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관, 박물관 등 문화시설을 건립하는 삽질 소리가 요란하다. 문화시설을 비롯한 문화자원은 주민의 생활을 풍요롭게 하는 자산일 뿐 아니라 훌륭한 관광자원이고 표준형 인간보다 창의적인 인간, KS마크보다 GD(굿 디자인)마크가 선호되는 우리 시대의 발전을 가름하고 미래를 준비하는 삶의 필수 환경이다. 이에 본보는 속속 늘어나고 있는 경기·인천 지역의 문화 인프라를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특집을 게재한다. 〈편집자주〉

경기도와 인천은 문화의 풍요로운 보고(寶庫)다. 문화유적이 산재해 있고, 문화시설들이 알알이 박혀 있다.

경기·인천 지역의 문화공간은 조금만 정성을 들이면 2천여만명을 훌쩍 넘는 인구 덕분에 관람객 걱정이 없다. 하지만 온종일 관람할 정도의 압도적 규모와 내용을 갖춘 곳은 드문 것이 사실이다. 이때문에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말이 딱 들어맞는다. 작은 구슬을 어떻게 꿰어 멋진 목걸이를 만들 것인가.

한국민속촌박물관 최종호 관장(박물관학 박사)은 “특정지역의 모든 문화시설과 문화유적을 연계하는 복합 프로젝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역별, 주제별 투어 프로그램을 다양화하고 기념품·숙박·음식점도 연계해 개발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경기도박물관 양미을 관장은 “현대의 문화시설은 한 분야뿐 아니라 오감(五感)을 만족시킬 수 있어야 한다”며 “다양한 체험을 주는 공간이야말로 주민 친화력과 대중성을 동시에 갖출 수 있다”고 말해 개별 공간의 프로그램 등 소프트웨어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사람들의 발길이 잦은 곳으로는 용인 한국민속촌을 중심으로 한 '박물관 군락'(Museum complex)을 비롯 전통예술(남사당·태평무·입사장 등)과 전위예술(홍신자·김아라)이 뚜렷이 대비되는 안성, 세계문화유산 화성과 용주사·융건릉·효박물관(예정)으로 엮어진 수원·화성, 수려한 경관과 카페·갤러리가 길게 이어진 양평·남양주 일대, 광주 남한산성, 연천 선사유적지, 파주 임진각 생태 관광지를 들 수 있다.

이중 용인 한국민속촌 일대는 접근성이 뛰어난 곳으로 표본사례가 될 만하다. 민간 시설이 하나 둘 들어서면서 군락을 이루자 관에서 일부러 시설을 유치, 단지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곳의 시설은 전통가옥박물관이라 할 수 있는 한국민속촌을 중심으로 경기도박물관, 태평양박물관(신석기~근대 화장품·차 관련 유물 1만여점), 이영미술관(한국적 회화의 대가인 박생광·전혁림·정상화 작품), 등잔미술관(신석기~근대 각종 등잔), 한국미술관(한국현대미술 대표작가들의 작품)이 10분 거리에 포진해있다.

때문에 이 곳은 시간별, 주제별, 장르별 다양한 프로그램 투어가 가능한 곳이자 폭발적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지역으로 꼽힌다.

그러나 현재 이 지역의 장점을 살리는 어떤 프로그램도 없다. 연계 투어 프로그램이 없는 것은 물론 셔틀버스·브로슈어·가이드맵 등 소프트 인프라가 전무하다. 더욱이 경기도박물관·한국민속촌을 제외하곤 도로표지판마저 없어 가뜩이나 불편한 대중교통편에다 승용차로도 찾기가 쉽지않다는 볼멘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시설 관계자들이 이구동성으로 말하는 애로점 역시 교통편과 홍보 부족이다.

태평양박물관 박창용 과장은 “지난 97년 대방동에서 용인으로 이전한 뒤 관람객이 절반으로 줄었다”면서 “교통편의만 제공된다면 많은 사람들이 찾아올 것”이라며 아쉬움을 호소했다.

이영미술관 김이환 관장은 “지금 있는 시설들을 제대로 연계해 활용하기만 해도 주민들의 문화향유는 물론, 관광수입도 크게 증대할 것”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다른 지역 역시 공간 연계 투어와 시설간 네트워크가 구축되지 않은 것은 마찬가지다. 민간시설이 하기 어려운 영역을 공공부문에서 맡는 것은 기본이다. 유럽과 미국 등 문화선진국의 경우 유명 유적이나 시설이 있는 곳은 처음부터 문화단지로 개발해 소프트웨어를 공유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는 것을 참고해야 할 것이다.

◆ 생태·역사박물관 '강화도' 문화잠재력 육성책 절실

역사와 생태, 문화적 잠재력을 고루 갖춘 강화도는 세계 어느 곳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는 관광 장소로 꼽힌다. 그러나 개발중심의 정책으로 훌륭한 문화자산이 자칫 훼손될 가능성 또한 높은 곳이기도 하다.

강화군 일대에는 청동기시대 대표적인 돌무덤인 고인돌이 산재해 있는데 고려산을 중심으로 반경 4㎞ 내에 집중돼 있다. 강화도 고인돌은 2000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에서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된 데서 알 수 있듯 세계적으로 중요한 유적이다. 이런 분위기에 맞게 강화군은 오는 2006년까지 강화군 하점면 부근리에 고인돌 공원을 만들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강화도는 또한 고조선 이래 역대 왕들이 제사를 지내던 마리산 참성단을 비롯해 팔만대장경과 금속활자, 고려자기 등 찬란한 문화가 꽃을 피웠던 흔적이 그대로 남아있는 곳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