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한근 /이태원관광특구연합 사무국장
"이태원에선 개도 영어로 짖습니다."

박한근(50)이태원관광특구연합회 사무국장은 한글과 영어 이름이 함께 표기된 명함을 내밀며 이태원 상인들의 영어실력을 은근히 자랑한다.

"여기서 일하는 이들의 영어실력은 수준급입니다. 해방이후 미군기지가 들어설 때부터 미군들에게 초콜릿을 얻어먹거나 구두를 닦으며 자랐던 '하우스보이' '슈샤인보이'들이 바로 이곳 상인들입니다."

그는 이태원 상인들의 영어실력은 오랜시간 외국인들과 접촉하며 익힌 생활영어라고 강조했다. "이태원은 상권의 80% 이상이 외국인 위주로 이뤄졌기 때문에 영어 못하면 굶어죽죠. 이런 상황에서 이곳 상인들은 물건값을 흥정할 때도, 호객행위를 할 때도 영어를 써야 합니다."

그는 생활속에서 익히는 것이 영어를 가장 빠르고 쉽게 배울 수 있는 방법이라고 강조한다.

"이곳에서 일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영어를 외국어로 생각하지 않아요. 생계 수단의 일부라 생각합니다. 이런 이유로 외국인들과도 거리를 두지 않고 이야기하고 친구처럼 지내죠."

이런 이태원 상인들 덕택에 주말이면 전국에 흩어져 있던 1만여 명의 외국인들이 쇼핑과 각국의 정보를 수집하러 이태원으로 모인다고 한다. 이태원이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들의 사랑방과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박 사무국장은 "인위적으로 영어실력을 높이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며 "일단 외국인과 나와의 문화적 경계를 뛰어넘고 서로 생활속에서 어우러질 때 그 나라의 언어와 문화가 내 것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