖고 갔더니 너무 눈물이 났다”며 목이 멘 듯 연설을 잇지 못했다.

앞서 김 후보는 지난 17일 5·18민주묘지 박관현 열사의 묘 앞에서도 남겨진 가족의 근황을 얘기하며 눈물을 흘린 바 있다.

당시 그는 “박관현 열사가 광주교도소에서 단식하던 방에서 내가 수감생활을 했다”며 “박관현 열사가 죽은 뒤에 내가 그방에 간 것이라 마음이 쓰였다”고 했다.

김문수 후보가 젊은 시절 어떤 사람이었는지는 딸 김동주 씨의 영상편지에서도 묘사된다.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 후보의 딸 김동주 씨가 아빠에게 쓴 편지를 읽고 있다. /출처 국민의힘TV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 후보의 딸 김동주 씨가 아빠에게 쓴 편지를 읽고 있다. /출처 국민의힘TV

국민의힘TV 유튜브에 올라온 영상에서 김 씨는 “아빠가 면회실에서 ‘너 주려고 가지고 있던 거다’라며 건넨 빨간 작은 자동차를 간직하고 있었다”며 “언젠가 인터뷰 때 그 얘기가 나와서 실물로 전했을 때 아빠의 눈가가 빨개지는 걸 보고 그 마음이 다시 전달됐다”고 말했다.

이어 “아빠가 교도소에서 석방되던 날의 이미지가 마음 한켠에 늘 있었다”며 “덥수룩한 머리에 깡마르고 두꺼운 안경을 낀 채 큰 소리로 구호를 외치는 아빠는 나와는 거리가 있는 사람처럼 느껴졌다”고 했다.

그러나 김 씨는 “그 이후의 사진들을 보니 투박하지만 늘 함께하는 시간을 만들려고 노력했다는 걸, 아빠를 낯설어해서 엄마에게만 귓속말로 얘기하는 딸에게 마음을 전달하려고 노력했다는 걸 느꼈다”며 존경을 표했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김문수 후보는 유세할 때 경기도지사 시절 업적만 주로 부각하고 민주화운동 이력은 애써 꺼내지 않는다”며 “그래도 이번 선거를 통해 그의 숨겨진 진면목이 많이 알려진 것 같다”고 전했다.

창원/김우성기자 wskim@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