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보1호' 숭례문 방화 피의자인 채모(70)씨는 아내, 자식이 있는 70대 노인으로 드러났다.

12일 경찰 및 마을 주민들에 따르면 고양시 일산의 한적한 곳에서 오랫동안 살아온 채씨는 자신의 토지가 신축 아파트 건축 부지로 수용되기 전까지만 해도 평범한 삶을 이어왔다.

출가한 2남2녀의 자녀가 있는 채씨는 평소 조용한 성격에 말수가 적었으며 일산에서 살 적에는 철학관을 운영하는가 하면 스스로 배추, 무 등을 재배하기도 했다.

채씨가 숭례문 방화와 같은 끔찍한 '묻지마 범죄'를 마음 속에 품게 된 것은 1997~1998년 자신의 토지(약 99㎡)가 신축 아파트 건설 부지에 포함되면서부터.

당시 모 건축회사가 아파트를 신축하면서 채씨 토지를 아파트 출입을 위한 도시계획도로로 수용하려 했다. 당시 채씨는 회사측에 토지매입금으로 4억원을 요구했지만 건축회사는 공시지가인 9천600만원만 지급했다.

분노한 채씨는 건설사를 상대로 토지수용이의재결처분취소소송을 비롯해 고양시청, 대통령비서실 등을 상대로 수차례 진정과 이의를 제기했지만 모두 허사로 끝나고 말았다.

채씨가 사회에 극단적 불만을 품게 된 것도 바로 이 시점이라고 경찰은 전했다.

수년 뒤. 채씨는 자신의 분노를 행동으로 옮기기로 마음 먹고 신문지, 휴대용 부탄 가스통을 가방에 넣어 서울로 향했다.

최초 범행 대상은 창경궁. 2006년 4월 서울 종로구 창경궁에 들어간 채씨는 미리 준비한 신문지와 휴대용 부탄 가스통을 이용해 문정전 왼쪽 문을 태워 400여 만원 상당의 재산 피해를 입혔다. 법원은 채씨가 피해 회복을 위해 600만원을 공탁한 점, 고령인 점, 특별한 전과가 없는 점 등을 감안해 집행유예 처분을 내렸다.

그러나 창경궁 방화로 법원이 물린 1천300만원의 추징금을 내지 못해 생활이 더욱 쪼들리자 사회에 대한 적개심은 더욱 커졌다. 그는 결국 창경궁에 불을 놓은 지 2년도 채 안돼 또다시 '묻지마 방화'에 나섰고 그 희생양은 600년 동안 이어온 '국보1호' 숭례문이 되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