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7월부터 ‘현금 없는 버스’ 시범운영

인천·서울 등 다른 광역단체에서도 확대 추세

도입 시 효과 두고 버스기사들도 의견 분분

/클립아트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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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버스 요금을 교통카드로만 받는 ‘현금 없는 버스’가 늘어나는 점을 두고 기대와 우려의 시각이 공존한다.

이를 도입하는 일선 지방자치단체들은 현금 사용이 줄어드는 만큼 효율적인 요금 관리가 가능한 ‘현금 없는 버스’ 도입이 무리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상대적으로 현금 사용이 더 익숙할 고령층 등 교통약자를 위한 대책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도입이 아직은 이르다는 의견이 맞선다.

6일 경기도에 따르면, 도는 오는 7월 1일부터 도내 일부 광역버스를 대상으로 ‘현금 없는 버스’를 시범 운영한다. 대상은 3302번·3202번(시흥), 7002번(수원), 6012번(화성), 8300번(양주) 등 5개 노선·25대다. 도는 이번 시범사업에서 발생한 문제점 등을 보완해 향후 대상 노선을 단계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현금 없는 버스는 경기도뿐만 아니라 서울·인천 등 다른 광역자치단체에서도 확대하는 추세다. 인천시는 지난 2022년 현금 없는 버스를 도입해 올해부터 준공영제 전체(157개 노선·1천962대)로 확대했다. 2021년부터 현금 없는 버스를 시범 운행한 서울시는 최근까지 180개 노선·2천942대로 늘렸는데, 이는 시내버스 전체의 약 40%에 해당한다.

현금 사용이 줄어드는 만큼 효율적인 요금 관리와 배차 지연 방지 등을 위해 현금 없는 버스를 도입하는 것인데, 이에 대한 의견은 엇갈린다.

다음 달 1일부터 경기도 ‘현금 없는 버스’ 시범 대상이 되는 3302번·3202번 버스./시흥시 제공
다음 달 1일부터 경기도 ‘현금 없는 버스’ 시범 대상이 되는 3302번·3202번 버스./시흥시 제공

버스기사들은 대체로 환영했다. 현금을 사용하는 승객이 드물뿐더러 현금 사용으로 인해 발생하는 배차 지연을 줄일 수 있어서다. 실제로 경기도가 시범 사업을 추진하는 노선들의 현금 사용률은 3302번 0.12%, 3202번 0.07%, 7002번 0.21%, 2012번 0.04%, 8300번 0.27% 등 매우 낮은 수준이다.

16년차 버스기사 손명승(47)씨는 “최근에는 버스에서 현금을 사용하는 사람이 거의 없다”며 “현금 없는 버스가 도입되면 기사 입장에선 편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 달 시범적으로 현금 없는 버스가 되는 7002번 버스를 운행하는 임모(42)씨는 “간혹 버스 요금으로 5만원권 등 고액권을 내시는 분들이 있는데, 동전으로 거슬러줘야 해 시간이 오래 걸린다”며 “현금 없는 버스가 도입되면 시간 지연이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아직 현금 없는 버스 도입이 시기상조란 반론도 제기된다.

수원에서 서울로 향하는 광역버스를 운행하는 김석기(65)씨는 “하루에 5~10명 정도는 현금을 사용한다. 어르신들뿐만 아니라 젊은 사람들도 종종 있다”며 “현금 사용이 안 되는 점을 이용해 요금을 안 내고 타는 등 악용하는 사람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아직은 이르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1주일에 2~3회 버스를 타고 마트나 병원을 다닌다는 이모(71)씨는 “가끔 교통카드를 집에 두고 나올 때는 현금을 내곤 하는데, (현금 없는 버스가 많아지면) 그럴 때마다 난감할 것 같다”며 “굳이 현금 사용을 못하게 할 필요까지 있을까 싶다”고 걱정했다.

도는 교통카드가 없을 시 현금 납부 대신 버스 내에 비치된 요금 납부 안내서를 통해 계좌로 이체하면 된다는 입장이지만, 상대적으로 금융 생활 등에서 취약한 소비자들을 위해 신중하게 도입해야 한단 지적이 나온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현금 없는 버스는) 노인·외국인 등 취약 소비자들의 소비 생활 복지를 침해할 가능성이 크다”며 “추가적으로 비용이 들더라도 최후의 한 사람까지 돌본다는 복지의 관점에서 신중하게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이에 경기도 관계자는 “승객 불편이 없도록 충분히 사전 홍보를 할 예정”이라며 “시범 사업 이후 확대할 때 고령층이나 외국인이 사용하지 않는 노선 위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태강기자 think@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