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엉킨 전선 걷고 전철역 도보로… ‘환해진 원도심’ 누구나 살맛나게
전선 지중화사업 추진 보행 친화도시 전환
교통 접근 개선 ‘신덕풍역’ 북측으로 옮겨
미군 반환공여지, 성장플랫폼 개발 본격화
스포츠센터·복지타운 이어 황톳길도 조성
시청 ‘잔디광장’ 꽃 지지않는 초화공원으로

하남시는 2010년대 들어 위례신도시, 미사강변도시, 감일신도시 등의 도시개발로 급격한 변화를 이뤘다. 하지만 도시 중심에 위치해 있음에도 점차 슬럼화돼 가고 있는 원도심은 시의 아픈 손가락으로 남아 안타까움을 안겨줬다. 이에 시는 민선 8기 들어 원도심에 다시 숨결을 불어 넣으면서 ‘다시 살고 싶은 동네’로 탈바꿈시키고 있다. 시민의 삶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도 도시의 품격을 높이기 위한 시의 재건 시도가 본격적으로 펼쳐지고 있다.
■ 지하철 접근성 향상과 자족도시 기능 강화

시는 송파하남선(수도권 전철 3호선 연장) 104정거장인 ‘(가칭)신덕풍역’ 위치를 기존보다 약 340m 북측으로 조정했다. 이는 덕풍동 원도심 주민의 교통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것으로, 이현재 시장이 대도시권광역교통위원회·경기도·한국토지주택공사(LH)·한국도로공사 등 관계기관과 수차례 협의를 거쳐 이끌어낸 성과다.
위치 조정으로 역사 3곳 모두가 드림휴게소 남측에 편중돼 원도심 접근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문제를 해소하고 교산신도시 북측 입주민들의 전철 이용 불편도 줄일 수 있게 됐다.
시는 현재 ‘드림휴게소 환승형 복합휴게시설’ 인허가 절차와 함께 보행데크·무빙워크 설치 등 구체적인 편의시설 확충방안을 관계기관과 협의하고 있다. 시민 누구나 도보로 편하게 전철을 이용할 수 있도록, 이용자 동선까지 고려한 섬세한 접근이 돋보인다.
원도심의 경제 생태계 회복은 물론, 산업 기반을 강화하고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는 성장 플랫폼으로 주목받고 있는 미군 반환공여지 캠프 콜번 부지 개발도 본격 추진된다. 하산곡동 일원 약 25만㎡ 규모의 이 부지에는 자족기능 강화를 위한 융·복합단지가 조성될 예정으로, 시는 전략육성시설 비율과 사업자 조건을 완화해 민간 참여 유인을 높였다. 우미건설, 호반건설, 메리츠증권 등 15개 기업이 참여 의향서를 제출했고 오는 7월 민간사업자 선정 절차가 예정돼 있다.
■ ‘스포츠, 문화, 복지’가 어우러진 원도심

올해 문을 연 덕풍스포츠문화센터는 수영장과 체육관, 시니어헬스센터, 푸드뱅크, 장난감도서관, 돌봄센터, 제2호 공립작은도서관 등 다양한 시설을 한데 모은 복합생활공간이다. 원도심 주민의 삶의 질을 실질적으로 끌어올리는 새로운 거점으로, 수영 강습을 비롯한 생활체육 프로그램은 주민들의 일상에 활력을 불어넣고 지역의 운동문화 활성화에도 기여하고 있다.
2023년 10월 개관한 풍산멀티스포츠센터도 풍산지구의 대표적인 체육 중심지로 자리 잡았다. 25m 5레인 수영장과 유아전용 풀, 헬스장, 다목적체육관 등을 고루 갖춘 이곳은 연령별 맞춤 프로그램 운영으로 가족 단위 이용자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여기에 2024년 3월 문을 연 하남시종합복지타운도 아이부터 어르신까지 전 세대를 위한 공간이다. 가족센터, 공동육아나눔터, 아동보호기관, 제1호 공립작은도서관이 함께 입주한 가족어울림센터와 9개 보훈단체가 모인 보훈회관이 나란히 들어서며, 다양한 가족형태와 세대의 삶을 아우르는 복지·문화·돌봄의 복합공간으로 기능하고 있다.
이외에도 창우동 일대에는 자연과 도심이 만나는 창우 황톳길이 조성됐다. 총 460m 길이로 자갈 수로, 세족장, 그늘 쉼터 등이 마련돼 있고, 봄이면 신안아파트 벚꽃길과 어우러져 도심 속 힐링명소로 주목받고 있다. 이 공간은 시가 지향하는 ‘걷기 좋은 도시’의 상징으로 자리잡고 있다.
■ 뒤엉킨 전선 걷어낸 자리에 더해진 ‘도시 미관’

거리 곳곳에 얽히고 늘어진 전선은 원도심의 대표적인 전경이다. 시는 전선 지중화 사업을 통해 원도심의 보행환경과 도시미관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
올해 2025년에는 어린 학생들의 통학로와 상가가 밀집해 있는 동부초등학교에서 남한고등학교까지 약 790m 구간과 신장시장 일원 약 410m 구간 등 총 1.2㎞에 걸쳐 지중화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특히 신장시장 일원은 이미 착공돼 9월께 완공 예정인 만큼 전통시장 활성화에 긍정적인 효과도 기대된다. 시는 앞으로도 원도심 내 잔여 구간에 대한 단계적인 정비를 이어가며 시민 누구나 안심하고 걸을 수 있는 ‘보행 친화도시’로의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원도심 상권 회복의 든든한 마중물이자 고객 편의를 높이기 위한 전통시장의 인프라 확충도 속도를 내고 있다. 2024년 5월에는 하남수산물전통시장에 수유실, 교육실, 쉼터 등을 갖춘 현대식 고객지원센터가 문을 열었다. 2023년 1월에는 신장전통시장에 4층 규모의 복합커뮤니티센터가 조성돼 상인과 시민이 함께 이용하는 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센터 내에는 공유주방, 작은도서관, 동아리실, 문화공간 등 다양한 기능이 마련돼 시장은 이제 단순한 ‘상거래 공간’을 넘어 지역문화와 주민 교류의 중심지로 거듭나고 있다.
2024년 12월에는 석바대상점가에도 작은도서관, 고객쉼터, 고객상담실 등을 갖춘 고객지원센터가 새롭게 문을 열면서 원도심 상권에 활력을 더하고 있다.
■ 책과 사람이 머무는 곳… 신장도서관 리모델링, 시청 잔디광장 문화공간으로 탈바꿈

1996년 문을 연 시 최초 공공도서관인 신장도서관이 2022년 12월 첨단 ICT(정보통신기술) 시스템과 열린 구조의 복합문화공간으로 재탄생했다. 어린이자료실, 이야기방, 종합자료실, 디지털자료실, 공유공간 ‘이음’, 북 큐레이션 코너까지 모든 공간이 시대의 흐름에 맞게 새롭게 구성됐다.
이곳에서는 아이들이 이야기를 듣고, 청소년이 공부하며, 어르신이 조용히 책장을 넘긴다. 책이 매개가 돼 세대와 계층이 자연스럽게 교류하는 도시문화의 중심지로서 기능하고 있다. 정적인 도서관에서 벗어나 활동과 체험이 있는 ‘살아있는 도서관’으로의 전환이 이뤄지고 있다는 평가다.
시청 앞 광장도 대대적인 탈바꿈을 거쳐 지금은 푸르른 잔디광장으로 변모했다. 시는 이곳에 에메랄드 그린 잔디를 식재하고, 회양목, 눈향나무 등 10종의 관목류, 무늬 꽃다지, 금강애기 기린초 등 32종의 초화류를 심어 4월부터 11월까지 꽃이 지지 않는 초화공원으로 꾸몄다.
지난 봄, 이곳에선 ‘오늘 책나들이 가 봄’ 야외도서관 행사가 열려 피크닉 감성의 독서 시간이 펼쳐졌다. 잔디 위에 펼친 돗자리 위에서 시민들은 책을 읽고, 휴식을 취하는 동시에 이동도서관 차량에서 독서 관련 만들기 이벤트를 즐기며 도심 속 여유를 만끽했다.
이 시장은 “도시의 외형뿐 아니라 시민의 일상이 머무는 공간, 바로 원도심이 도시의 품격을 결정한다”며 “앞으로도 시민 누구나 걸어서 이용할 수 있는 체육, 문화, 복지, 교통 인프라를 원도심 곳곳에 확충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남/문성호기자 moon23@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