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일 오전 11시께 찾은 홈플러스 북수원점. 매장 오픈 시간을 맞아 바쁘게 매대를 정리하는 직원들의 모습은 여느 때와 다름이 없었지만, 유니폼 조끼마다 ‘홈플러스를 지키자’는 내용이 담긴 노란 뱃지가 달려 있었다. 냉동 코너에서 일하는 이모(52)씨는 “정년을 바라보고 입사했는데 일한 지 2년이 채 되지 않은 시점에서 폐점 이야기가 들리니까 당황스럽다”며 “앞으로 어떻게 먹고 살아야 될 지 생각하면 갑갑하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기업회생 절차를 밟는 홈플러스가 임차료 조정 협상에 실패한 점포들을 대상으로 잇따라 계약 해지를 통보하면서(6월 2일자 2면 보도) 수천개에 달하는 지역 일자리가 위협받고 있다.
앞서 홈플러스는 지난달 29일 기준 전국 홈플러스 27개 점포에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이 중 경기도 점포가 3분의 1가량을 차지한다.
올해 3월 기준 경기도내 계약 해지 점포에서 일하는 정규직 직원은 942여 명으로 도내 전체 직원(4천573명)의 약 4분의 1에 달한다. 특히 북수원점은 직원 수가 186명으로 경기도에서 두번째로 많고, 시흥점·파주운정점·안산고잔점·동수원점 등도 직원 수가 각각 100명이 넘는다.
홈플러스 측은 계약 해지 통보로 폐점이 확정된 것은 아니라며, 폐점하더라도 직원들을 타 매장에 배치해 고용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직원들은 점포 이동을 가장한 구조조정이라고 지적했다. 홈플러스 북수원점에서 13년째 일하는 안모(56)씨는 “대형마트는 문을 일찍 열고 늦게 닫기 때문에 직원들이 첫차·막차를 타고 출퇴근한다. 집에서 먼 점포로 발령이 나면 사실상 통근이 불가능해진다”고 지적했다. 안 씨는 “옮긴 매장이 문을 닫지 않는다는 보장도 없다. 정년까지 매장을 떠돌라는 뜻이냐”고 토로했다.
홈플러스의 물류를 담당하는 화물 노동자들 역시 폐점으로 일감이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화물연대본부 서울경기지역본부에 따르면 현재 화물차 1천400여대가 홈플러스의 경기도 물류를 운반하고 있다.
화물연대본부 장정훈 서울경기지역본부 본부장은 “북수원·일산 등 매출이 높은 점포가 문을 닫으면 물류센터의 운송 물량은 대폭 줄어들 수밖에 없다”며 “화물 기사들은 운송 양만큼 돈을 벌기 때문에 일감이 줄면 수입에 직격타를 맞는다”고 설명했다. 또 온라인 주문 상품을 매장에서 집집마다 배송하는 화물 기사들은 점포 폐점 시 곧바로 일자리를 잃는다.
홈플러스 노동자들은 이날 오전 10시 홈플러스 북수원점 앞에서 홈플러스 최대 주주인 MBK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회생 절차를 명분으로 한 무차별 계약 해지를 중단하고, 지역 일자리를 지킬 실질 대책을 제시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마주영기자 mango@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