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인조 신인 혼성그룹 타이키즈(TYKeys)의 데뷔 음반 재킷엔 낯익은 이름이 있다. 타이틀곡 '아임 소리(I'm Sorry)'의 작사ㆍ작곡은 가수 이정, '내가 아니라도' '허수아비' 등의 작곡은 그룹 원티드의 전상환. 두 사람은 타이키즈 음반의 공동 프로듀서를 맡았다.
신세대 가수들 사이에서 '노래 품앗이'가 눈에 띄게 증가했다. 김현철ㆍ윤종신 등 구력 있는 싱어송 라이터가 동료에게 곡을 준 사례는 많지만, 히트 작곡가 의존도가 높은 젊은 가수들이 창작곡을 동료에게 주는 것은 이례적이어서 고무적인 바람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들은 작품자(작사ㆍ작곡ㆍ편곡자)로서 새로이 평가받기 시작했다.
◇싱어송 라이터로 거듭나는 '젊은 피'
단연 눈에 띄는 가수는 휘성. 린의 4집 타이틀곡 '이별살이'를 작사ㆍ작곡, 아이비의 2집에선 '좋아'를 작사ㆍ작곡한 데 이어 타이틀곡 '유혹의 소나타' 'C♡pido' '1 to 10' '이별이 다 그렇죠…'를 작사해 다작으로 꼽힌다. 또 '오리콘 혜성' 윤하의 1집에선 '어린 욕심'을 작사ㆍ작곡, '비밀번호 486'에 노랫말을 붙였다. 정작 지금껏 자신이 발표한 음반에선 4집 '러브 샤인(Luv Shine)'이 유일한 자작곡이란 사실이 놀랍다.
크라운 제이는 린의 4집 수록곡 '러블린(Lovelyn)'을 작사ㆍ작곡했고, 린은 박효신의 5집 수록곡 '그립고…그리운' '사랑을 비우다' 가사를 썼다. 슈퍼스타의 박장근은 MC몽, 장우혁, 원투, 그룹 배틀 등의 음반에 작품자로 참여했다.
그룹 피플크루 출신 오성훈은 아예 작곡가로 전향한 케이스. 그는 장우혁의 '진짜 남자'를 작곡했고 MC몽의 '지우개' '허클베리 몽의 모험' 등을 MC몽과 공동 작곡했다. 또 브라이언의 '일년을 겨울에 살아' 작사, 신인가수 H-유진의 데뷔 음반 프로듀싱을 맡아 8곡을 작곡했다. 현재 신혜성, 배틀, 그룹 씽, 이현섭, 별 등의 음반 작업을 하고 있다.
"3년 전 무릎을 다친 후 피플크루 활동을 그만뒀어요. 이때부터 포털 사이트를 통해 화성악을 독학하며 150곡 정도 썼죠. 작사ㆍ작곡 첫 타이틀은 남성 듀오 소리의 '만나고 싶다'였어요. 이후 여러 가수들로부터 곡 제의가 들어왔죠. 무대에 서 본 가수들이 곡을 잘 쓰는 경우가 많아요. 어떤 멜로디에서 대중의 반응이 좋을지 '필(Feel)'이 있으니까요."
◇신세대 창작자 증가 배경과 평가
이른바 작품자군에 '젊은 피' 참여가 증가하는 것엔 여러 이유가 있다. 창작 욕구 충족, 보컬리스트에서 싱어송 라이터로 이미지 업그레이드, 저작권료를 통한 안정적인 수익 창출, 컴퓨터 하나로 음악을 만드는 작업 환경의 용이함 등을 그 배경으로 들 수 있다.
아이돌 그룹인 동방신기 멤버들도 틈틈이 미디(MIDI:Music Instrument Digital Interface) 장비를 이용해 곡 작업에 매진하고 있다. 직접 작곡한 댄스ㆍ발라드곡을 MP3플레이어에 저장해 다닌다.
유노윤호는 "요즘 우리는 작곡 중독"이라며 "일본에서 체류할 때도 계속 작곡을 한다. 이수만 선생님과도 곡 작업에 대한 얘기를 충분히 나눴다. 난 힙합, R&B 등 흑인 음악 장르를 좋아한다"고 말했다.
이에 질세라 영웅재중도 자작곡 일부를 들려주며 "멤버 중 믹키유천 다음으로 곡을 많이 썼을 것"이라며 "숙소에 미디 장비가 있어 휴식을 취할 때마다 틈틈이 곡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시아준수는 "댄스 곡을 쓰기가 힘든데 영웅재중이 가장 잘 쓰는 것 같다"고 치켜세웠다.
이 같은 현상에 대해 히트 작곡가 황세준 씨는 대중음악계가 질적ㆍ양적으로 성장한다는 점에서 바람직하고 장려할 만한 현상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1990년대 초부터 미디 장비로 곡 작업을 했지만 90년대 말부터 직접 데모곡까지 녹음 가능한 오디오 기능이 추가돼 홀로 자유롭게 창작하고 노래를 완성하는 환경이 됐다"면서 "음반기획사의 의도에 이끌려 노래한 젊은 가수들이 원하는 장르의 음악을 펼쳐보이는 창구"라고 설명했다.
이어 "가수들은 현장에서 뛰고, 작곡가들은 책상에 앉아서 작업하는 사람들"이라며 "어린 가수들의 곡은 테크닉, 노하우가 부족하지만 실전에서 얻은 경험을 통해 신선한 멜로디를 만들어낸다. 현재 플라이투더스카이 등의 음반을 프로듀싱하고 있는데, 곡만 좋다면 이들 가수의 작품을 수록하는 데 열린 마인드를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신세대 가수 "곡 품앗이로 우정 나눠요"
동료 가수 음반에 작사ㆍ작곡 참여 증가
입력 2007-04-02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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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4-02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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