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도시 숲’사업 5년간 293억들여 식재 불구
보행개선 이유 45년된 은행나무 26그루 ‘싹둑’
신창로 61번길 ‘황량’… “공존안 마련했어야”

“푸른 도시 숲 정책을 펼치고 있는 평택시에 ‘나무 심는 부서’와 ‘나무 제거하는 부서’가 따로 있나요? 정말 황당합니다.”
평택시 신창로 61번길에 1981년 식재된 은행나무 26그루가 보행 환경 개선을 이유로 하루만에 베어지면서 “시 역점사업인 푸른 도시 숲 정책에 역행하고 있다”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앞서 ‘드라이브 명소’로 각광받는 평택 국도 38호선(서동대로) 주변 메타세쿼이아 나무 수십그루 절단(5월7일자 8면 보도)에 이어 40여 년된 은행나무가 뿌리채 뽑혀 나가자 비난이 쇄도하고 있는 것이다.
1일 시와 시민들에 따르면 평택시청 송탄출장소는 지난달 27일부터 인도 보행 환경 개선을 이유로 신창로 61번길 도로 양쪽 인도 변의 은행나무 26그루 제거작업을 벌였다.
송탄출장소는 동사무소의 지장 수목 제거 요청에 따른 것으로 나무들이 좁은 인도(폭 1.5m 이하)에 위치해 보행 가능 구역이 70㎝ 이하로 좁아 주민들이 차도로 통행하고 있고 뿌리 발달이 활발해 주변 주택(거리 60~80㎝) 보호를 위해 제거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시민들은 “은행나무는 단지 인도를 침해한 ‘지장물’이 아니라 45년 동안 시민과 함께한 도시 생태계의 주역”이라면서 “단순히 ‘제거’가 아닌 보행권과 나무가 함께 ‘공존’하는 방안을 마련했어야 했다”고 비난하고 있다.
특히 시가 5년 전부터 도시 숲 조성을 위해 293억여 원의 예산을 들여 나무를 심고 있는 것에 반해 최근 은행나무 제거, 메타세쿼이아 나무 절단 등 시 스스로 푸른 도시 정책에 엇박자를 내고 있다는 지적이다.
시민들은 “시의 녹지 정책이 얼마나 허술하면 수백억원의 돈을 들여 나무를 심는 데 반해 다른 한쪽에선 협의 등 없이 나무를 베는건지 이해할 수 없다. 현재 은행나무들이 제거된 도로 주변 등은 황량함을 넘어 삭막하다”고 반응했다.
더불어 은행나무 제거 이유와 주민 동의서 확보 등의 절차를 놓고 논란이 확산되면서 정확한 원인 규명이 필요하다는 여론도 커지고 있다.
평택/김종호기자 kikj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