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위기를 거치면서 노동계는 그동안 일자리 나누기를 통한 고용안정을 위해 근로시간의 단축을 계속 요구해왔다. 이후 지난 98년2월 제1기 노사정위원회가 열려 이 문제를 다루기 위한 근로시간위원회를 구성키로 합의한바 있다. 2년여동안 정부와 재계, 노동계가 첨예하게 대립했던 주5일 근무제 도입을 위한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최근 입법 예고했다. 이번 개정안을 만드는 과정에서 노사정 협의를 토대로 노사의 주장을 절충한 형태이나 재계, 노동계 모두 양측의 불만은 여전히 남아 있다.
정부안은 내년 7월부터 주5일근무제를 순차적으로 도입하되 30인 미만의 중소 사업장은 대통령령으로 시행시기를 추후 정하는 한편 연월차는 연간 15~25일로 하며 생리휴가 무급화, 향후 단계적으로 주 40시간근무 적용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이를 위해서는 입법화 과정에서 어려운 점이 한 두가지가 아닐 것으로 예상된다. 근무여건과 회사의 전통, 생활방식 등이 서로 다른 기업들을 하나의 법테두리로 묶는 일이라든지, 특히 중소기업들의 경우 근로조건 개선이 시급한 것이 현실이지만 실상은 영세화, 제조업의 공동화로 이어져 자칫 설 땅을 잃어가게 되지나 않을까 우려스럽다.
이미 금융권은 주5일근무에 들어간지 두 달이 넘었고 공무원들에게까지 확산되는 추세에 있다. 이에 따라 대기업과 중소기업들까지 바로 영향을 미쳐 휴무를 실시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중소기업들은 토요휴무에 따른 비용절감 효과는 미미한 반면 납품기일이나 생산량을 맞추기 위한 임금추가부담이 적지 않은 등 문제점이 표출되고 있다. 주5일제 근무의 출발은 외국의 사례에서 보듯이 삶의 질 향상에 있으나 그에 못지 않게 기업 현실이 이를 받아들일 처지가 안된다면 소용이 없는 것이다. 따라서 입법화 과정에선 단계적 도입의 원칙 아래 시행시기와 대상 등 모든 면에서 충분한 의견수렴이 이뤄지기를 바란다.
주5일제는 일단 국회로 넘겨졌지만 여야간에도 입장차가 커 논란이 예상된다. 민주당은 연내 입법화 방침을 12일 밝혔다. 여하튼 사회적 관심이 크고 중요한 문제를 입법화하는 과정에서 매끄럽게 조화해 내는 일이야말로 국회의원들의 몫이다. 중소기업에 대한 세제 및 금융지원 등의 보완책을 비롯해 정치권에서도 철저한 준비를 바란다. 경제계나 노동계 모두도 한걸음씩 양보하는 자세가 필요할 때다.
국회로 넘어간 주5일 근무제
입력 2002-09-12 00:00
지면 아이콘
지면
ⓘ
2002-09-12 0면
-
글자크기 설정
글자크기 설정 시 다른 기사의 본문도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가
- 가
- 가
- 가
- 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