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들어 동북아 중심도시로의 발전 가능성이 가장 높은 곳이 어디냐고 묻는다면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주저없이 인천을 꼽는다. 인천국제공항 개항을 계기로 인천이 물류 및 교역의 중심지로 부각되고 있기 때문이다.
60년대 산업성장 정책에 따라 수도권 관문으로서의 역할과 기능을 부여받은 인천에는 공단을 중심으로 기업이 몰려들기 시작한다. 굴뚝산업, 목재산업, 공해성 기업들이 서울에서 인천으로 속속들이 옮겨왔다.
지난 81년에 발표된 광공업통계조사서에 따르면 5인이상 사업체를 기준으로 이전경험이 있는 업체는 128개에 달한다. 서울에서 102개 업체가, 부산과 대구에서 각각 1개, 경기도에서 24개가 이전해 왔다. 반면 당시 인천에서 타지역으로 이전한 기업은 43개 업체로 조사됐다. 이는 80년대 이전에는 인천으로 이전한 기업의 수가 인천에서 타지역으로 이전한 기업보다는 훨씬 많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80년대 후반들어서는 정반대의 현상이 나타났다.
대한국토도시계획학회지에 실린 '수도권지역 기업본사의 입지이전 경로와 특성에 관한 연구'자료를 살펴보면 좀더 구체적인 이전수치가 보인다. 우리나라 3천대 기업중 수도권에 본사를 둔 기업은 지난 85년 1천456개. 이중 인천에 공장을 둔 기업수는 151개 업체로 10.4%에 이른다. 그러나 90년에는 수도권 본사업체가 1천993개로 늘어났지만 인천에 공장을 둔 업체는 190개 업체로 9.5%로 비율이 줄어든데 이어 95년에는 1천950개 업체중 131개 업체(6.7%)만 인천에서 공장을 운영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수도권에 본사를 둔 업체가운데 인천에 본사를 둔 업체는 지난 85년 98개로 6.7%, 95년 6.7%를 각각 유지했지만 95년에는 5.3%로 크게 줄었다. 한마디로 공장의 타이전 속도가 확산돼 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같은 변화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올초 인천발전연구원이 인천의 기업환경을 조사한 결과 기업환경이 열악하다는 점이 그 원인이다. 이중 하나가 수도권정비계획법이다. 기업은 확장과 변화를 생명으로 하고 있지만 수도권과밀억제권역으로 묶여 공장총량제가 적용되다보니 땅은 많아도 공장을 지을 곳이 마땅찮은 게 바로 인천의 현실인 것이다. 남동공단 관계자들은 “자금과 인력, 기술개발에 가장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물류수송 또한 해결과제”라고 지적한다. 또한 인천항 배후지에 자리잡고 있는 남동공단 업체들이 인천항이 아닌 부산항을 이용하면서 엄청난 물류비용에 시달리는 것도 문제다.
그리고 자금조달이 어려운 점도 인천에서의 기업활동을 어렵게 하는 또 다른 이유다. 금융시스템 부재, 고급인력의 부족 등도 벤처기업들이 인천에서 정착하지 못하는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현재 무역을 취급하는 업체들은 서울을 선호한다. 외국 바이어들이 투숙하고 자유롭게 비즈니스를 할 수 있는 호텔마저 변변치 못한 것도 무역업체들의 인천기피현상을 더욱 가속시키고 있는 실정이다.
지금 인천은 공항의 개항, 중국의 부상, 동북아 비즈니스센터 유치 등 기업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긍정적인 요소가 조성됐지만 기존의 기업들은 큰 혜택을 보지 못한다. 왜냐하면 인천이 국제도시로서 서비스, 물류중심으로 발전하면 할수록 지가는 더욱 상승하고 환경규제는 한층 강화될 것으로 보기 때문.
때문에 인천의 기업들은 기회만 있으면 인천을 떠나려하고, 산업구조는 빠르게 재편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에 본보도 창간 42주년을 맞아 왜 인천 기업이 인천을 떠나는지를 각계 전문가와 인천발전연구원 등의 도움을 받아 그 변화된 환경을 진단하고 대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열악한 환경' 인천 기업이 떠난다] 점점 강화되는 '규제' 인천 기피현상 가속도
입력 2002-09-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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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09-03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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