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전성기를 구가하던 수도권 대도시 구도심권에 위치한 고교들이 쇠락의 길을 걷고 있다. 지역적인 여건으로 인해 학생과 학부모들이 외면하면서 1지망을 회피하고 있다는 것이다. 인천광역시의 경우 중구·동구·남구 등 기존 구도심권에 위치한 인문계 고등학교들의 학교지망 현황을 보면 2009학년도 신입생 모집에서 1지망 미달사태를 빚어 2지망 이후로 선택한 학생들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 매년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중구 전동의 전통의 명문 제물포고교의 경우 이번 1지망 인원은 444명 정원에 403명이 지원해 41명이 부족되는 수모를 겪었고 이같은 현상은 수년간 지속되고 있다. 사학의 명문으로 불리던 동구의 동산고교 역시 360명 정원에 258명만이 1지망으로 선택해 102명의 학생들을 후순위 지망학생으로 채우게 됐다. 중구와 남구의 광성고와 선인고교도 정원의 30~40%만이 1지망으로 선택하는 등 역사가 깊은 학교들의 선호도가 점차 낮아지고 있다. 35년전 중구 율목동에서 남구 주안동 석바위쪽으로 일찌감치 위치를 옮긴 110여년 전통의 인천고교만이 2.3대1의 높은 경쟁률을 보였을 뿐이다.

이같은 현상은 인천뿐만이 아니다. 평준화 지역인 수원, 부천, 안양도 마찬가지다. 수원고, 수성고, 수원여고 등 경쟁입시 당시 명문이었던 고교들의 선호도가 낮아지면서 학생들의 1지망률이 현저히 떨어지거나 대거 미달되고 있다. 안양고, 부천고 등 이른바 명문대학에 100여명 이상 합격시키던 고교들도 평준화 이후 선호도가 낮아지면서 명문대 진학률마저 곤두박질하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신도시를 중심으로 통학 여건과 교육환경이 좋은 신설 학교들이 늘어나면서 구도심권에 있는 학교들이 상대적으로 소외되고 있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교육당국에서도 이제 팔짱만 끼고 있을게 아니다. 이들 학교에 대한 환경개선을 위해 특단의 지원으로 학생 유인 대책을 세울 필요가 있다. 해당 학교들 역시 지리적인 불리함을 탓할 것만이 아니라 수월성 교육프로그램 등을 통해 우수학생들이 많이 지원할 수 있도록 자구책 마련에 적극 나서야 함은 물론이다. 이들 학교 동문들의 모교에 대한 지원과 관심도가 떨어지는 이유의 하나도 학교나 후배들의 이같은 모습 때문이라는 사실을 모두가 명심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