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인프라가 일정 수준 갖춰지고 있는 현 시점에서 이 인프라를 어떻게 바라보고 활용해야 하는지 재점검해봐야 할 때다. 벨기에나 네덜란드는 세계적인 문화·자연자원 없이도 삶의 터전을 잘 가꾸고 작은 공간들을 활용해 어느 국가 못잖은 관광수입을 올리고 있는가 하면 가까운 일본만 해도 귀감이 될만한 사례가 드물지 않다.

그중 성공사례로 소개할 만한 곳이 가나가와현 요코하마(橫浜)시의 마이오카(舞岡) 공원이다. 마이오카 공원은 문화 인프라가 어떻게 구축되고 활용돼야 하는지를 일목요연하게 보여준다.

공원조성사업은 요코하마에 부족한 녹지를 최소한이나마 유지시키기 위한 목적에서 시작됐다. 애초에는 생태적 위기의식에서 출발했지만 한 지역의 문화를 온전하게 보전시키기 위한 노력을 다각도로 벌이면서 뛰어난 문화자원으로 발전시켜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특히 요코하마 시민들이 직접 공원을 조성하고 농경문화를 유지, 발전시킨 것은 문화인프라의 구축 방법에 대한 모델을 제시했다고 할 수 있다.

요코하마시 토츠카에 있는 이 공원의 면적은 30㏊에 이른다. 공원사업이 시민들에 의해 추진되기 시작한 것은 지난 1983년. 당시 요코하마시는 무분별한 개발로 녹지 공간을 찾기 어려울 정도여서 시민사회의 위기감이 팽배해 있었다. 이에 따라 시는 마이오카를 시가화 조정구역으로 지정하고 7대 녹지 중 하나로 보전키 위해 계획을 수립했다.

이를 기회로 마이오카 인근 주택단지의 주민자치회는 녹지 보전을 위한 본격적인 활동에 나선다. 주민자치회는 공원사업을 위해 수록회라는 단체를 결성하고 본격적으로 사업에 뛰어들었다. 수록회는 마이오카를 보전하기 위해 이 지역의 농경문화를 자신들의 손으로 직접 계승한다는 구체적인 활동 방안을 마련하고 시당국과 협상을 벌였다. 또 공익신탁과 후지필름 그린펀드의 후원을 받아 시 환경부로부터 공원예정지 일부의 사용권을 허가받기에 이른다. 주민들은 이 땅에 방치돼 왔던 휴경지를 복원, 논농사를 직접 짓고 잡목림을 만들어 새롭게 공원을 가꾸기 시작했다.

주민들이 직접 농사를 배우고 지역의 장래를 구상해 나가자 지역 농가들 역시 깊은 신뢰를 갖게 된다. 주민과 농민들의 신뢰관계가 돈독해지자 협조체제가 구축됐다. 이들은 1992년 공원 개원과 함께 약 3.4㏊의 전원체험 구역을 관리, 운영하기 위해 '마이오카 공원을 키우는 사람들의 모임'으로 조직을 확대해 지금까지 직접 공원을 운영하고 있다.

30㏊에 이르는 공원 운영을 시민단체가 직접 위탁받은 것은 일본 내에서는 선례가 없어 지금도 파트너십의 중요한 모델로 거론되고 있다.

마이오카 공원의 성공사례는 국제적으로도 널리 알려져 100만평의 문화공원을 조성하기 위한 프로젝트를 진행중인 부산시 강서구 등이 모델로 삼는 등 큰 주목을 받고 있다.

◆ '경기문화' 질적개선을 위한 한걸음… (최춘일 경기문화재단 문화사업팀장)

경기도의 문화예술은 지금 민선시대를 통해 다양한 경험과 많은 변화를 겪고있다. 지자체 별로 특색 있는 축제와 많은 문화행사들이 치러지고 있고 인프라의 구축에 많은 재원들이 투입되고 있는 상태다.

또 문화에 대한 새로운 인식이 확산되고 새로운 개념들이 도입되면서 경기지역 문화 전반에도 다양한 방식으로 영향을 미쳐 문화 중심에 대한 기준 마련 요구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우리는 이미 월드컵을 통해 우리들의 사고방식과 문화가 세계적인 것이 될 수 있음을 알았고 정체성을 확인했다.

정체성에 대한 개방적이며 확장된 사고는 많은 지자체들이 지역 특성과 주민들 삶의 역동성을 기반으로 창조적이며 독특한 문화 유형을 만들어가는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지역의 문화·예술활동의 자생력과 사회적 순기능을 복원하는 일 역시 지역 문화발전에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그동안의 동원문화와 실적주의의 함정과 오류를 뛰어넘어 우리 스스로 참여하는 새로운 문화·예술 생산과 소비활동을 만들어야 한다.

정체성과 자생성은 지역문화예술의 철학적인 기초를 이루며 축제나 전시, 공연과 같은 문화 프로그램과 미술관, 박물관, 공연장, 기념관 등 문화 인프라를 통해 지역의 문화적 특성을 만들어간다. 이렇게 만들어진 인프라들은 자연스럽게 지역의 문화적 특성을 상징하고 집적도와 기능, 이미지의 연관성에 따라 문화적인 시너지효과를 높일 수 있는 문화지구나 벨트를 형성할 수도 있다.

특성화된 권역으로 나누기 좋은 조건을 가진 경기지역은 행정적이고 상투적인 권역 설정보다는 조건에 따른 테마별 벨트를 만들고 민간·공공인프라가 권역활성화에 직접 참여하거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시험적인 프로그램을 먼저 운용해야한다. 또 환경·여성·복지, 자연경관과 개인 등 각기 다른 특성의 자원들을 연계해 밀도있는 소규모 벨트들을 연계하는 프로그램을 운용하는 방법도 있다.

최근 문화의 흐름은 사회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