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화공장 사망 이후 ‘후속조치’ 게시

4조 3교대 전환 등 내용 ‘형식적’ 비판

구체적인 인력 확충 방안 등 빠져있어

“산안법상 책임 이끌 수 있는 제도 필요”

19일 시흥시 소재 SPC삼립 시화공장에서 윤활유를 뿌리는 작업을 하던 중 50대 여성 근로자가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진은 이날 시흥시 SPC삼립 시화공장 모습. 2025.5.19 /최은성기자 ces7198@kyeongin.com
19일 시흥시 소재 SPC삼립 시화공장에서 윤활유를 뿌리는 작업을 하던 중 50대 여성 근로자가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진은 이날 시흥시 SPC삼립 시화공장 모습. 2025.5.19 /최은성기자 ces7198@kyeongin.com

SPC 계열사에서 중대재해가 반복되는 가운데 최근 시화공장 사망사고를 계기로 SPC가 재발 방지책(5월30일자 2면 보도)을 내놨지만, 노동계에서는 기업 자율에 맡겨진 주요 대책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나온다.

31일 노동계에 따르면 현행법이 2교대제 개선 등 SPC의 안전대책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사고 재발 우려는 여전히 해소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SPC, 2교대 근무 개선… 크보빵 생산중단

SPC, 2교대 근무 개선… 크보빵 생산중단

정치권과 SPC에 따르면 이날 SPC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국회의원회관에서 연 ‘반복되는 SPC 중대재해, 이대로 둘 수 없다’는 주제의 긴급 간담회에서 일부 생산라인에 대한 4조3교대 시범 도입 등 사고 예방 대책을 발표했다. 또한 노사합동 안전점
https://www.kyeongin.com/article/1741389

최근 SPC삼립이 홈페이지에 게시한 ‘안전사고 후속 조치’에는 책임 표명과 함께 자율적인 재발 방지책이 담겼다. 기존 12시간 3조 2교대 근무체제를 노사 합의에 따라 4조 3교대로 전환해 시범 도입하고, 생산라인별로 주 1회 가동을 멈춰 안전 관리에 활용하는 등 현장 대응을 강화하겠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노동계는 SPC의 조치가 실행 의지보다 형식에 치중된 선언에 그친다고 비판한다. 구체성이 떨어지는데다, 2교대제 전환 여부나 안전인력 확충 등의 후속조치가 사실상 기업의 ‘선의’에 맡겨질 수밖에 없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현재순 화섬노조 노안실장은 “현장 중심의 선제적 안전관리 체계를 마련하겠다는 말은 그럴듯하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인력을 어떻게 확충하고 어떤 방식으로 운영하겠다는 설명은 빠져 있다”고 꼬집었다.

19일 시흥시 소재 SPC삼립 시화공장에서 윤활유를 뿌리는 작업을 하던 중 50대 여성 근로자가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진은 이날 시흥시 SPC삼립 시화공장 모습. 2025.5.19 /최은성기자 ces7198@kyeongin.com
19일 시흥시 소재 SPC삼립 시화공장에서 윤활유를 뿌리는 작업을 하던 중 50대 여성 근로자가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진은 이날 시흥시 SPC삼립 시화공장 모습. 2025.5.19 /최은성기자 ces7198@kyeongin.com

현행 근로기준법은 1일·1주 기준의 법정근로시간과 휴게·야간근로 조건을 규정하고 있을 뿐, 구체적인 교대 방식이나 장시간 교대 구조에 대한 직접적인 제한은 없다. 산업안전보건법도 마찬가지로 ‘근로자의 건강장해를 방지하기 위해 작업형태 등을 적절히 배치해야 한다’는 수준에 머문다.

아울러 경영자의 책임을 묻는 장치로 기대를 모았던 중대재해처벌법도 현실에서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제도 도입 이후 경영책임자에게 형사 책임을 묻는 사례는 극히 적었다. 지난 2022년부터 현재까지 중처법 위반으로 실형이 선고된 사건은 5건에 불과했다. 이중 재벌 총수 기소는 단 한 건도 없었으며, 일부 대기업은 전직 고용노동부 출신 인사 등이 참여한 외부 자문단과 대형 로펌을 통해 대응 전략을 마련해왔다.

손익찬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변호사는 “산안법상 사업주에게 근로자 건강장해 방지 책임이 있지만, 이를 실제 작업형태나 근무시간 개선으로 이끌려면 이행력을 담보할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며 “중처법도 단순 폐지론은 적절치 않으며, 형식 요건만 갖추는 관행을 깨려면 행정 제재 병행 등으로 기업에 실질적 책임을 지우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혜연기자 pi@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