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일보=최해민기자]미혼 직장여성이 주로 혼자 사는 원룸촌에서 남의 집을 훔쳐보는 소위 'peep족(훔쳐보는사람)'들이 극성이다. 열려진 창문 틈이나, 닫아놓은 창문까지 열고 방 안을 쳐다보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샤워중 낯선 눈과 마주친다면?'
원룸촌으로 유명한 수원 곡반정동의 한 다세대 주택 반지하방에 사는 박모(21·여)씨는 얼마전 평생 잊을 수 없는 '괴기스런' 일을 당했다. 욕실에서 샤워를 하던중 닫아놓았던 손바닥만한 욕실 창문이 열려진 채 창문 너머로 자신의 몸을 훔쳐보고 있는 낯선 남자와 눈이 마주친 것. 샤워기를 잡은채 두 다리에 힘이 풀려 풀썩 주저앉고 말았다는 박씨는 "이제 혼자 샤워하는 것도 겁난다"고 말한다.
인근의 또다른 원룸에 거주하는 강모(22·여)씨도 핫팬츠에 민소매 차림으로 TV를 보던 중 한뼘 정도 열어놓았던 창문 틈으로 자신을 훔쳐보는 남자를 발견하곤 비명을 질렀다.
강씨는 "아는 언니가 같은 일을 당해 경찰에 신고해 봤지만 훔쳐보던 사람은 이미 도망간 후였다"며 "경찰이 순찰이라도 자주 돌아줘야 하는데 혹 성범죄가 일어날까 겁나 지난 여름엔 창문도 열지 못했다"고 말했다.
취재 도중 곡반정동 원룸촌에서 만난 peep족 A(43·미혼)씨는 "죽을 죄를 지었다"며 범행이 발각된 상황을 모면하려다 신고하지 않겠다는 취재진의 설득에 입을 뗐다.
A씨는 "곡반정동만 해도 매일 (활동중인 peep족이) 여러 명이어서 누군가 한 건물 옆에서 자리를 잡고 있으면 다른 곳에 가서 훔쳐보는게 상도(?)처럼 돼있다"고 귀띔했다. 조용한 성격이라는 그는 "결혼을 못해 혼자 살고, 여자 친구도 없다보니 이렇게 됐다"고 푸념했다.
피해여성들은 한번 당하면 정신적인 충격에 오랫동안 불안에 떨게 되지만 현행법상 이들을 처벌할 규정이 없다.
경찰 관계자는 "창문안으로 머리라도 넣어야 주거침입죄가 적용될텐데 밖에서 창문을 열고 훔쳐 봤어도 촬영을 하지 않았다면 성폭력법으로도 처벌이 불가능하고, 겨우 경범죄처벌법상 불안감 조성 혐의 정도로 몇 만원짜리 스티커 발부하는 게 전부"라고 말했다.
원룸촌 맴도는 '훔쳐보는 눈'
주택가 창문틈 엿보는 peep족 극성… 처벌규정없어 경범죄 처리
입력 2009-10-05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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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0-06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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