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일보=김명호기자]저어새도 새해를 맞아 희망을 꿈꿀까?

전세계 멸종 위기종인 저어새가 한·일 양국에서 터전을 잃고 있다. 인천에서 여름을 나고 일본과 대만 등으로 이동하는 이 철새의 보금자리가 갯벌매립으로 위협받고 있는 것이다. 인천의 송도 11공구 매립 계획과 일본 후쿠오카의 '아일랜드시티사업' 등이 갯벌 매립의 대표적인 예다. 송도와 후쿠오카 현지를 돌아보며 한국과 일본을 오가는 이 새들이 처한 위기를 눈으로 확인해 보았다. 새해에는 저어새의 둥지가 더이상 피폐해지지 않기를 바라는 소망을 담아 한국과 일본에서 만난 저어새의 모습을 지면에 담아본다.


※ 인천 송도저어새

지난해 6월 인천 송도국제도시를 지척에 둔 남동구 남동공단 유수지에 반가운 손님이 찾아왔다. 전세계 2천여마리밖에 남아있지 않은 저어새다. 해마다 인천 송도와 강화도 일대에는 580여마리가 넘는 저어새가 찾아와 번식을 한다. 아시아권에서는 인천이 최대 번식지다.

주로 송도 갯벌과 강화도 인근의 돌섬에서 새끼를 낳던 저어새가 처음으로 남동유수지를 찾은 것이다. 4월부터 한두마리씩 보이던 새가 불과 몇달새 24쌍으로 늘어났고 이들 둥지에서 6마리의 새끼가 태어났다.

지역 주민들과 환경단체 회원 등은 저어새의 둥지에 나름대로 번호를 붙이고 이 새들을 관찰하기 시작했다. 암컷을 유혹해 '바람'을 자주 피는 5호둥지 저어새부터 자신이 만든 둥지를 스스로 허물고 새끼에게 나뭇가지 등을 물어다 주며 둥지짓는 법을 가르쳐줬던 3호 둥지 저어새까지, 환경단체 회원들은 매일 일기를 쓰듯 새들의 생활을 기록했다.

이렇게 지역환경단체가 올해 봄부터 저어새 관찰에 열을 올린 이유는 이 새들의 터전인 송도갯벌때문이다. 인천시가 지역의 마지막 갯벌이라고 불리는 송도 11공구 (716만㎡)매립 계획을 발표하면서 이 새들의 서식지가 파괴될 위기에 처했다.

지난 1970년대부터 매립이 계속 돼온 송도 일대의 마지막 남은 갯벌마저 매립되면 저어새는 물론 해마다 이 곳을 찾는 많은 철새들이 발길을 돌릴 것이라고 환경단체 등은 우려한다. 송도뿐만이 아니다. 중부발전이 강화도에 조력발전소를 짓겠다고 나서면서 이제는 강화갯벌까지 개발의 삽날에 쓸려나갈 처지에 놓였다.

한국물새네트워크 이기섭 박사는 송도 갯벌이 계획대로 매립된다면 20년 안에 이 지역에서 저어새를 볼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한다. 이 박사의 연구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남동유수지 저어새 서식지에서 24쌍의 저어새가 번식에 성공했지만 이중 6마리의 새끼만 성공적으로 자라 다른 곳으로 이동했다. 둥지당 번식에 성공한 새끼 수는 불과 0.25마리에 불과하다. 둥지당 번식 성공률이 1마리 이상은 돼야 현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는게 학계의 이론이다. 전국 최대 저어새 번식지인 강화지역에서도 이 같은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강화와 북한지역 사이에 있는 돌섬인 석도와 비도의 경우 지난 2004년 저어새의 번식 성공률이 55.2%, 둥지별 번식에 성공한 새끼 수는 1.6마리였지만 2005년에는 번식에 성공한 새끼 수가 0.9마리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각종 해양오염과 계속되는 갯벌 매립으로 이 새들의 서식환경이 점차 안좋아 지고 있는 것이다.

▲ 저어새 번식에 성공한 인천남동유수지내 인공섬.

※ 일본 월동지후쿠오카

지난해 11월 17일 일본 후쿠오카 하카타만. 후쿠오카 공항에서 차를 타고 20여분이면 올 수 있는 이 곳은 일본 내에서 저어새의 월동지로 유명하다.

인천 송도와 강화 갯벌 등에서 여름을 보낸 저어새 일부는 바로 이 곳 하카타만에서 월동을 한다. 하카타만에는 와지로 갯벌을 비롯해 이마주 갯벌, 타타라강 하구 등 규슈지역에서 최고로 손꼽히는 습지가 자리잡고 있다. 최근 하카타만에서 파악된 저어새의 숫자는 80마리 정도. 갯벌에서 먹이활동을 하며 봄을 준비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천혜의 습지로 불리는 하카타만 저어새 월동지도 인천의 송도처럼 위기에 처해있다. 후쿠오카시가 지난 1994년부터 추진해온 '아일랜드시티 사업'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이 사업은 여의도 면적의 1.5배에 달하는 하카타만 일대 401㏊의 바다와 갯벌을 매립해 신도시를 만드는 사업이다. 인천의 송도와 같은 개념인데 매립이 다된 일부지역에서는 벌써 건물이 들어서고 있다고 공사 관계자들이 전했다.

당연히 저어새가 살 수 있는 곳도 줄어들었다. 일본저어새네트워크에 따르면 매립공사가 시작된 후 최근까지 이 곳을 찾는 철새의 숫자가 절반 가까이 줄었다. 지난 1994년 7만여마리가 하카타만을 찾았지만 2005년 조사에서는 3만4천여마리가 고작이었다.

후쿠오카시는 환경단체의 반발이 거세지자 아일랜드시티 인근에 8.3㏊의 철새 대체서식지를 만들겠다는 대안을 내놓았다. 이는 전체 매립면적의 2% 수준으로 일본내 환경단체 등은 제대로 기능을 하지 못할 것으로 예측한다.

저어새 번식지로서의 인천과 이 새가 겨울을 나는 후쿠오카, 두 도시에서 저어새가 위기를 맞고 있는 것이다. 이미 두 도시의 관련 시민단체들은 이 문제를 논의하기 시작했지만 아직 관(官)차원에서의 보호 노력은 시작되지 않았다.

마츠모토 사토루 일본저어새네트워크 사무처장은 "저어새 보호를 위해 두 도시의 노력이 절실한 시점"이라며 "서로 머리를 맞대어 저어새를 보호해야한다"고 말했다.