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민주당 버락 오바마(47) 상원의원이 마침내 미 건국 이래 흑인으로서는 처음으로 대통령에 당선, 새로운 역사의 한 페이지를 활짝 열었다.
오바마 후보는 4일(현지시간) 실시된 대선에서 공화당 존 매케인 후보에게 압승을 거둬 미국의 제44대 대통령으로 선출됐다. 오바마 후보의 러닝메이트인 조지프 바이든(65) 상원의원은 부통령에 당선됐다. 오바마 후보는 당선이 확정된 직후 자신의 상원의원 지역구인 일리노이주 시카고 그랜트 파크에서 열린 축하행사에 참석, 연설을 통해 "변화가 미국에 오고 있다"고 당선 일성을 밝혔다.
그는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정부가 이제야 탄생한 것"이라면서 당면한 금융위기 등 산적한 국정과제 해결을 위한 국민통합을 강조했다.
그는 대공황 이후 최악으로 불리는 경제 위기를 극복하고 이라크전과 아프가니스탄 전쟁을 해결해야 하는 등 국내외적인 도전 과제를 안고 내년 1월 20일 대통령에 취임한다.
오바마 당선인은 미 건국 232년 이래 처음으로 탄생한 흑인 대통령이라는 점 하나만으로도 미국의 정치는 물론 경제·사회·문화 전반에 전에 없는 변화의 바람을 몰고올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의 건국과 함께 백인들이 평등을 기치로 구축한 정치 피라미드의 최고 정점은 항상 백인들의 차지였다.

흑인 유권자의 비율이 13%에 불과한 미국에서 흑인이 이 피라미드의 정점에 올라선다는 것은 요원한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마침내 미국 정치권력의 최고 정점에 흑인이 올라섰다. 미국 땅에 노예로 끌려와 멸시와 천대를 받아온 흑인이, 뿌리깊은 인종 갈등의 역사로 점철된 미국에서 대통령에 당선된 것은 단순히 선거를 통한 정권 교체로 새로운 대통령이 탄생한다는 것과는 차원을 달리하는 획기적 사건이다.
미국 사회가 겉으로는 나이와 성별·직업·종교에 상관없이 누구나가 자신의 능력에 따라 꿈을 실현할 수 있다는 아메리칸 드림을 표방해 왔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불과 수십년 전까지만 해도 백인과 흑인은 공공화장실도 같이 사용할 수 없었다.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남부 일대를 강타했을 때 피해자들의 대부분은 흑인 저소득층이었다. 지금도 주요 대도시 도심의 흑인 거주지역은 범죄의 온상으로 낙인찍혀 있다.
이런 미국 사회에서 흑인 대통령의 탄생이라는 혁명이 일어난 것이다. 이는 미국에만 국한되는 혁명이 아니다.
세계 유일 초강대국 지위를 유지해온 미국에서 유색 인종이 최고 권력의 자리에 올랐다는 것은 전세계에도 대단한 상징적 메시지를 던지는 것이다.

그동안 미국의 우방뿐만 아니라 중동과 아시아·아프리카에 이르기까지 오바마의 열풍이 불면서 지구촌 곳곳에 버락 오바마의 당선을 간절히 바라는 여론이 고조된 것은 간단히 볼 문제가 아니다.
이는 그간 미국이 국제사회에서 보여준 일방주의 외교 노선에 대한 반발이기도 하거니와, 백인 우월주의가 내재된 서구 중심의 글로벌 정치·경제 역학구도에 대한 거부감이 표현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오바마의 당선으로 이런 변화의 요구가 당장 실현될 것이라고 보기도 어렵고, 힘의 우위에 바탕을 둔 미국의 외교 노선과 앵글로색슨의 후예들이 장악한 서구 중심의 글로벌 정치·경제 질서가 일거에 변모할 것으로 기대하는 것도 무리다. 그러나 미국을 비롯한 서구사회가 흑인 오바마 대통령의 출현으로 일대 전환기를 맞게 된 것만은 분명하며, 변화를 위한 첫걸음이 내디뎌진 것에 대해 지구촌 주민들은 환호하고 있는 것이다.
* 지면사정상 이번 주 주말시산책, 경인갤러리는 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