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은 29일 에버랜드 전환사채 발행과 관련한 항소심 판결에서 법원이 삼성그룹 차원의 지배권 이전 목적의 공모를 인정하지 않은 점에 대해 안도하면서도 유죄판결이 난 부분에 대해서는 대법원에 상고할 것을 분명히 했다.

또 삼성은 이번 판결이 그룹 차원의 지배권 이전 목적의 공모라는 공소사실의 기본전제를 인정하지 않았다는 점도 집중적으로 부각시킬 예정이다.

특히 재판부가 에버랜드 전환사채 발행 자체를 무효로 하지 않았기 때문에 삼성의 현 지배구조가 크게 변화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에 안도하고 있다.

삼성 법무팀 관계자들은 "그동안 수사 및 재판과정에서 학계와 법조계에서 논란이 많았던 만큼 법리에 치중한다면 상고심의 결과는 달라질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대법원 판결이 아직 남아있고 재판부가 항소심에서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혐의를 인정함에 따라 공소시효가 10년으로 늘어났다는 점에서 경계를 늦추지 않는 분위기다.

또 만에 하나 검찰이 추가 수사를 이유로 이건희 회장을 소환할 가능성에 대해서도 신경쓰는 눈치다.

한편 재계는 이번 판결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보이면서도 대법원의 판결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관계자는 "법원의 판결을 존중하지만 향후에 있을 대법원 판결이 기업경영활동에 지장을 초래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반면 시민단체 관계자들은 법원의 판결에 대해 입장이 갈렸다.

지난 2000년 이 회장 등을 고발한 방송통신대 곽노현 교수는 "유죄 인정 등 1심 판결의 기조를 유지한 것에는 환영하지만 내용을 뜯어보면 1심 판결보다도 미흡한 부분이 있다. 에버랜드 전환사채 저가발행이 삼성의 경영권 편법 승계를 목적으로 하고 있음이 분명한데도 재판부는 이 점을 간과했다"며 "대법원의 판단을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경제개혁연대 김상조 소장은 "법원이 피고인들의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를 인정했다"며 "재판부가 비상장주식을 이용한 부와 경영권의 불법승계에 제동을 걸었다는 점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참여연대 시민경제위원회의 김진방 인하대 교수도 "증여를 위한 불법행위가 주주들에게 피해를 줬다는 사실을 명확히 인정해 준 판결이라서 의미가 크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