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명박 후보가 BBK 설립을 주도했다고 말한 내용이 이날 오전 동영상을 통해 공개되면서 정치권에서는 이미 마음을 굳힌 유권자의 표심이 얼마만큼 동요할지가 관건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재수사 지시 배경=전해철 청와대 민정수석은 노무현 대통령의 BBK 사건 재수사 검토 지시 배경에 대해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의 BBK관련 여부에 대한 검찰의 수사결과 발표가 있었으나, 국민적 의혹이 충분히 해소되지 않았다"며 "오늘 공개된 이 후보의 육성 동영상은 그간 국민이 품었던 검찰 수사결과에 대한 의혹을 더욱 더 확대시키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국민적 의혹이 가라앉지 않는 상황에다 이 후보 동영상까지 공개된 시점에서, 검찰이 재수사를 한다 하더라도 국민들의 의혹이 완전 해소될 것으로 보지 않는다"며 "어차피 검찰 재수사로도 이 후보에 대한 의혹 해소가 이뤄지기 어렵고 결국 특검법으로 갈 수밖에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이어 "반면 이같은 정황 증거의 공개에도 불구하고 검찰이 '문제없다'는 주장만 계속하도록 정부가 내버려두는 것도 문제가 있다는 게 노 대통령의 생각으로 보인다"며 정부가 할 수 있는, 현실적인 조치로서 대통령의 검찰 지휘권 발동이 이뤄졌음을 시사했다.
▲정치권 반응=정치권은 노 대통령의 BBK사건 검찰수사 재수사 지시에 대해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측은 "정권연장을 위한 마각을 드러낸 것"이라며 강력 반발한 반면 반(反)이명박 측은 "BBK 특검을 도입해야 한다"며 공세를 강화했다.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측 최재천 대변인은 국회에서 브리핑을 갖고 "내일(17일) 국회의장이 지정한 심사기일인 12시를 넘겨 특검법이 통과되면 특검에 의한 재수사가 된다"며 "청와대는 특검을 수용할 것인지 거부권을 행사할 것인지에 대한 입장표명만 하면 된다"고 말했다.
민주노동당 권영길 후보측 박용진 대변인은 "재수사 지휘권 지시는 당연한 일로 받아들인다"면서 "청와대의 조치는 '검찰이 이명박 후보의 정치적 경호실장 노릇을 하고 있다'는 권 후보의 지적을 사실상 인정한 것으로 보이며 재수사 뿐 아니라 이명박 특검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확인해준 계기가 됐다"고 밝혔다.
창조한국당 문국현 후보는 "BBK 사건은 전면 재수사해야 한다"며 "대통령이 직권으로 검찰총장을 해임하고 수사팀을 교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 후보는 16일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진실을 밝히고 추악한 거짓을 알리는 일에 정파가 어디 있으며 유불리가 어디 있겠느냐"며 "공동 대처를 위해 이명박 후보를 제외한 나머지 후보들간의 5자회동을 전격 제안한다"고 밝혔다.
무소속 이회창 후보 캠프 이혜연 대변인은 "늦은 감이 있지만 환영한다"면서 "BBK 동영상의 법률적 의미와 대선 이후 국민적 혼란을 예상한다면 당연한 결정"이라고 밝혔다.
반면 한나라당은 "청와대가 선거 막판에 선거 중립을 포기하고 대통합민주신당의 지원군으로서의 본색을 드러냈다"며 강력 반발했다. 박형준 대변인은 "검찰이 재수사를 할 것 같으면 (BBK) 특검은 바로 포기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변인은 또 "청와대마저 범죄자를 매개로 한 '반이명박' 동맹 지원군으로 나섰다"며 "정권 연장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겠다는 마각을 드러낸 것"이라고 맹비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