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씨는 "당초 이웃에 사시는 분에게 돈을 받고 과외를 하려다가 대학시절 야학경험을 살려 학습방을 운영하려 한 것"이라며 "다른 이유도 아니고 청사관리를 위해 개방하지 못한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성남에 사는 B씨도 사정은 마찬가지로 인터넷 음악카페를 통해 만난 지인들과 밴드를 결성하고 연습장소를 찾다가 자치센터의 동아리방을 사용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문의했다가 거절당했다. 밴드 팀원 모두가 직장생활을 하고 있기 때문에 퇴근 후인 오후 7시부터 2시간씩 사용문의를 했지만 자치센터 개방시간이 오후 6시까지로 제한돼 있었다. B씨는 수차례 민원을 제기했지만 결국 '청사관리'를 위해 불가하다는 통보만 되풀이될 뿐이었다.
이처럼 주민센터내 설치·운영되고 있는 편익과 복지증진을 위해 상시이용이 가능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반면, 도내 대부분의 주민센터가 청사관리를 이유로 공무원들의 출퇴근 시간인 평일 오전 9시~오후 6시, 토·일요일 휴무 원칙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일선 지자체별로 '주민자치센터 설치 및 운영에 관한 조례'에 따라 25~30명 주민으로 주민자치위원회를 구성해 자치센터의 강좌선정 등 프로그램 전반이 위탁운영되고 있지만, 민간인이라는 이유로 청사관리만은 맡기지 못하면서 반쪽운영으로 전락되고 있다.
수원시 관계자는 "자치센터도 공공시설이기 때문에 직원도 없이 주민들에게 맡겼다가 사고라도 날 경우 모든 책임은 직원에게 돌아오게 된다"고 말했다.

■ 자치센터 초저가 공세에 지역내 유사업종들 생계위협
"月 1만원도 안되는 가격 우위… 동네 헬스클럽 줄도산 위기감"
수원 A동에서 헬스클럽을 운영하는 B씨는 올초부터 회원이 급격히 줄어들기 시작하면서 폐업을 고려중이다. 아파트 단지 인근에 위치한 A씨의 헬스클럽은 지난해까지 회원들이 꾸준히 늘어 그나마 운영이 가능했지만, 최근 경기침체와 더불어 올초 주민자치센터에 체력단련실이 들어서면서 회원이 크게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자치센터에 들어선 체력단련실에는 단지 러닝머신과 안마기 등 기본 헬스기구밖에 설치되지 않았지만, 한달 이용료가 1만원도 안돼 주부와 학생 손님들을 빼앗기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대부분의 헬스클럽 이용객들이 러닝머신을 중심으로 운동을 하는 점을 고려하면 이용객들의 경우 헬스클럽과 자치센터 체력단련실의 차이점이 크지 않을수 있다는 것이 A씨의 생각이다.
이에 따라 A씨는 주민센터에 수차례 민원을 제기해 체력단련실 폐지를 건의했지만, 주민자치위원회에서 결정된 사항이기 때문에 번복할수 없다는 답변만 듣게 됐고 결국 체력단련실을 운영하지 않는 인근 지역으로 이전을 계획할 수밖에 없었다.
이처럼 주민편의 등을 위해 자치센터별로 운영하고 있는 각종 문화강좌와 체력단련실, 탁구교실, PC방 등이 지역내 유사 업종의 생계까지 위협하고 있다.
실제 경기도 조사결과 주민센터 이용객의 60~70%는 강좌와 편의시설 하루평균 이용객이 지난 2007년 94명, 2008년 105명, 올해 113명으로 꾸준히 늘면서 이들 유사업종 종사자들과 마찰을 빚고 있다.
스포츠 댄스학원을 운영하는 C(안양시)씨는 지난해 스포츠 댄스 붐이 일시적으로 불면서 수강생들이 다소 늘었지만, 최근 지역내 주민자치센터에서 스포츠댄스 강좌를 개설했다는 소식을 듣고 걱정이 생겼다. 자치센터가 노인층을 중심으로 댄스강좌를 운영한다고는 하지만 1만~2만원대의 저렴한 강습비로 수강생들을 빼앗길 것이라는 생각때문이다.
C씨는 "똑같은 강좌를 10분의 1도 안되는 가격에 강의를 하는데 안갈 사람이 누가 있냐"며 "강좌 개설을 주민들이 요청했다고는 하지만 해도 너무 한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 누구나 언제든지 쉽게 참여할 수 있게 하자
"설립 취지맞게 주민에 돌려줘야"
주민자치센터의 관리·운영을 전적으로 주민들에게 넘겨줘야 한다는 각계의 목소리가 높다. 이를 위해 일선 지자체별로 행정안전부가 제정한 조례를 그대로 사용하고 있는 것을 지역 특성에 맞춰 재제정하고, 주민센터별로 주민참여를 높일 수 있도록 해야한다는 주장이다.
현재 지자체에서는 지난 2000년 행정안전부가 제정한 '주민자치센터 설치 및 운영에 관한 조례'를 그대로 준용해 사용하고 있다.
행안부의 조례에는 자치센터의 운영주체인 자치위원회의 권한을 언급하면서 구체적인 결정권한을 포함하지 않은 '심의권'만을 인정, 구체적인 결정권을 지방의회의 조례를 통해 정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당시 무관심했던 지방의원들에 의해 그대로 인용됐다. 이는 지역 특성이 전혀 고려되지 않아 이용시간과 프로그램 중복 등의 문제로 10여년간 주민과 주민센터간 마찰을 빚는 결정적 요인이 됐다.
이에 따라 자치센터는 지역행정에 대한 주민들의 참여를 높이기 위한 당초 취지에 맞춰 주민 스스로가 직접 운영할 수 있도록 자치위원회의 권한과 책임을 강화할 수 있도록 조례 정비가 시급한 실정이다.
권혁성 수원발전연구센터 책임연구원(행정학 박사)은 "직장인들과 자영업자들도 공무원 근무시간에는 역시 생계를 위해 일을 해야 하는 시간인데 이 시간에 지역행정을 위해 참여하라는 것은 있을 수 없는 것"이라며 "누구나, 언제든지, 쉽게 참여할 수 있는 시스템의 구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권 책임연구원은 "자치위원회를 통해 관리, 운영권을 강화할 경우 오히려 공무원들이 운영하는 것 보다 폭넓은 운영을 할 수 있을 것"이라며 "당초 자치센터가 주민들을 위해 만들어진 것이라면 주민들에게 돌려줘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