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중심으로 우뚝선 '동아시아’와 남북관계

21세기 신새벽이 열리면서 세계질서는 큰 지각변동을 하고 있다. 구소련의 붕괴와 동구 공산권의 민주화가 진행되면서 냉전질서가 종식됐고 '세계화’, '정보화’와 '개방화’, '협력화’의 물결, 그리고 '과학’과 '정보기술’의 눈부신 발전을 바탕으로 세계는 하나의 '지구촌’을 형성하고 있다.

특히 냉전시대가 종식되면서 공허해진 세계사적 이념으로 '신자유주의’와 '포스트 모더니즘’이란 새로운 패러다임이 등장하면서 세계는 이제 '총성없는 경제전쟁’의 새로운 질서로 재편되고 있다. 여기에 꾸준한 개방과 개혁정책을 추진해 온 중국이 WTO(세계무역기구)에 가입하면서부터 세계 경제판도가 미국과 유럽 중심에서 급속히 동아시아, 특히 동북아시아 중심으로 이동, 3대 교역권으로 분활되고 있다.

이같은 변화의 시기에 맞춰 세계 각국은 미래를 향한 적극적이고 과학적인 '세계구상’에 돌입했고 우리나라도 '동북아의 비즈니스 경제중심지’로 자리매김하기 위한 기반구축에 나서는 등 세계 흐름에 뒤쳐지지 않기 위한 각고의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한반도 주변의 정세도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미·일·중·러 주변 4개국은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형성하면서 협력이 가능한 사안을 중심으로 상호 실리를 극대화해 나가고 있다. 특히 세계 분단의 유일국가인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 유지가 그들의 국가이익에 부합된다는 입장에서 대(對)한반도 정책이 포용과 실리의 정책으로 변화해 가고 있다.

국제정세의 변화는 우리에게 '도전'과 '기회'라는 양면적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21세기 세계경제의 가장 역동적인 지역인 동아시아의 경제중심지로 우뚝서기 위한 '도전'과 반세기 이상 지속돼온 분단을 극복, 궁극적으로는 민족 숙원인 남북통일을 일궈내는 '기회'가 우리에게 한꺼번에 주어진 것이다.

동아시아의 경제중심지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경제적 금융적 지역공동체 구축을 통한 동아시아의 통합을 주도적으로 이뤄내야 한다. 세계경제를 좌지우지한 유럽연합(EU)이나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에 버금가는 동아시아의 경제적 금융적 공동체를 구축, 지역내에서 자유무역을 통한 경쟁력 확대와 동아시아 국가간 전략적 경제제휴를 통해 우리의 경제가 제2의 도약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우리 정부는 이를 위해 '동남아 연합국가(ASEAN)+3'을 중심으로 한 동아시아 협력의 틀을 장기적으로 동아시아 정상회의로 대체할 것을 제안했고 한·중·일 자유무역협정을 제안하는 등 동북아 경제통합을 적극 추진해 왔다.

우리나라가 동아시아 통합을 주도적으로 이뤄낸다면 남북관계도 큰 변화를 맞을 것이다. 동아시아 통합은 한반도의 평화정착을 전제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남북관계는 민족 내부의 문제만이 아니다. 세계질서의 재편으로 남북관계는 동아시아의 안보공동체, 경제공동체란 큰 틀속에서 풀어나가야 하는 동아시아 공통과제로 변하고 있다.

남북관계가 대립과 반목관계로 유지될 경우 동아시아 각국의 협력은 이뤄질 수 없고 세계시장의 수요를 요구하는 미국이나 유럽의 경제적 힘에 눌려 또다시 종속관계로 전락하는 불운을 겪을 수 밖에 없다. 따라서 동아시아의 ‘힘’, ‘경쟁력’을 쌓기 위해선 남북관계가 화해와 협력으로 지속돼야 하고 그 속에서 자연스럽게 ‘통일’이란 결정적 계기를 찾아야 한다.

◇북한의 변화

최근 북한이 변화의 길로 접어들고 있음이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그동안 중앙집권식 명령형 계획경제를 고수해왔던 북한이 지난 7월부터 '사회주의 계획경제의 개선·완성'이란 목표를 내걸고 실리추구정책을 추진하기 시작했다.

그 첫째로 모든 생산물을 제 가치대로 계산해야 실리를 보장할 수 있다는 전제 아래 물가인상 및 임금현실화를 추진하고 있고 공장·기업소들이 '번 수입에 의한 평가'를 받는 독립채산제를 실시하고 있으며 '일한 것만큼 분배를 받는다'는 사회주의 분배원칙을 실시하는 경제개혁을 단행, 북한 주민들의 경제생활변화가 이뤄지고 있다고 일본 교도통신은 전하고 있다.

또 사상과 언론을 철저하게 통제해오던 과거에서 벗어나 인터넷에 대한 전면적인 접근을 오는 10월께 허용할 계획이라고 교도통신은 보도했다. 인터넷 보급은 북한이 개방화정책으로 전환했음을 반증하는 것이고 경제개혁 또한 21세기 지식기반사회의 핵심인 정보기술(IT)산업에 초점을 맞추고 있음을 암시하는 것이다.

이 때문일까.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은 최근 인터넷판을 통해 북한이 경제개혁과 개방정책 조짐을 보이면서 외국투자자들이 투자를 시작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북한은 또 지난 1994년 김일성 주석의 사망으로 주춤했던 나진·선봉 경제특구 등의 경제개방 정책을 지난해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중국과 러시아를 방문한 이후 신의주 개발과 경제특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