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을 막 넘기고 봄을 목전에 둔 안동에는 계절을 초월한 아름다움이 있다. 앙상한 나뭇가지 사이로 고색창연한 고택들이 한층 정갈하고 말갛게 다가온다. 안동 하회마을을 비롯해 설 귀향길에 과거로 가는 시간여행을 경험할 수 있는 전통마을을 소개한다.

하회마을 맞은편 기암절벽, 부용대에 서면 하회마을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다. 풍산 류씨의 집성촌으로 물이 오메가(Ω) 모양으로 돌아나간다 해서 '물돌이동' 또는 '하회(河回)'라고 불리게 되었다. 조선시대 대학자인 겸암 류운룡과 서애 류성룡이 모두 이곳 출신. 200개가 넘는 기와집과 초가집 가운데 양진당, 충효당, 북촌댁 등은 꼭 둘러봐야 할 고택들이다. 전깃줄 하나도 눈에 띄지 않도록 땅에 묻고 돌담을 고스란히 남겨둔 정성에 예스런 느낌이 한층 묻어난다.

하회마을로 들어가기 전에 하회별신굿탈놀이를 보며 흥에 취하는 것도 기분 좋은 일. 1천800여 명의 관람객이 빽빽하게 들어찬 하회별신굿탈놀이(중요무형문화재 제69호) 상설무대는 한바탕 흥이 넘치는 곳이다. 굿거리장단에 맞춰 각시가 등장하면서 본격적인 탈춤 한마당이 시작된다. 느린 굿거리장단과 때로는 빠른 세마치장단에 맞춰 50여분동안 탈춤놀이가 펼쳐지면 관객들은 어깨춤이 절로 난다. 특히 매주 토요일과 일요일 오후 3시 탈놀이전시관 상설무대에서 열리는 하회별신굿탈놀이는 관광객들에게 최고 인기 프로그램. 하회마을에 들어서면 조선시대 초기부터 후기에 이르는 다양한 양식의 살림집들이 옛 모습 그대로 남아 있어 고건축을 연구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 부용대
하회마을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곳은 부용대다. 그곳은 지보면 소재지에서 일반도로 917호선을 이용해 잠수교를 건너 화천서원으로 이어지는 왼편 둑방길을 따라 가면 된다. 화천서원에서 언덕을 따라 5분여 오르면 부용대에 닿는다. 병산서원은 하회마을 입구에서 왼편 비포장도로를 따라 약 5㎞정도 들어가야 한다.

▲ 안동 신세동 전탑
유홍준 문화재청장은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에서 병산서원을 일컬어 '서원 건축의 백미'라고 했다. 누구라도 병산서원을 마주하게 되면 같은 생각을 할 것이다. 서원으로 향하는 길이나 서원이 앉은자리, 그리고 서원 건물 자체까지 감탄의 연속이기 때문. 특히 우리나라에서 가장 넓은 마루인 '만대루'에 올라 굽이치는 강과 아름다운 병산의 조화를 감상하면 그 아름다움에서 헤어나기 힘들 정도.

병산서원은 풍산 류씨의 교육기관인 풍악서당을 병산으로 옮겨 지은 것으로, 지금도 서애 류성룡의 제사를 지내고 있다. 관광지 느낌을 지울 수 없는 하회마을에 비해 이곳은 예나 지금이나 한결같다. 진입로를 포장하지 않아 사람들의 손이 덜 탔고, 류성룡의 후손이자 서원 관리자인 류시석씨가 주야로 공을 들여 관리하는 덕분이다. 일명 '머슴 뒷간'이라고 하는 지붕도 문도 없는 독특한 화장실이 서원 입구에 있어 눈길을 끈다.

하회마을을 들렀다면 돌아오는 길에 봉정사도 빼먹지 말자. 마치 봉황이 내려앉은 듯한 가람 배치라 하여 '봉정사'로 불리는 절. 현존하는 목조 건물 중 가장 오래 된 것으로 밝혀진 극락전(국보 제15호)은 섬세한 생김, 고운 빛깔이 단연 으뜸이다. 극락전에서 발견된 상량문에 따르면, 신라 문무왕 때 의상대사의 제자인 능인대덕이 봉정사를 창건하였으나, 조선시대까지 여러 차례 새로 보수하였다고 전한다. 극락전 옆에 자리한 대웅전(보물 제55호)은 조선시대 양식이라 극락전과는 사뭇 다른 느낌으로 대비를 이룬다. 영화 '달마가 동쪽으로 간 까닭은'의 배경이 되었던 영산암은 신발을 벗지 않고 옆 건물로 이동할 수 있도록 마루가 연결된 점과 아기자기한 양반집 스타일의 정원이 독특하다. 봉정사 경내는 단아하고 한적해 오랫동안 머물고 싶어 발길이 떨어지지 않을 정도로 편안한 휴식을 느끼게 해주는 공간이다.

▲ 하회마을 돌담길 골목
▲ 병산서원 만대루












여행 tip/


■ 아산 외암리 민속마을
50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교과서 속 여행. 광덕산 기슭에 자리한 작은 마을 외암리에서 전통 가옥과 디딜방아, 연자방아, 물레방아 등 조선시대 생활상을 한눈에 둘러본다. 전통 가옥의 자연 친화적인 건축 양식과 과학적인 면면을 아이들에게 설명해 주고 마을 어귀에 마련된 민속전시관을 둘러보는 시간을 갖는다. 이와 함께 맹사성 고택, 봉수산 계곡에 위치한 봉곡사, 온양민속박물관을 돌아보는 코스를 잡는다. 물 좋기로 소문난 온양온천이나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시설을 갖춘 아산스파비스에 들르는 것도 잊지 말 것. 외암마을 (041-541-0848) :경부고속도로 천안 IC→21번 국도 온양온천 방향→39번 국도 송악면→외암리 민속마을 (www.oeammaul.co.kr).

■ 전주 한옥마을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도시 전주에서 전통 한옥 체험하기는 도시 아이들에게 잊지 못할 체험이다. 전주한옥마을 내에는 무려 900채에 달하는 전통 한옥을 비롯해 전주한옥생활체험관(1박 6만~12만원), 전통문화센터, 전통술박물관, 전주공예품전시관, 명품관, 경기전 등의 볼거리가 가득하다. 이외에도 한옥마을 입구의 화려한 비잔틴 양식이 돋보이는 전동성당, 죽림온천이나 화심온천, 국립전주박물관, 팬아시아종이박물관과 영화의 거리를 둘러보는 일정은 아이와 부모 모두에게 만족스럽다.
전주한옥마을 (063-282-1330):호남고속도로 전주 IC→남원 방면 좌회전→기린로 직진→한옥마을 (www.jjhanok.com).

■ 경주 양동마을
전통 가옥도 보고 흥미로운 농촌 체험도 가능해 진짜 시골 마을 풍경을 아이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곳. 월성 손씨와 여강 이씨가 형성한 마을로 양반 가옥만 무려 50여 채에 이르고, 이중 월성 손씨의 종가인 관가정과 별당인 무첨당이 보물로 지정돼 있다. 마을 내에 민박(4인 기준 1박 4식 10만원)과 다양한 전통 마을 체험 프로그램이 준비돼 있다. 별도로 신청하면 마을 탐방, 예절, 한학, 역사 강의도 받을 수 있다. 해설사가 동행하는 마을 탐방은 두 시간. 주변에 이언적의 낙향지인 독락당과 장기갑등대박물관, 감포항을 둘러보고 천 년 고도 경주를 둘러본다.
양동민속마을 (054-762-4541):영동고속도로→여주에서 중부내륙고속도로→김천에서 대구~포항간 고속도로 기계 IC→강동면→양동마을 (yangdong.invil.org).


여행수첩/

■ 가는 길=중앙고속국도를 타고가다 서안동IC를 나오자마자 바로 안동으로 달려갈 일이 아니라, 부용대부터 하회동 탈박물관, 병산서원, 하회마을 등을 먼저 보고 돌아오는 길에 봉정사를 찾으면 더욱 좋다.

■ 맛집=옥류정(054-854-8844)은 안동 음식의 대명사인 '헛제삿밥'을 맛볼 수 있는 집. 제삿밥처럼 3색 나물에 전과 산적, 탕이 차려져 나오기 때문에 붙은 이름이다. 밥을 비빌 때는 일부러 고추장을 넣지 않고 깨소금과 간장으로만 간을 한다. 자극적이지 않은 담백한 맛이 포인트. 밥을 다 먹은 다음 디저트로 안동 식혜를 곁들이면 금상첨화. 헛제삿밥 5천원, 선비상 1만원, 안동식혜 2천원.

■ 잠자리=하회마을 내 민박을 이용한다. 하회마을을 온전히 느끼려면 하회마을에서 하룻밤 묵는 것이 제일 좋다. 겨울철에는 어느 집이든지 미리 예약을 해두어야 방을 따뜻하게 준비해 둔다. 조용한 민박(054-853-2207)이나 가장 큰 민박(054-853-2388)이 인기. 숙박료 2만5천~4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