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외·재외투표서 김문수 앞서… 보수 텃밭 균열 조짐
노무현 이후 역대 민주당 계열 후보 최고 득표율

2025년 제21대 대통령선거가 더불어민주당 후보로 출마한 이재명 대통령 당선으로 마무리된 가운데, 인천 옹진군에서도 미묘한 변화의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오랜 기간 보수 정당의 견고한 지지 기반으로 여겨졌던 이 지역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역대 민주당계 후보 가운데 두 번째로 높은 득표율을 기록하며, 이른바 ‘보수 철옹성’에 균열을 낸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인천의 10개 군·구 가운데 8곳에서 1위를 차지했으나, 유일하게 강화군과 옹진군에서는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에게 1위를 내주었다. 특히 옹진군은 백령도·대청도·연평도 등 서해5도를 포함하는 지역으로, 인천 내에서도 대표적인 보수 강세 지역으로 꼽힌다.
실제로 옹진군에서는 김문수 후보가 유효투표수 1만4천414표 중 7천816표(54.22%)를 얻어 과반 이상의 득표율로 1위를 차지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5천369표(37.24%)로 뒤를 이었으며,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가 1천102표(7.64%), 민주노동당 권영국 후보가 104표(0.72%)를 얻었다.
이 같은 수치만 보면 보수 정당이 여전히 이 지역에서 견고한 지지층을 유지하고 있는 듯 보인다. 그러나 조금 더 깊이 들여다보면, 이번 선거 결과에는 중요한 변화의 조짐이 숨어 있음을 알 수 있다.
먼저, 관외 사전투표와 재외투표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김문수 후보를 앞서는 결과를 보였다. 이 대통령은 관외 사전투표에서 1천435표, 재외투표에서 32표를 각각 얻었고, 이는 김 후보의 관외 사전투표(1천313표)와 재외투표(5표)를 앞선 수치다. 이는 옹진군 외부에 거주하는 청년층이나 해외 유권자 사이에서 이재명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높았다고 분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무엇보다 주목할 점은 이재명 대통령이 기록한 37.24%라는 득표율이다. 이는 민주당 계열 후보로서는 역대 옹진군 선거 결과 중 두 번째로 높은 수치다. 2002년 제16대 대선에서 노무현 후보가 기록한 37.53%에 단 0.29%p 차이로 근접한 것이다. 3년전 제20대 대선 당시 이재명 대통령 본인이 기록한 35.58%보다도 상승한 수치다.
반면 김문수 후보가 얻은 54.22%의 득표율은 여전히 높은 수치이지만, 과거와 비교하면 보수 진영의 압도적인 우세는 다소 희석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할 수 있다. 예컨대 2012년 제18대 대선에서는 박근혜 후보가 옹진군에서 무려 71%의 득표율을 기록하며 문재인 후보(27%)를 44.78%p 차이로 크게 앞질렀다. 이번 선거에서는 그 격차가 단 17%p 수준으로 줄어든 셈이다.
옹진군에서 보수 정당이 여전히 지역에서 우세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 격차는 과거에 비해 상당히 줄어들었고 민주당이 장벽을 허물기 시작했다고 분석도 충분히 가능하다.
이 같은 결과는 단순한 선전을 넘어 지역 정치지형에도 변화가 일어나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로 해석할 수 있다. 이번 대선의 흐름이 내년 지방선거 등 이후 선거로 이어질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김성호기자 ksh96@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