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탄 납치살인’ 전문가 제언
가정 평화·안정 취지 낡은 조항
반의사 불벌 독소조항 폐지하고
가해자 의무체포·GPS 부착도

동탄에서 교제하던 여성을 폭행해 분리조치된 30대 남성이 다시 여성을 찾아 납치 살해한 사건은 경찰 부실 대응의 민낯뿐 아니라 법이 얼마나 피해자 보호에 동떨어져 설계돼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가정폭력이 살인 등 강력범죄로 뻗어나가는 비극의 고리를 끊으려면 재범 위험이 큰 가해자를 사회로부터 격리할 강력한 제재 방안을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가정폭력 사건에서 독소로 꼽히는 ‘반의사불벌’ 조항 폐지는 무엇보다 시급한 개선 과제다. 가정폭력 사건의 대다수 유형인 폭행·협박은 피해자 의사에 따라 처벌되지 않을 수 있는 범죄다. 이는 가해자 처벌을 보복 위험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특수관계의 피해자에게 맡기게 되면서 처벌 의사를 밝히기조차 어려운 구조를 만든다. ‘동탄 납치 살인’ 피해자 역시 초기 신고 때 보복 위협에 떨며 처벌불원 의사를 냈는데, 사실상 강압된 진술로 가해자에게 ‘재범 기회’를 준 셈이 됐다.
허민숙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가정폭력처벌법에서 반의사불벌 적용을 없애는 건 가해자의 추가 범죄를 막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며 “이는 ‘가정의 평화와 안정’을 위한다는 취지의 가정폭력처벌법 목적 조항이 남아 있기 때문인데 이 낡은 조항 또한 ‘관계성범죄 피해자 인권을 보호한다’는 내용으로 전면 개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추가 범죄 위험이 높은 가해자에 대한 격리 조치가 강화돼야 한다고도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유한별 변호사(법률사무소 내곁애)는 “가해자가 접근금지 명령 등의 긴급임시조치를 위반할 경우 형사처벌이 가능하도록 법령을 개정해야 한다”며 “과태료 부과 수준에 그치는 지금의 처벌 수위는 피해자를 지키기엔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했다.
‘강압적 통제’ 개념을 법률에 넣어 신고 상황에서 물리적 폭행이 없더라도 피해자 상태를 면밀히 관찰하는 한편 가해자를 적극적으로 격리할 수 있는 근거를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강압적 통제는 친밀 관계의 피해자가 가해자에 의해 완전히 압도·장악된 상태를 뜻한다. 허 조사관은 “신체 폭력 없이 어떤 것도 할 수 없는 상태인 통제 상황이야말로 극도의 위험 증거이기 때문에, 이 개념을 도입해 관리할 필요가 있다”며 “스토킹처벌법에 근거가 있는 GPS전자장치를 가정폭력 가해자에게 부착시켜 접근을 원천 금지토록 하는 방안을 도입하고, 위험군에 대한 ‘의무체포’ 논의도 이제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일련의 가정폭력처벌법 개선 과제 전반은 법률 보호 대상을 혼인·동거 관계가 아닌 친밀 관계로 넓히는 것을 전제해야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제언한다. 유 변호사는 “혼인 등 관계 이상으로 친밀성이 확장된 지금 시기에 젠더폭력 문제를 대응하기엔 법의 한계가 있어 보호 범주를 확장해야 한다”고 했다. 허 조사관은 “교제폭력 피해자도 가정폭력처벌법 범주 안에서 보호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수사기관 현장 대응의 혼란을 줄이기 위해서도 일원화된 체계로의 변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조수현기자 joeloac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