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경지역 본격개발이 가시권에 들어왔다. 정부가 지난 9일 국무회의에서 접경지역 지원지침을 심의·의결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경기북부, 인천 강화·옹진, 강원북부 등 접경지역은 올 1년간 계획수립을 거쳐 내년부터 10년간 개발될 것으로 전망된다. 접경지역들로서는 비로소 획기적 전기를 맞은 셈이다. 물론 체계적인 균형개발이라는 만만치 않는 과제를 제대로 이뤄낼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 기대와 우려가 엇갈리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들 지역 주민들이 그동안 상대적 낙후로 인한 극심한 박탈감에 시달려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일단 크게 환영하지 않을 수 없다.
 접경지역 주민들은 지난 50년간 분단과 냉전에 따른 고통을 자기 땅에서 고스란히 감내해야 했다. 이들은 군사시설보호구역, 그린벨트, 수도권정비계획법 등 이중삼중의 규제에 시달리면서 재산권에 제약을 받기 일쑤였다. 도로 상하수도 등 도시기반시설 또한 크게 뒤져 삶의 질 면에서도 큰 불만을 갖지 않을 수 없었다. 이들에게 희생을 요구하는 일은 더이상 정당화될 수 없다. 남북화해시대와 통일시대에 대비한 접경지역 개발의 당위성 못지않게 주민들의 입장에서 개발의 문제를 풀어나가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그러므로 접경지역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주민의 삶의 질 향상이라는 목표를 벗어나는 일이 있어서는 안될 것이다.
 아울러 국토의 다른 부분들처럼 기형개발 혹은 난개발되는 일이 없도록 처음부터 세심하게 구상해서 일을 진행해야 한다. 접경지역은 그동안 개발욕구가 억눌렸던 지역이기 때문에 자칫하면 그 반작용으로 무질서하고 무분별한 마구잡이 개발이 추진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 과정에서 그동안 어느 지역보다 양호하게 보전돼온 접경지역의 생태계와 자연환경이 돌이킬 수 없게 훼손될 수도 있다. 당국은 시작단계부터 이러한 우려를 근본적으로 막을 수 있는 대책을 철저하게 세워두지 않으면 안되리라고 본다. 확고한 원칙 아래 보전과 개발의 균형을 잡아나가는 자세를 갖춰야 하는 것이다.
 접경지역 개발은 결코 서두를 문제가 아니다. 지역주민이나 자치단체 입장에서는 답답하고 조급할 수도 있으나 지금 첫발을 잘 딛지 않으면 오히려 멀지않은 장래에 해결불가능한 어려움에 직면할지도 모른다. 눈앞의 이익보다는 통일시대 명실상부한 국토의 허리로서 제역할과 기능을 다하는 접경지역이 되도록 하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