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線)이 없어 자유롭게, 어디서든 마음대로'.

바야흐로 무선원격시대가 활짝 열리고 있다. 휴대폰과 PDA, 무선랜을 이용해 어디서든 무선인터넷에 접속하고 각종 가전제품이나 사무기기 등을 무선으로 제어하는 시대가 본격화되고 있는 것이다. 휴대폰 3천만 시대를 이미 넘어서고 PDA와 무선랜이 본격적으로 대중화되면서 기업들은 이들 무선기기들을 기반으로 하는 제품과 서비스를 속속 내놓고 있다. 또 한번의 정보통신 혁명으로 불려지고 있는 무선원격시대의 모습을 한사람의 일상을 통해 살펴본다.

대기업 기획실에 근무하는 김지호(38)씨의 요즘 별명은 '무선맨'이다. 휴대폰과 PDA, 그리고 최근 그의 노트북에 설치한 무선랜까지 그는 '무선 3총사'를 모두 보유하고 있고 또 거의 모든 업무를 이들 무선기기들을 이용해 처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이들 무선 3총사들을 회사의 업무뿐 아니라 일상적인 생활에까지도 멋지게 활용함으로써 동료들로부터 부러움의 대상이 되고 있다. 그의 하루생활을 살펴보면 이들 무선 정보통신 기기들의 위력을 실감할 만하다.

휴대폰에서 흘러나오는 부드러운 멜로디의 모닝콜로 눈을 뜨는 그의 무선생활은 아침 출근길에 PDA로 무선인터넷에 접속해 교통상황을 파악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큰길의 교통상황이 좋지 않으면 좀 돌더라도 지체없이 간선도로로 우회하기 때문에 그는 길에서 시간을 허비하는 일이 거의 없어졌다. 때때로 업무로 인해 잘 모르는 장소를 찾아가야 할 때도 PDA나 노트북의 무선인터넷으로 미리 지도를 확인하고 가기 때문에 별 어려움 없이 어디든 달려갈 수 있게 되었다. 덕분에 그는 요즘 '시간을 잘 지키는 사람'으로 칭찬을 받는 일이 많아졌다. 김지호씨는 관련업체들로부터 들어오는 중요한 이메일도 노트북의 무선인터넷은 물론이고 휴대폰과 PDA까지 동원해 수시로 확인한다.

요즘에는 커다란 그래픽 파일을 제외한 거의 대부분의 문서를 휴대폰이나 PDA로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이메일을 확인하기도 아주 간편해졌다. 어제는 회의중에 거래업체로부터 들어온 중요한 이메일을 PDA로 확인해 즉석에서 보고를 함으로써 상사로부터 업무능력이 뛰어나다는 칭찬을 받기도 했다.

집에 혼자 계신 연세 많으신 노모(老母)에 대한 걱정도 이제는 훨씬 덜었다.

PDA나 노트북의 무선인터넷으로 홈 네트워크에 접속해 현관문의 상태를 확인하고, 집에 방문자가 찾아왔다는 메시지가 뜨면 화상으로 확인해 문을 열어준다. 날씨가 무더울 때는 집안의 온도를 확인해 원격제어로 어머니 방의 에어컨을 켜드리기도 한다. 며칠 전에는 거동이 불편하신 어머님의 건강이 염려되어 휴대폰을 이용해 원격 건강진단을 받았는데, 다행히 큰 문제가 없다는 결과를 받아서 한결 마음이 놓인다.

며칠후로 예정된 미국 출장은 잠시 지하철을 타고 거래업체를 찾아가는 동안 지하철 안에서 휴대폰 무선인터넷으로 비행기 예약을 했다. 비행기 예약을 끝내고 잠시 남는 시간에는 요즘 투자하고 있는 주식의 주가를 확인하고, 동료로부터 추천받은 주식을 큰마음 먹고 100주 정도 구매했다.

저녁때는 아내로부터 차에 이상이 생겼다는 연락이 왔다. 원격차량진단 서비스를 이용해 확인해보니 엔진에 이상이 생긴 것 같았다. 곧바로 가까운 자동차 정비업소를 검색해 아내의 차를 부탁하고, 아내에게는 택시를 타고 집에 들어오라고 연락을 해 놓았다.

집에 돌아와서는 데스크탑PC를 차지하고 있는 아들녀석과 노트북으로 네트워크 게임을 했다. 자기 방에서 키보드를 두드린 아들과 거실에서 노트북의 키보드는 두드린 아버지의 네트워크 게임 대결은 결국 아들의 승리로 끝이 났다.

아들녀석을 먼저 잠자리에 들게하고 노트북으로 몇가지 업무를 처리한 그는 마지막으로 무선 홈네트워크 단말기를 통해 집안의 문단속 상황을 점검한다. 베란다의 창문이 덜 닫혀있음을 확인하고 베란다 창을 잠근 후 편안한 마음으로 잠자리에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