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베드타운 꼬리표… “지역 개발·교통 개선 후보에 1표를”

 

국회 입성·사무실 위치… 양당 의미

진보세 강하지만 보수에 중요해져

李에 ‘기대감’ vs ‘발전 의문’ 엇갈려

 

“서울로 출퇴근에만 2시간씩 소요

계양TV 일자리·지하철 연장 필요”

29일 인천 계양구 계산동 임학사거리 앞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의 현수막이 나란히 걸려 있다. 현수막 뒤 건물에는 김문수 후보의 선거사무소가 위치해 있는데, 이곳은 지난 2022년 국회의원 보궐선거 당시 이재명 후보가 선거사무소로 사용했던 곳이기도 하다. 2025.5.29 /한달수기자 dal@kyeongin.com
29일 인천 계양구 계산동 임학사거리 앞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의 현수막이 나란히 걸려 있다. 현수막 뒤 건물에는 김문수 후보의 선거사무소가 위치해 있는데, 이곳은 지난 2022년 국회의원 보궐선거 당시 이재명 후보가 선거사무소로 사용했던 곳이기도 하다. 2025.5.29 /한달수기자 dal@kyeongin.com

사전투표가 시작된 29일 정오께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계양구 선거사무소가 있는 인천 계양구 계산동 임학사거리를 찾았다. 이곳은 공교롭게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지난 2022년 계양구을 보궐선거에 출마할 당시 선거사무소로 썼던 곳이다. 조금 더 거슬러 올라가면 송영길 소나무당 대표가 5선 국회의원을 하던 시절 지역 사무실로 활용했던 곳이기도 하다.

인천 북부권의 조용한 동네였던 계양구는 이재명 후보가 이곳에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된 뒤 전국적으로 주목받는 정치 일번지로 단숨에 떠올랐다. 역대 총선이나 지방선거에서 민주당계 정당 소속으로 출마한 후보들의 득표율이 꾸준히 50%를 넘어섰을 만큼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지역이지만, 이 후보가 이곳으로 옮겨오면서 보수 정당도 그냥 순순히 내어줄 수 없는 정치 중심지가 된 것이다. 지난해 총선에서 국민의힘이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을 앞세워 이 후보에게 맞불을 놓은 게 대표적 사례다. → 그래픽 참조

■ 계양 출신 대통령 ‘기대감’ vs ‘3년 동안 뭐했나’… 이재명 바라보는 엇갈린 계양 민심

계양구 주민들은 이 후보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지역구 의원을 대통령으로 배출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과 지난 3년간 중앙 정치에 집중하며 지역 발전은 뒷전으로 미뤄놨다는 비판이 엇갈렸다.

계양1동 행정복지센터에 사전투표를 하러 왔다는 주민 우현진(41)씨는 “이재명 후보가 계양에서 국회의원을 한만큼 대통령이 되면 지역을 더 잘 챙기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있다”며 “계양테크노밸리가 송도나 청라 같은 신도시로 완성되면 지역이 더 발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곳에서 만난 주민 김승현(34)씨도 “투표일이 다가오길 기다렸다”며 “계양은 항상 주목받지 못하는 지역이었는데, 이재명 후보가 오면서 위상이 많이 올랐다고 생각한다”며 이 후보 지지 의사를 밝혔다.

반면 김문수 후보를 지지한다는 계양구 주민 정태근(64)씨는 “이재명 후보가 계양에 와서 지역에 관심을 얼마나 쏟았는지 의문”이라며 “선거 때만 계양을 발전시키겠다고 하고 3년 동안 여의도에서 자기 정치만 하지 않았나. 김문수 후보가 더 진정성이 있다”고 했다. 다른 주민 최모(51)씨는 “계양구에 처음 (국회의원으로) 출마할 때부터 ‘사법 리스크’를 피하기 위해서라는 말이 많았는데, 지금도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며 “(이 후보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갈등이 심해질 것 같아 걱정”이라고 했다.

■ 자족도시·대중교통 확대 등 숙원사업 해결 바라는 주민들

계양구는 오랫동안 ‘서울 베드타운’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나지 못한 지역이기도 하다. 지리적으로 서울과 가깝고, 인천 내에서도 부평구나 서구 등 산업이 발달한 인접 지역으로 출퇴근하는 이들이 많다. 아침에 타지로 나갔다가 저녁에 돌아오는 출퇴근 인구 수요를 감당하기엔 열악한 대중교통 인프라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 지도 오래다. 계양구 주민들은 새 정부가 들어서면 지역의 오랜 숙원사업이 해결되길 바란다고 목소리를 냈다.

취업을 준비하고 있는 정민준(28)씨는 “지난해 6개월가량 인턴으로 일하면서 서울로 출퇴근했는데, 한번 가는 데만 2시간씩 걸려 고생을 많이 했다”며 “계양테크노밸리에 좋은 일자리가 많이 생겨서 서울로 가지 않고도 일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으면 한다”고 했다. 계산4동에 거주하는 주민 민연숙(48)씨는 “몇 년 전만 해도 서울 2호선이나 9호선을 계양구까지 연장한다는 내용의 공약이 많이 보였는데, 이번 선거에서는 교통 관련 공약이 잘 안 보이는 것 같다”며 “교통이 편리해야 계양구도 발전할 수 있다는 생각이라 지역 사정을 잘 아는 이재명 후보에 대한 기대감이 있다”고 했다.

■ 민주 “노년층 호의적인 반응 늘어” 국힘 “2030 지지세 늘었다”

계양구에서 선거 현장 유세에 나서고 있는 양당 관계자들은 이전 선거와 다른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고 했다. 전통적으로 민주당은 젊은 세대의 지지율이 높았고, 국민의힘은 60대 이상 고령층에서 많은 지지를 받아왔던 지형에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는 관측이다.

민주당 계양구을 지역위원회 사무국장인 인천시의회 문세종(계양4) 의원은 “어르신들이 많이 계신 게이트볼장 등을 돌다 보면 ‘엄지척’을 하시며 반갑게 맞아주는 분들이 많다”며 “예전 같으면 미지근한 반응을 보이거나 눈길을 주지 않는 어르신들이 많았는데, 이번 선거는 긍정적인 분위기”라고 했다.

2022년 지방선거 당시 계양구청장 후보로 출마했던 이병택 전 국민의힘 인천시당 부위원장은 “재개발이 진행된 작전동 등에서 변화가 감지된다”며 “20대와 30대 초중반 유권자들이 김문수 후보를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국민의힘 입장에서 험지를 넘어 오지에 가까웠던 계양지역 표심이 확실히 변화하고 있다”고 했다.

/한달수기자 dal@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