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명 안팎의 한국인이 해외에서 납치된 것은 처음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오늘 오전 아프간에서 한국인들이 납치됐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다양한 채널을 통해 확인중"이라며 "어려가지 정황상 사실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납치된 한국인들은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에 있는 샘물교회 소속 신도 20명과 이들을 안내한 기독교 계열 비정부기구(NGO)인 아시아협력기구(IACD) 관계자 3명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교회 배형규(44) 목사와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의 신도 등 20명(남성 7명, 여성 13명)은 지난 13일 현지에서의 봉사 등을 위해 아프간에 입국했으며 칸다하르에 있는 힐라병원과 은혜샘유치원에서 협력봉사활동을 벌인 뒤 23일 귀국할 예정이었지만 19일 오후부터 교회측과 연락이 두절됐다.
이들은 현지 시각으로 19일 오후(한국시각 19일 밤) 아프간 수도인 카불에서 칸다하르를 향해 버스로 이동중 가즈니 주(州) 카라바그 지역에서 현지 무장세력인 탈레반에 의해 납치된 것으로 전해졌다.
탈레반 카리 유수프 아마디 대변인은 이날 자신들이 한국인 18명을 억류하고 있고 피랍자들은 안전한 상태에서 조사를 받고 있다며 "조사가 끝나면 탈레반 지도부가 이들의 신병처리에 관한 최종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밝혔지만 진위여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우리 정부는 납치된 한국인이 기독교인으로 현지에 봉사활동을 위해 갔다는 점, 아프간에 한국군 동의.다산부대가 파병돼 있는 점 등이 탈레반 세력을 자극했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정부는 외교부를 중심으로 납치 여부에 대한 정확한 사실확인과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으며 우선 피랍자들 중에 일부가 로밍 휴대폰을 소지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휴대폰 위치추적을 통해 피랍자들의 소재를 파악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외교부는 본부에 김호영 2차관을 본부장으로 하는 대책본부를, 아프간 대사관에 현장 지휘본부를 각각 설치하는 한편 미국 등과도 협조체계를 강화하고 있다.
외교부는 특히 아마드 자위드 아자드조이(AZADZOI) 주한 아프간 대리대사를 이날 외교부로 불러 협조를 요청하면서 일반 한국인 민간인에 대한 모든 비자발급을 중단해줄 것을 당부했고 아자드조이 대리대사도 이를 받아들였다.
송민순 외교장관은 이날 밤 란긴 다드파르 스판타 외교장관과 전화통화를 갖고 협조를 요청할 예정이다.
정부는 또 오후 4시부터 청와대에서 외교부와 국정원, 경찰청 등 관계부처 테러대책회의를 여는 한편, 빠른 시일 내에 대사급을 단장으로 하는 정부합동 신속대응팀을 현지에 파견키로 했다.
아프간에는 현재 한국군 동의.다산 부대(210여명)을 제외한 일반 교민 38명과 한국국제협력단(KOICA) 관계자 7명, 동서문화교류재단, 한민족복지재단 등 10개 NGO 관계자 86명 등 약 200여명의 한국인이 체류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외교부는 여행유의→여행자제→여행제한→여행금지 등 4단계로 설정돼 있는 여행경보 단계 가운데 현재 아프간을 가급적 여행을 삼갈 것을 권유하는 여행제한 구역으로 설정해 놓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