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
지난 8월 12일 오후 너댓명의 아이들이 괴성을 지르며 광주시 오포읍 양벌리 인근 경안천으로 뛰어들었다.
한 아이가 집중호우로 물이 크게 불었다며 빨리 나오라고 손짓했지만 이미 물 속에 발을 담근 아이들은 마냥 신나 보였다.
하지만 이들의 물놀이는 1분도 채 지나지 않아 끝이 났다. 가까이 다가선 경안천에는 여전히 시꺼먼 오폐수가 띠를 이루고 있었고, 매캐한 냄새가 코를 찔렀기 때문이다.
경안천을 따라 광주 시내로 달리자 제방 곳곳에 호우로 쓸려 내려온 폐타이어, 폐스티로폼등 생활쓰레기가 가득했다. 낚시나 수영등을 금지한다는 푯말 옆에선 어김없이 몰상식한 낚시꾼들이 진을 치고 있었고, 술판을 벌이는 모습도 종종 눈에 띄었다.
주민 유영순(58·여)씨는 “그나마 비가 많이 와 나아졌다. 갈수기 때는 코를 막지 않고 지나다닐 수 없을 정도다. 낚시꾼들이 몰린 것도 모처럼의 일이다”고 말했다.
'죽은 하천' 경안천에 생명을 불어넣기 위한 작업이 한창 진행되고 있으나 여전히 2천200만 수도권 시민들의 식수원인 팔당호 오염의 주범이란 오명을 씻기엔 역부족이다.
용인시 호동에서 발원해 광주시 전역을 거쳐 팔당호까지 이어지는 총 연장 45㎞에 달하는 경안천. 지난해 8월부터 서울지방국토관리청이 200여억원을 들여 제방 신·보축과 하천 생태계 복원사업을 벌이고 있다. 7개 보에 어도(고깃길)를 뚫고 갈대등 정수식물을 대거 식재해 경안천의 자정기능을 살리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광주와 용인경계에서 수질오염원이 대거 유입돼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용인시 모현면 일대의 축산농가에서만 하루 300t의 축산폐수가 쏟아져 내려오고 있다.
지난 7월29일 광주시의회가 모현면 소재 환경사업소 인근의 수질을 채취해 오염도를 조사한 결과 배출구에선 생물학적 산소요구량(BOD)이 35.4ppm, 인근 하수구에선 234.6ppm이 각각 검출됐다. 5급수(10ppm이하) 이하의 최악의 수질인 셈이다. 이 때문에 광주시가 지난 99년부터 추진한 오염총량관리계획도 큰 차질을 빚고 있다.
환경부는 경안천의 수질목표를 BOD 3.69ppm 이하로 못박고 있는 반면 광주시는 모든 지류에서 1급수만 유입된다 해도 4.36ppm 이하는 힘들다고 맞서고 있어 그 피해가 고스란히 수도권 시민들의 몫으로 전가되고 있다.
이같은 실정은 비단 경안천뿐아니다. 경기북부지역의 대표 하천인 신천의 경우도 마찬가지로 많은 하천이 오염에 시달리고 있다.
남쪽 양주군을 필두로 동두천시를 거쳐 최북단 연천군 한탄강으로 흘러드는 신천.
지난 70년대만 하더라도 주부와 아이들이 모여 빨래와 멱을 감았던 신천은 10여년전부터 정겹던 자취는 사라지고 이젠 더 이상 자정능력을 상실한 하천으로 전락했다.
한때 시민들의 젖줄로 불릴 만큼 맑고 깨끗했던 하천이 양주군~동두천시에 이르기까지 섬유·피혁공장이 들어서면서 푸른 빛을 잃어가기 시작, 죽은 하천으로 변해갔다. 신천지류인 상패천은 인근 양주군 은현면 축산농가와 폐기물 처리업소등지서 발생한 폐수가 하천으로 유입, 대대적인 준설과 인근 지역정비 없이는 회생이 거의 불가능한 상태다.
지난 93년과 2000년 시는 상봉암동과 동두천동일원에 공업단지를 조성, 현재 섬유·피혁등 39개 업체가 입주해 있다.
그러나 원자재 가공수준에 불과한 탓에 업체의 경영상태는 갈수록 악화, 엄청난 처리비용이 소요되는 오·폐수처리시설 가동을 중단했다.
이는 하천오염을 말하는 것으로 공단내 S섬유와 D피혁공장등지에서 정화처리 되지 않은 붉은녹물과 폐수가 배출, 농업용수로도 사용이 불가능하다는 것이 현지 주민의 설명이다.
상봉암동 근처 물막이보는 아예 먹물빛으로 변했고 하천바닥위에 노출된 오·폐수 배출관은 암울한 신천모습을 여과없이 드러냈다.
간혹 철새들이 먹이를 찾아 모여들지만 고기를 낚아채는 모습을 찾아보기조차 어렵다. 총연장 38.34㎞ 신천오염은 양주군과 동두천시만의 문제가 아니다.
연천군은 합류지점인 청산면 대전교밑에서부터 한탄강 유원지까지 2㎞에 걸쳐 분리둑을 설치할 정도다. 그러나 이같은 노력도 헛수고로 지난해 4월 분리둑이 붕괴되면서 물고기 떼죽음 사태를 맞는 등 10여년전 맑고 푸른 한탄강에 북새통을 이룬 행락객 흔적은 전설속으로 묻혀버렸다.
주민 김모(52·동두천시 생연동)씨는 “신천에 물고기가 풍부해지면 그야말로 살기좋은 전원도시로 다시 돌아갈 수 있는데…”라고 아쉬워하며 근본적인 해결책을 바랐다. <동두천·광주>
◆ 굴포천 하수처리장 수질개선 '성공사례'
하천수질개선의 성공사례로 부천의 굴포천하수종말처리장을 들 수 있다.
부천시는 굴포천 하수종말처리장과 굴포천 하수처리장방류수 재이용(중수도사업), 굴포천방수로정비사업을 차질없이 진행하면서 수질개선 효과를 보고 있다.
굴포천 하수종말처리장 1단계와 2동두천·광주>
[지방하천을 살리자] 경안천·신천 오염현장을 가다
입력 2002-09-02 00:00
지면 아이콘
지면
ⓘ
2002-09-02 0면
-
글자크기 설정
글자크기 설정 시 다른 기사의 본문도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가
- 가
- 가
- 가
- 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