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고전적 시인 로버트 프로스트의 '가지않은 길'(The road not taken)이라는 시(詩)는 삶에 대한 희구(喜懼)와 인생행로에 대한 아름다운 서정시면서도, 우리인간에겐 늘 두 갈림길 중 어느 것을 택할 것, 즉, 'yes'냐 'no'냐 라는 이분법적인 선택에 대해서 얘기하고 있습니다. 오래된 직업에 관련된 유머 중에 미용사가 고객의 파마머리를 잡으면서 꼭 하는 질문이 "죽일까요? 살릴까요?"라나… 별것도 아니지만, 표현의 완곡함이 머리털을 파마 하는데 섬뜩하게 생사(生死)를 묻는 것 같아서 퍽 재미있어한 기억이 납니다.
요사이에도 이분법적인 질문을 적지 아니 접하게 되는데, 그 멘트는 바로 "지금 당장 '집'을 팔까요? 살까요?" 라는 것입니다. 예전에는 개발호재에 따라 사야할 땅이냐, 팔아야할 땅이냐를 놓고 웬만한 투자자들이라면 한두 번쯤 고심을 했던 기억이 있겠지마는 작금의 재테크 시장에서는 그야말로 '죽일까요, 살릴까
요'처럼 "팔아야 되나, 사야 되나"가 첨예(尖銳)하게 부딪친다고(?)해야 할까…. 여하튼 정부는 경기부양을 위해 하루가 멀다 하고 부동산 관련 정부시책과 세제 및 규제완화를 내놓고 있는 실정이라서 부동산시장의 전망은 밝다고 읽어줄 수 있는데도, 다만 미국발 세계경제한파에 놀란 가슴을 내리쓸며 잔뜩 겁먹은 투자자들이 고작 물어본다는 것이 그렇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 순간에도 외국인(외국교포 및 국내거주 조선족 포함)들은 조용히, 소리 없이, 여의도 면적의 24배에 해당되는 땅 면적 2억196만71㎡씩이나 넓혀가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이는, 올 6월말 국토해양부 집계로 외국인의 총보유건수가 3만9천341건에, 취득가액규모가 무려 27조8천억 원에 달하는 것입니다. 엔고와 달러 강세 속에서 한국의 부동산 자산 가치는 그네들의 입장에서는 바겐세일(Bargain Sail)하는 것 같기 때문입니다. 특히 일본교포들의 모국투자가 단단히 시동을 걸고 있는 현실에서 정부는 교포포함 외국인에게는 내국인과 차별해온 '외국인토지취득신고'를 2009년 6월부터는 하지 않도록 국무회의에서 의결한 내용만 보더라도 외국자본의 국내 토지, 임야 및 일반부동산의 투자가 활발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방증(傍證)인 것입니다.
3공화국시절 박정희 대통령이 화교 및 외국인의 토지취득을 엄격히 제한하는 정책을 편 결과로 아직은 OECD 국가평균보다는 부동산의 외국인 소유지분이 적은 편이지만 현 정부 들어서서 외국인의 부동산 취득에 대한 제한을 실질적으로 풀었다는 것이 시사하는 바 크다 하겠습니다. 또한 외국자본 유치를 활발하게 하기 위한 이익이 실현된 투자수익금의 해외 반출이 전면 허용된 것을 우리는 눈여겨 봐야할 것입니다. "살까 말까, 팔까 말까?" 주저하는 지금 이 순간에도 소리죽여 한뼘 두뼘 외국인들은 열심히 땅을 찾아 넓혀간다는 것을….
/smnc@hanmail.net /(주)써플라이 엠엔씨 회장·(사)한국실업배드민턴연맹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