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시장은 그동안 진로가 주도해왔다. 그러나 올들어 두산 신제품 `처음처럼'이 소주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키면서 부동의 1위 업체인 진로에 비상이 걸렸다. 드디어 진로는 맞대응 차원에서 신제품을 전격 출시하기에 이르렀다. 이에 따라 하반기 소주시장은 판매량 1위 제품인 진로의 `참이슬'과, 두산의 저알코올 도수 신제품 `처음처럼'이 접전을 벌이는 가운데 신제품이 더해지는 점입가경의 소주 전쟁으로 치닫고 있다.

진로는 이달내에 알코올 도수를 20도 미만으로 낮춘 신제품을 출시한다. 신제품은 알코올 도수가 19~20도 사이의 저알코올 소주다. 진로가 20도 미만의 순한 소주를 시장에 내놓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진로가 이처럼 파격적으로 알코올 도수를 낮춘 제품을 내놓기로 한 것은 최근 시장에서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두산 `처음처럼'의 기세를 꺾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두산주류는 진로가 알코올 도수 20도인 `처음처럼'보다 순한 소주를 내놓기로 한 사실이 알려지자 신제품 사양 및 마케팅 전략 파악에 나서는 등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두산은 올해 2월 `처음처럼'을 출시한 이래 소주시장에서 점유율을 상반기에 7.9%(420만 상자)까지 회복했으며, 현재 월 시장 점유율이 10%대에 육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정도면 양쪽이 생사를 놓고 싸우는 `진검승부'라 할만 하다.

◇CEO 대결

난 6월말 진로에 주목할 만한 인사가 있었다. 하이트맥주의 영남지역 영업을 진두지휘해오던 윤기로 전무가 진로의 영업지원담당 임원에 선임된 것이다.

윤 전무는 하이트맥주가 영남 맥주시장의 맹주로 자리잡게 한 공신. 하이트맥주그룹은 그를 통해 영남지역에서 대대적인 참이슬 영업을 펴고 있다. 진로가 영업의 무게 중심을 서울, 수도권에서 영남으로 옮기고 있는 것이다. 두산 소주 `처음처럼'의 기세가 너무 강해 전투 지역을 이동한 것으로 해석된다.

한기선(55) 두산 사장과 하진홍(57) 진로 사장은 이렇게 소주 시장에서 물러설 수 없는 두뇌승부를 펼치고 있다. 양 사령관은 하루하루 피가 마른다. 최근에는 한 사장이 지휘봉을 잡은 두산이 `처음처럼'을 앞세워 하 사장이 사령탑을 맡은 진로(참이슬)를 맹추격하고 있는 모양새다.

진로 하 사장은 소주시장에서 `처음처럼' 점유율이 계속 높아지면서 자사 제품인 `참이슬'의 점유율이 2월 55.3%에서 6월에 50.3%(20도 기준 49.5%)까지 밀려나자 전 임직원을 향해 수시로 영업지원 활동에 나서도록 강력히 독려하고 나섰다.

하 사장은 지난 72년 하이트맥주 전신인 조선맥주에 입사해 생산담당 사장 및 진로 인수기획단장을 거쳐 지난해 10월 진로의 사령탑을 맡은 전문경영인이다. 하 사장은 진로의 지휘봉을 잡은 뒤 `참이슬'의 계속된 판매 호조에 힘입어 소주시장을 선도하는 CEO로서 입지를 굳건히 다져왔다.

그러나 최근 두산의 `처음처럼' 점유율이 10%에 육박하는 반면 진로의 `참이슬'은 올해 상반기에만 5%포인트나 하락하는 등 위기상황에 내몰리면서 하 사장이 난관에 봉착했다. 하 사장이 전 임직원의 `영업맨화'를 주장하고 나선 것도 이같은 위기의식에서다.

하 사장은 이와관련, 두산의 한 사장을 비롯한 진로 출신의 두산 임직원들이 진로의 영업 및 마케팅 방식을 견제하는 마케팅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는 판단 아래 이를 역이용하는 마케팅 전략을 집중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